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용해 道보훈청장 "범죄자가 파출소 오면 어떻게 대하나" 발언에 화들짝
제주도의원들 "부적절한 발언, 사과하라" 촉구에 뒤늦게 시인

황용해 제주특별자치도 보훈청장이 일부 제주도민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듯한 발언을 일삼아 큰 논란이 일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경학)는 6일 제3차 회의를 열어 보건복지안전위원회와 환경도시위원회 소관 부서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통합심사를 벌였다.

▲ 이선화 제주도의원은 황용해 道보훈청장에게 "57억 원의 도민혈세를 집행하는 청장의 발언이 적절하지 못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뉴스제주

이선화 의원(새누리당)은 조설대 경모식 행사 관계자들이 제주도 보훈청을 찾아갔다가 수모를 겪었다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은 "경모식 추진위원 분들이 보훈청장을 만나러 갔는데 모욕을 느꼈다고 하던데, 57억 원의 도민혈세를 가져가 집행하면서 그렇게 대응해서야 되겠느냐"며 "도움을 받고자 민원차 방문했던 건데 무례하게 대한 건 청장으로서의 자세가 맞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에 황용해 道보훈청장은 "범죄자가 파출소에 오면 파출소장이 어떻게 대하겠느냐"고 반문해 현장에 있던 모든 의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의원이 "그러면 그 때 방문한 제주도민들이 범죄자들이라는 것이냐"고 되묻자, 황 청장은 "애국지사는 누구도 사칭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분들은 애국지사를 사칭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그랬다면 그 부분을 충분히 설명하면 될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서도 황 청장은 "충분히 설명했다. 조설대를 국가보훈처에서 인정해 준 건 그들이 독립유공자여서가 아니고 조설대 암각을 인정해 준 것 뿐"이라고 말했다.

▲ 황용해 제주특별자치도 보훈청장이 조설대 경모식 행사를 주최하는 일부 제주도민들을 향해 '범죄자'로 취급하는 듯한 발언을 던져 논란이 일었다. ⓒ뉴스제주

그러면서 황 청장은 "애국지사를 사칭한 건 처벌대상이다. 민형사법에 의해 기만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보훈청장이 고발할 사안"이라며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이 의원은 "문의하러 간 것을 두고 범죄자 취급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다그치자, 황 청장은 "애국지사를 사칭한 행사는 범죄행위"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 의원의 목소리가 격앙되면서 격분하고 이에 황 청장이 맞서 대응하자 김경학 위원장이 중재에 나섰다.

김경학 위원장은 황 청장에게 "이 자리에서 지금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으니 어휘를 신중하게 선택해달라"며 논쟁을 오후로 넘기려 했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도민 혈세 57억 가져가는 보훈청장의 발언으로선 아주 부적절하고 심히 유감이라고 밝힌다"고 말했다.

이에 황 청장은 "생존하고 있는 애국지사가 1명 있다. 이런 일은 160명의 순국선열분들이 지하에서 통탄할 일"이라고 말하며 다시금 도발했다. 이어 황 청장은 "이건 제게 말할 사안이 아니다. 예산 편성해 줄 수도 없고 애국지사를 사칭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자 김경학 위원장은 "사실관계에 부합되지 않더라도 이해를 구하는 표현을 해야 함에도 마치 제주도민을 범죄자로 간주하는 듯한 발언과 답변태도는 상당히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 김경학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황용해 보훈청장에게 '범죄자' 관련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뉴스제주

한편, '조설대'는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됐을 때, 일제에 대한 결사항쟁의 뜻을 담고자 바위에 새긴 글자를 말한다. 당시 문연서당의 유림 12명이 나라의 광복을 선언하고자 집의계를 결성해 '조선으로 가겠다' 혹은 '조선의 수치를 설욕하겠다'는 뜻으로 '조설대(朝雪臺)'라는 한자를 바위에 새겼다.

이 조설대는 현재 아라동에 있으며, 2010년 3월에 현충시설로 지정돼 국가보훈처에 등록돼 있다. 이것을 기리고자 그 후손들이 행사를 갖고 있는 것이 조설대 경모식이다. 지난 2013년 12월부터 행사가 개최돼 오고 있다.

올해 행사는 지난 10월 3일에 개최됐다.

조설대 경모식 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은 행사 개최일에 앞서 道보훈청에 찾아가 황용해 보훈청장에게 경모식 행사에 참석해 줄 것을 요구했다. 허나 황 청장은 이를 거절했다. 그들이 '애국지사'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논란이 되는 건, 이 행사가 진행될 때 현수막에 '애국지사'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道보훈청에서 '범법행위'로 간주하고 있는게 문제다.

허나 여기엔 다소 의문점이 있다.

안창남 의원의 발언에 의하면 지난 1948년 4.3 사건이 발생했을 때, 조설대 관련 문헌이 있는 연미마을이 불 타 없어졌다. 이 때문에 국가유공자나 애국지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자료가 현재 남아있지 않다.

만일 자료가 있었다면 국가유공자나 애국지사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를 일인 셈이다.

안창남 의원은 "조설대가 현충시설로 지정된 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으니까 그런 것이 아니냐"며 "그 시설을 홍보하기 위한 활동을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황 청장은 "애국지사가 아니기 때문에 행사 현수막에 '애국지사' 표현을 써선 안 된다"며 "해당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2년 동안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용하고 있어서 정식 공문을 아라동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도의원들의 계속된 지적에 황 청장은 "보훈청장이 정당한 일을 하고 있는데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그걸 탓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다시 김경학 위원장이 "탓하는 게 아니고 범죄자 발언이 너무 부적절했다는 거다. 그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지적하는 게 정당한 것이 아니냐"고 다그쳤다.

그럼에도 황 청장이 사과할 뜻을 비치지 않고 기존 입장을 고수하자 서로 격양되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고 결국 회의는 정회됐다.

이후 속개된 회의에서 김경학 위원장이 그간의 경과를 정리했고, 황용해 청장은 '범죄자'라는 용어 사용에 대해 부적절했음을 시인하면서 논란은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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