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10월 5주차 개봉 영화 한 편과 주요 영화 간략평.
◇마블 제국은 건재하다…'닥터 스트레이지'(★★★☆)
마블은 작정한 듯하다. 어쩌면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의 '진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를 위한 하나의 징검다리 영화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13편의 영화를 만들며서 쌓아온 노하우를 이 작품에 영리하게, 결국은 환상적으로 펼쳐놓음으로써 그들이 한시도 방심하지 않는다는 걸 새삼 전 세계 관객에게 알린다. 히어로 영화의 고전적 서사를 최첨단 시각효과로 풀어내고, 인상적인 캐릭터 조형과 함께 이제는 마블 시리즈의 감초가 된 몇 가지 철학적 메시지도 던져놓는다. 게다가 유머러스하다. 이 작품을 마블 최고작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특별한 영화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마블이 세계 최고의 영화 오락을 선사하는 집단이라는 점도 여전하다.
◇걸어가도 괜찮아…'걷기왕'(★★☆)
'걷기왕'은 꿈을 위해 '하얗게 불태워 재만 남기는' 청춘에는 관심이 없다. 이 영화는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천천히 가도 되는 게 아니냐고 말한다. 과장하지 않는 코미디와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관객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어떤 관객은 분명히 이 영화를 통해 위로받을 것이다. 다만, '꿈이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야. 꿈이 있더라도 천천히 가자'는 메시지가 시종일관 반복돼 피로감을 안기기도 한다.
◇일상의 꿈, 꿈 속의 일상…'춘몽'(★★★★☆)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춘몽'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건 절묘하고, 탁월했다. 영화제는 참담한 현실에서 영화라는 꿈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춘몽'은 일상이 되는 꿈을 그리고, 꿈일 수밖에 없는 일상을 그린다. 영화제와 영화는 공명한다. 그래서 아름답고, 슬프다. 언뜻 이 작품은 명확히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핵심이다. 극 중 인물들이 꿈을 꾸는 것인지, 관객이 이들이 나오는 꿈을 꾸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지만, 이 꿈인지 일상인지 모를 것은 가슴을 친다. 그들은 잘 살 수 있을 것인가.
◇유해진의 팬이라면…'럭키'(★★)
유해진의 모든 걸 활용하는 작품이다. 원작 '열쇠 도둑의 방법'은 유해진이 없었다면 한국에서 리메이크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유치하기는 하나 못 볼 정도의 작품은 아니고, 유해진의 외모를 활용한 반복되는 유머에 마음이 열려있다면 충분히 웃을 수도 있다. 그러나 큰 매력을 찾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짧게 나와 강렬한 인상을 남기던 유해진이 러닝타임 내내 등장하는데, 아무래도 그가 조연을 맡을 때보다 연기의 임팩트가 약한 것도 사실이다.
◇자물쇠 하나의 긴장감…'맨 인 더 다크'(★★★☆)
매우 영리한 영화다. 사족 없이 사건의 중심으로 뛰어들어 이 작품의 핵심, 그러니까 공포를 능수능란하게 풀어낸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건 공포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제약된 공간의 세부 지형을 빠짐 없이 활용하고 별 것 아닌 소품 하나로도 극도의 긴장감을 만든다. 그러니까 공포라는 감정도 머리를 써야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거다. 호러물이라고 꼭 귀신이 나와야 하나. 그게 아니라고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말하고 있다.
◇팀 버튼이라서 아쉬운…'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만약 이 영화가 팀 버튼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미스 페레그린...'은 팀 버튼이 만들었다. 그래서 다소 아쉽다. 그래도 영화는 충분히 즐길 거리가 있다. 군더더기 없는 판타지가 펼쳐진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상반된 감정이 하나의 이미지가 될 때 탄생하는 기이한 아름다움이다. 이를 테면, 이 작품에서 폭탄은 가장 현실적이고 잔혹한 도구이면서 동시에 동화적이고 낭만적인 물건이 된다. 그런 점에서 페레그린과 아이들이 모두 모여 하루를 되돌리는 시퀀스는 정말이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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