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단계적 가격인하 계획 두고 의원-道개발공사 설전

감귤 가격이 제주에 미치는 파급력은 실로 대단하다.

제주를 대표하는 1차 산업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역의 민심을 곧 표로 얻어야 하는 도의원들이 있어서 민감해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는 곧 정치적인 상황으로 이어지기 일쑤여서 감귤을 일컬어 '정치 작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 가공용 감귤 수매 현장. ⓒ뉴스제주

고태민 제주도의원(새누리당)이 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가공용 감귤 수매가격이 매해 10원씩 줄여져 오는 2020년이 되면 kg당 70원이 될 것으로 계획됐다.

올해 현재 가공용 감귤 수매단가는 kg당 160원으로, 약 8만 톤의 비상품 감귤을 농가들로부터 사들일 계획이었다. 160원 중 110원은 업체(도개발공사 및 사기업-롯데, 일해)에서 부담하고, 나머지 50원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가격이 지난 9월 26일에 개최된 2016년도 제2회 감귤운영위원회 회의에서 10원 인하된 150원으로 결정됐다. 수매단가가 내려감에 따라 농가에선 소득이 더 줄어들게 됐다. 이에 제주도의원들이 많은 의혹과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고태민 의원이 밝힌 '제주도개발공사 감귤운영위원회의 회의' 내용에선 이러한 160원의 현행 수매단가가 매년 10원씩 감축된다.

우선 올해 10원을 내려 도개발공사에서 100원을 부담하고, 내년에 90원, 2018년에 80원, 2019년에 70원, 2020년에 60원으로 줄여 나가게 된다. 여기에 감귤 수매가 보조금도 현행 50원에서 내년 40원으로, 2018년 30원, 2019년 20원, 2020년 10원으로 인하된다.

감귤운영위는 당시 이러한 계획을 심의하고 의결했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 일자 도개발공사는 올해 수매가격을 전년도 가격 수준인 160원으로 재심의하기로 결정했다. 

▲ 고태민 제주도의원(새누리당, 애월읍). ⓒ뉴스제주

이에 대한 자초지종을 파악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현우범)는 2일 제346회 임시회 제4차 회의를 열어 소관부서가 아님에도 김영철 제주도개발공사 사장과 윤창완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을 출석시켰다.

고태민 의원은 "감귤혁신 5개년 계획에선 수매물량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계획만 있을 뿐이지 연도별 수매가격은 업체 110원과 道보조금 50원으로 가격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 의원은 "이 계획을 대체 누가 만든 것이냐"며 즉답을 요구했다.

윤창완 국장이 답변을 머뭇거리자, 고 의원은 "제주도정에서 계획한 게 아니라면 개발공사에서 제시한 것이 아니냐"며 재차 압박을 가했다.

계속된 추궁에 윤 국장은 "도개발공사에서 제시한 게 맞다"고 답했고, 김영철 사장은 "의견을 제시한 것일 뿐 도개발공사에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라며 맞섰다.

그러자 고 의원은 "이런 계획안을 보면서도 도정의 국장이란 사람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 보조금 인하는 도정과 의회의 권한인데 이 부분까지 마음대로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봤으면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어야 옳은 것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 이경용 제주도의원(새누리당)과 고용호 의원(더불어민주당). ⓒ뉴스제주

이경용 의원(새누리당)도 이 문제에 대해 가세했다.

이경용 의원은 "당시 감귤운영위원회 회의록 내용을 보면, 농·감협조합장들이 '감귤혁신 5개년 계획에 따라 수매단가를 인하해야 한다'고 했던데 이 말 자치게 문제"라며 "조합장들이 감귤혁신 5개년 계획이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단지 수매단가를 줄이는 것이 5개년 계획인 줄 알고 참석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롯데나 일해에선 수매단가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던데, 왜 개발공사에서만 단가를 내릴려고 한 것이냐"며 "행정시 부시장은 참석하지도 않았고 행정시 농정과장은 꿀먹은 벙어리마냥 아무런 말도 안 했더라. 농·감협 조합장들은 향후 계통 출하과정에서 나오는 가공용 감귤과 일반 가공용감귤 가격에도 20원 이상의 차이를 두겠다고 했다던데 이래도 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윤창완 국장은 "계통출하를 장려하기 위해 말한 것일 뿐, 행정에서 그것을 검토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이 의원은 "계통출하 수수료 때문에 그렇게 주장한 거 같은데, 운영위 회의에서 이런 얘길 하고 있다는 자체가 문제"라고 질타했다.

또한 이 의원은 "감귤운영위에선 가공용감귤 수매가 보전제도가 비생산적인 제도라고 표현하던데 그렇게 말해도 되는 것이냐"며 "농가 수입과 감귤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중요한 제도인데도 비생산적이라고 보는 견해 자체가 아주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 김영철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사장. ⓒ뉴스제주

고용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가공용 감귤 수매가격을 내리는 것이 노지감귤 생산성을 위한 것이라는 제주도정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고용호 의원은 "감귤이 제값을 받으려면 오히려 비상품 감귤을 많이 받아들여서 시장에서 격리시켜야 가능한 것이 아니냐. 왜 거꾸로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호 의원은 "전체 생산량을 조절하려면 대채 작물을 개발하거나 태양광 전기농사를 확대하는 등의 정책을 추진해야지 가공용 감귤을 줄인다고 고품질 감귤이 생산되는 것이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편, 고태민 의원은 "도개발공사가 제스피 맥주로 매년 적자를 보고 있는데도 계속 운영하고 있지 않느냐. 제스피만큼 제주감귤 농가가 걱정은 안 되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고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제스피 사업으로 인해 도개발공사는 2013년 4억 5100만 원, 2014년 5억 8400만 원, 지난해 6억 2300만 원의 재정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개발공사는 가공용 감귤 창고에 아직도 재고분이 쌓여 있어 수매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감귤운영위원회 회의 결과, 수매단가를 10원 인하하겠다고 발표했었다.

현재 도개발공사에서 수매 가능한 최대 물량이 5만 톤이라고 밝힌 바 있어 kg당 110원을 부담하고 있으므로 약 55억 원 가량을 도개발공사가 써야 한다. 도개발공사는 지난해 법인세로 180억 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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