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운영위 규정에 제시된 회의 참석자 외에 롯데와 일해도 입회
고태민&고용호 의원 "이건 명백한 담합" 맹공

제주에서 생산되는 노지감귤 중 비상품 감귤을 수매하기 위한 가격 조정에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사장 김영철)의 주도 하에 업체들 간 담합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현우범)는 2일 제346회 임시회 중 제4차 회의를 열고 제주도개발공사을 출석시켜 가공용 감귤수매 단가 인하 계획에 따른 논의를 진행했다.

▲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지난 9월 26일 감귤운영위원회 회의를 열어 올해 가공용 감귤 수매단가를 10원 인하하겠다고 결정해 엄청난 파장이 일었다. 결국, 도개발공사는 전년도 수준인 160원 선에서 수매하는 것으로 재심의하기로 했다. ⓒ뉴스제주

고태민 의원(새누리당)은 "가공용 감귤 수매단가를 조정하는 도개발공사 감귤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왜 사기업의 가격까지 결정하느냐"며 "회의에 왜 롯데나 일해가 참석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김영철 도개발공사 사장이 "참고인으로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라고 답하자, 고 의원은 "수매가격을 결정하는 회의에 다른 경쟁 사기업을 입회시켜도 되는 것이냐. 이건 담합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김영철 사장은 "롯데나 일해가 도와주지 않으면 도개발공사에선 물리적으로 5만 톤의 가공용 감귤을 수매할 수 없다"며 "기본적으로 도내 가공용 감귤 수매를 같이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의견 청취 차원에서 입회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태민 의원은 "그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따졌다.

사실 고태민 의원이 지적한대로, 수매가격을 결정하는 자리에 관련 기업이 모두 모여 가격을 정하는 행위는 명백한 '담합' 행위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고태민 의원이 "왜 롯데나 일해가 가격 결정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이냐"고 재차 지적했고, 김 사장은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같이 하기 위해"라고 답했다.

그러자 현우범 위원장은 "위원회 구성 규정에도 없는 사업자들을 회의에 참석시키는 게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고태민 의원은 "기업적 논리에서 보면 가격을 담합하기 위해 입회시킨 거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에 김영철 사장은 "가공용 감귤 수매량이 매년 8만 톤 가량인데, 저희가 무리해서 5만 톤을 처리한다고 하면 나머지를 사기업에서 처리해주지 않으면 어려워진다. 그래서 참고인으로 논의하는 것"이라며 "원론적으론 지적한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렇게 되면 감귤운영위 설치조례부터 이런 활동 자체가 시장경제에 맞는 일인지를 따져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반박했다.

▲ 고태민 제주도의원(새누리당, 애월읍)과 고용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성산읍). ⓒ뉴스제주

이러한 김영철 사장의 답변에 고용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재반박에 나섰다.

고용호 의원은 "저도 담합이라고 보는 이유가 당시 회의에서 일해나 롯데는 110원으로 수매해도 괜찮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도개발공사에서 힘을 써서 100원으로 만든 게 아니냐.. 이게 담합이 아니고 뭐냐"고 힐난했다.

이에 김영철 사장은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도개발공사 관계자를 불러 대답하게 했다. 그는 "전 그렇게 기억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자 고용호 의원은 "회의록에 그렇게 나와 있는데 무슨 소리냐. 회의록이 거짓말 한다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어 고용호 의원은 "행정에선 가공용 감귤을 몇 톤 정도 처리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윤창완 제주도 농수축산식품국장이 "3만 2000톤 가량"이라고 답하자, 고용호 의원은 "그러면 롯데나 일해에서 처리하지 않아도 도개발공사에서 5만 톤 처리하면 충분한 수준이 아니냐"며 "개발공사의 목적이 뭐냐. 도민의 복리증진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다는 거 아니냐. 지난해 법인세로 얼마를 냈느냐"고 물었다.

김영철 사장이 "180억 원"이라고 말하자, 고용호 의원은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많은 법인세를 내는 다른 공기업이 어디 있느냐"며 이번 가공용 감귤 수매단가를 '10원' 내리겠다는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또한 현우범 위원장은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집행부의 대책방안을 요구했다.

김영철 사장은 "수매단가를 전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을 감귤운영위에 제시해 재심의하는 것으로 권고했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들은 내용들을 명심하고 취지에 맞게끔 충실히 운영토록 하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윤창완 국장도 "감귤혁신5개년계획 자체가 농가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재조정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농가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경용 의원(새누리당)은 "담합 오해의 소지가 있는 건 분명하다"며 "감귤출하연합회에서 수매규격을 정하도록 돼 있으니 이번 기회에 수매가격도 결정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는 건 어떻겠느냐"고 제언했다.

김영철 사장과 윤창완 국장은 모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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