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11월 2주차 개봉 영화 두 편과 주요 영화 간략평.
◇저 홍상수 아닌데요?…'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삶에서 중요한 건 사랑이야. 사랑뿐이라고. 다른 건 다 요식행위야! 사랑이 가장 중요해. 난 이제부터 그렇게 살거야." 영수(김주혁)는 술에 취해 친구들에게 소리친다. 과거의 홍상수는, 이런 말을 해대는 남자들을 조소(嘲笑)하거나 냉소(冷笑)했다. 그런데 홍상수는 지금,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겻'에서 영수의 말을 인정한다. 다시 말해 홍상수는 영수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홍상수가 이해한(이해한 듯한) 그 '진심의 사랑'은 결국 민정(이유영)에게 가 닿는다. 홍상수는 서서히 변해왔지만, 이렇게 도약한 적은 없었다. 그는 인간을 예리하게 벗겨내다가 따뜻하게 지켜보고, 이젠 감싸 안는다. 홍상수에게 어떤 변화가 생긴 걸까.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게 지금의 홍상수라는 거다.
◇너무 익숙하다…'스플릿'(★★)
도박볼링이라는 소재는 분명 새롭다. 어쨌든 볼링 또한 스포츠이기에 스포츠영화의 쾌감도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빼면 '스플릿'은 어디서 본 듯한 작품이다. 흔한 서사 위에 뻔한 캐릭터가 나열된다. 영화는 꽤나 비장한데, 익숙하다보니 긴장감이 없다. 그래서 맥빠진 영화가 됐다. 다만 이다윗은 특기할 만하다. 자칫 '오버'할 수 있는 배역을 맡았음에도 균형을 잡을 줄 아는 연기로 자신의 가능성을 넓힌다.
◇시대의 황량함 속에서 쫓고 쫓는 그들의 한숨…'로스트 인 더스트'(★★★★☆)
'로스트 인 더스트'는 서사, 캐릭터, 구조, 액션, 분위기, 메시지, 연기, 상징, 대사 등 구성 요소들이 멋지게 한 편의 영화로 어우러진 작품이다. 다시 말해 약점이 없는 영화라는 거다. 서부의 주인이 더이상 인디언도 백인도 아닌 은행이 된 시대의 황량함 속에서 한 때 황야를 누볐던 그들은 모두 지쳐 고꾸라졌다. 그때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개척시대 때처럼, 텍사스 남자답게, 총을 들고 복수하는 것이다. 시대와 사회의 좌절이 개인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를 남기고 이들이 은밀히 발악할 때 관객은 웃으면서 울 수밖에 없다. 또 슬프고 멋지다. 현대판 서부극의 새로운 경지다.
◇마블 제국은 건재하다…'닥터 스트레인지'(★★★☆)
- 영화 '스플릿' 2016-11-08
마블은 작정한 듯하다. 어쩌면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의 '진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를 위한 하나의 징검다리 영화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13편의 영화를 만들며서 쌓아온 노하우를 이 작품에 영리하게, 결국은 환상적으로 펼쳐놓음으로써 그들이 한시도 방심하지 않는다는 걸 새삼 전 세계 관객에게 알린다. 히어로 영화의 고전적 서사를 최첨단 시각효과로 풀어내고, 인상적인 캐릭터 조형과 함께 이제는 마블 시리즈의 감초가 된 몇 가지 철학적 메시지도 던져놓는다. 게다가 유머러스하다. 이 작품을 마블 최고작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특별한 영화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마블이 세계 최고의 영화 오락을 선사하는 집단이라는 점도 여전하다.
◇일상의 꿈, 꿈 속의 일상…'춘몽'(★★★★☆)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춘몽'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건 절묘하고, 탁월했다. 영화제는 참담한 현실에서 영화라는 꿈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춘몽'은 일상이 되는 꿈을 그리고, 꿈일 수밖에 없는 일상을 그린다. 영화제와 영화는 공명한다. 그래서 아름답고, 슬프다. 언뜻 이 작품은 명확히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핵심이다. 극 중 인물들이 꿈을 꾸는 것인지, 관객이 이들이 나오는 꿈을 꾸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지만, 이 꿈인지 일상인지 모를 것은 가슴을 친다. 그들은 잘 살 수 있을 것인가.
◇유해진의 팬이라면…'럭키'(★★)
유해진의 모든 걸 활용하는 작품이다. 원작 '열쇠 도둑의 방법'은 유해진이 없었다면 한국에서 리메이크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유치하기는 하나 못 볼 정도의 작품은 아니고, 유해진의 외모를 활용한 반복되는 유머에 마음이 열려있다면 충분히 웃을 수도 있다. 그러나 큰 매력을 찾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짧게 나와 강렬한 인상을 남기던 유해진이 러닝타임 내내 등장하는데, 아무래도 그가 조연을 맡을 때보다 연기의 임팩트가 약한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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