예산 충분한데도 누리과정 3개월(10∼12월) 중 1.5개월만 편성 '지적'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해마다 시설비를 밥 먹듯이 이월시키면서 정작 가장 시급히 편성해야 할 누리과정 부족분 예산에 대해선 '꼼수' 편성으로 대응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경학)는 20일 제346회 제2차 회의를 열어 제주도교육청이 도의회에 제출한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심사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고정식 의원(새누리당)은 누리과정 부족분 예산 편성에 대해 충분한 예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교육청이 이번 추경안에 일부만 편성해 도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맹비난을 가했다.

▲ 고정식 제주도의원(새누리당, 일도2동 갑). ⓒ뉴스제주

고정식 의원은 이 부분을 제대로 따져 묻기 위해 먼저 지난 2013년부터 2015년도까지의 도교육청 시설비 예산이 이월된 현황을 따졌다.

고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제주도교육청이 지난 2013년에 편성한 예산 중 시설비는 740억 원이다. 이후 2014년에 760억, 2015년엔 830억 원이었다.

이러한 시설비가 다음 년도 회계로 이월된 비율이 2013년 29%에서 2014년 42%으로 증가했다. 2015년엔 무려 68%로 급증했다.

고 의원은 "이번 제2차 추경 예산이 352억 원인데 이 중 시설비가 80.4%나 차지하고 있다"며 "그런데 누리과정 예산은 1.5개월분(56억)만 편성했다"고 말했다.

올해 누리과정 예산은 본 예산에 2개월분이 반영됐고, 1차 추경안 때 7개월분이 편성됐다. 이제 남은 것이 3개월분(10∼12월)이다. 그런데 도교육청은 3개월분 중 절반만 이번 2차 추경 예산안에 편성했다. 11월 중반에는 누리과정 예산이 바닥난다는 뜻이다.

헌데 제3차 추경은 11월 15일에 개회되는 제347회 정례회 때 이뤄지는데, 예산안이 본회의를 거쳐야 하므로 12월 말에 결정된다. 그렇게 되면 남은 1.5개월분 누리과정 예산을 연말에 집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도내 어린이집들에겐 '한 달만 참으라'는 식의 예산 편성인 셈이다.

이 때문에 고정식 의원은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고 의원은 "남은 예산이 3개월분이 필요한데 1.5개월만 편성했다. 시설비 이월이 68%나 되고 있고, 이번에 편성된 추경안 352억 원 중 80%가 시설비라는게 과연 정당하냐고 보느냐"고 힐난했다.

이에 전우홍 제주도 부교육감이 "시급한 예산으로 (2차 추경안을)편성했다"고 답하자, 고 의원은 "시급하다는 시설비를 매년 이월시키냐. 그렇게 이월시킬거면 당장 올해 집행해야 할 누리과정 3개월분을 우선 편성하는게 옳은 것이 아니냐. 이제 10월 말인데 1.5개월만 편성하면 대체 어쩌겠다는 것이냐"고 다그쳤다.

그러자 전우홍 부교육감은 "부족분에 대해선 예산을 분석해 (3차 추경 때)최대한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고 의원은 "예산이 없어서 편성 안 한 거냐. 아니지 않느냐. 예산이 있는데도 왜 편성을 안 하는 거냐"며 "이건 도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안 그러냐"고 비판의 강도를 더했다.

그러면서 고 의원은 "충분히 편성할 여력이 있는데도 편성을 안 하는 건 교육감의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다른 타 시도 교육감들과 누리과정 대책을 연대해서 뭘 해보겠다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한편, 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대해 이렇게 소극적인 이유는 중앙정부 때문이다.

애시당초 누리과정 예산 중 어린이집에 대한 부담분은 교육청이 아니라 집행기관인 제주도청이 져야 한다. 정부가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만든 것이 '누리과정'이었다. 허나 지난 2014년 정부는 예산 압박을 느낀 나머지 관련 법령을 강제 개정하면서 도교육청이 어린이집에 대한 누리과정 부담분을 떠 안게 만들었다. 이에 당연 각 지방교육청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한 푼이라도 더 교육 관련 예산에 배정해야 하는 도교육청 입장에선 '어린이집'이 눈엣가시로 비춰지는 이유다. 교육법 상 어린이집 관할은 어디까지나 '교육'이 아닌 '보육' 영역이어서 지방행정청이 담당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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