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사랑한 제일교포 2세의 세계적 건축가 유동룡(이타미 준)
그를 기리는 건축기념관 설립 의지 모여져, 10일 제주서 논의 장 열려

▲ 돌 미술관, 이타미 준 作. 제주 핀크스 비오토피아 내에 물, 바람, 돌 미술관이 들어서 있다. '비오토피아'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테마로 한 자연친화적 주택단지를 말한다. 돌 미술관 옆에 두손(地中, 지중) 미술관이 있다. ⓒ뉴스제주

살아생전 "제주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고 싶다"던 제일교포 2세의 세계적 건축가 이타미 준이 타계한지 올해 5년째다.

최근 그의 딸인 유이화(ITM유이화건축사무소 대표) 씨와 제주 건축계가 그의 유지를 기리는 건축기념관을 건립하자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제1회 제주국제건축포럼이 개최된 직후인 오는 10일 오후 1시 중선농원에 국내 건축계 인사들이 대거 모여 이에 대한 논의의 장을 연다.

이 자리엔 박길룡 국민대 명예교수와 최문규 연세대학교 교수, 곽희수 이뎀도시건축 대표, 한은주 소프트아키텍쳐 대표, 김은미 한양대 교수, 이기옥 중앙대 교수, 윤재선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제주로 내려온다.

이들과 함께 제주도 건축계의 대표로 김석윤 씨와 김태일 제주대 교수, 양건 가우건축 대표, 현군출 토펙엔지니어링 대표, 고성천 시유재 대표, 김윤희 비움건축 대표, 김미영 제주산업정보대 교수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 재일교포 2세의 세계적 건축가 이타미 준. 그의 한국 이름은 유동룡(伊丹潤)이며, 이타미 준은 필명이다. ⓒ뉴스제주

# 이타미 준은 누구인가.

재일 한국인 건축가로 1937년 도쿄에서 태어나 시즈오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한국이름은 유동룡(伊丹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으로 건너간 부모의 슬하 8남매 중 다섯 째로 태어났다. 이타미 준은 그의 필명이다.

1964년 무사시공업대학(현 도쿄도시대학) 건축학과를 다니면서 한국여행을 다녀온 뒤 한국의 고건축과 조선 민화,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이 때 <이조 민화>(1975), <이조의 건축>(1981), <조선의 건축과 문화>(1983), <한국의 공간>(1985) 등의 책을 발간했다.

졸업 후 1988년 서울 방배동에 자신의 아틀리에인 '각인의 탑'을 설계하면서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제주에 있는 핀크스 클럽하우스 설계를 의뢰받으면서 제주도와 인연을 맺었다.

2001년에 핀크스 리조트 단지 안에 그 유명한 '포도호텔'을 설계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포도호텔은 포도송이를 연상시키는 지붕 아래 제주의 전통가옥을 옮겨놓은 듯한 건축물로 지어졌다.

▲ 이타미 준이 설계한 포토호텔의 항공사진. '세계적 건축가'라는 명성을 얻게 했다. ⓒ뉴스제주

이 건축물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2003년 프랑스에 있는 국립 기메(Guimet) 박물관에서 건축가로선 최초로 개인전을 열었다. 이 때 개인전 타이틀이 '일본에 사는 한국 건축가 이타미 준(Itami Jun-Korean architect in Japan)'이었다. 돌과 흙, 나무, 철 같은 토착적인 소재들로 색과 빛을 표현하려 했다.

기메박물관은 당시 그를 가리켜 '현대미술과 건축을 아우르는 작가, 국적을 초월해 국제적인 건축 세계를 지닌 건축가'라는 극찬을 내렸다.

이 개인전을 계기로 그는 2005년에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문화훈장인 '슈발리에'를 수상했다.

이후에도 그는 제주에 '물·바람·돌 미술관'(2004년)과 두손 미술관(2005년), 비오토피아 타운 하우스(2008년), 방주교회 등을 설계하면서 제주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그 후 2007년부터 2년간 일본 민예관운영위원으로 활동했고, 2009년부터는 제주영어교육도시 개발사업과 관련해 건축 총괄책임자로 활동했었다.

이러한 활동들로 국내에선 2006년에 김수근 문화상과 2008년에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2010년엔 일본 최고 권위의 건축상인 '무라노 도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1년 6월 26일에 타계했다.

이타미 준 건축기념관 건립을 준비하는 이들은 단지 그의 유품을 보여주고 박제하는 공간이 아닌 제주 건축 투어 코스로 개발이 가능한 곳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반인들이 건축에 대한 접근을 보다 용이하게 하고 제주도가 한국 현대 건축계에 끼친 위상을 재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담아낼 예정이다.

▲ 수(水) 박물관 내부 모습. ⓒ뉴스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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