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매해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 선정...
정말 교육과정이 우수해서일까?... 의문.

서귀서초등학교(교장 강성일)가 교육부에서 주최하는 제14회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에 선정됐다.

당연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뭔가 석연찮다. 서귀서초의 교육과정이 우수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교육부가 매해 선정하고 있는 '교육과정 우수학교'가 과연 공신력있게 객관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달린다.

우선 드는 의문은 '우수한 교육과정'을 어떻게 측정했길래 제주도에선 단 한 개의 학교만 선정됐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의 답변에 따르면, 제주도내에 교육과정이 우수한 학교가 많다고 하더라도 교육부에 신청할 수 있는 학교는 단 두 곳 뿐이기 때문이다.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는 일단 교육부가 전국의 시·도교육청으로부터 2배수로 공모를 받는다. 100곳의 학교를 선정해야 하니 전국으로부터 200개의 학교를 공모신청 받는다. 이 말을 돌려 말하면, 전국의 시·도교육청에 배정돼 있는 모집단위가 있다는 뜻이다.

구분
초등학교(40)
중학교(30)
일반고(23)
특성화고(7)
서울
서울삼각산초, 서울신석초, 서울응봉초
강동중, 신현중, 오금중 인헌중
명일여고, 서울고, 신도림고, 원묵고
선린인터넷고
부산
내리초, 부산신진초, 부산청학초
동양중, 명호중
부산해마루학교
부산공업고
대구
대구노변초, 대구왕선초
신기중, 시지중, 월암중
정화여고
 
인천
인천대화초, 인천청천초
인천동양중, 인천초은중
인천신현고
 
광주
광주교대부설초
신광중
광주고
광주공업고
대전
대전봉명초
대전도마중, 대전서중
대전송촌고, 유성고, 한밭고
대전공업고
울산
녹수초
남창중
 
 
경기
동화초, 시흥초, 오학초, 양주백석초, 의왕초, 중흥초
고양중, 광문중, 부천중, 용천중
고색고, 백운고, 안화고
 
충북
증약초
앙성중
제천여고
 
충남
배방초, 추부초, 홍성초
사곡중, 아산배방중, 한내여중
설화고, 안면고
공주마이스터고
전북
동상초, 전주진북초
 
 
 
전남
목포유달초, 벌교초, 손불서초, 영광초, 장성중앙초
구례여중, 함평손불중
무안고, 중마고
전남조리과학고
경북
금장초, 서벽초, 쌍림초, 와룡초, 파천초
봉곡중, 영천여중, 현일중
영주여고, 영주제일고
 
경남
가좌초, 김해합성초, 서하초, 창원초
구암여중, 호암중
마산여고, 김해제일고
창원기계공업고
제주
서귀서초
 
 
 

제주도에선 2개 학교만 신청이 가능했고, 선정결과는 서귀서초 1곳이다.

반면 지역이 넓은 타 지역은 훨씬 더 많은 학교를 신청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경북과 전남 지역에선 10개 학교가, 충남은 9개 학교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될 수 있었다. 특히, 전남은 3년 연속 가장 많은 학교가 '교육과정 우수학교'에 선정됐다고 홍보하는 상황이다.

모집단위가 이같이 정해져 있으니, 지역별로 선정되는 학교 수 결과는 매해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게다가 신청 가능한 학교는 전국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한다고는하나, 전년도와 전전년도에 선정됐던 학교는 신청자격에서 제외된다.

이를 고려하면 더 아리송해진다.
교육부는 매해 교육과정이 우수한 100개의 학교를 선정해야 하는데, 앞서 2년간 선정된 200개의 학교를 빼고 다른 200개의 학교를 신청받아서 심사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웬만큼 '이름있는'학교는 모두 '교육과정 우수학교'에 선정될 수 있다는 소리다. 조금 더 넘겨짚자면, '교육과정 우수학교' 지정 타이틀을 돌려먹기 혹은 나눠먹기 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신청이 들어 온 200개 학교에 대해 교육부는 현장실사를 거쳐 1.2배수로 120개 학교를 뽑아내 걸러낸다. 매해 이 많은 학교를 대상으로 현장실사를 다닌다는 점도 참 놀랍다. 그 뒤 중앙심사위원회가 3단계 평가를 진행해 100개 학교를 정하게 된다. 선정기준은 아래 표와 같다.

▲ 지난해 '교육과정 우수학교' 선정기준. ⓒ뉴스제주

의문점은 또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서귀서초와 납읍초를 교육부에 신청했고, 납읍초는 선정되지 못했다.

납읍초는 다혼디 배움학교로 지정돼 운영 중인 제주형 자율학교다.

자율학교는 이른바 교과과정을 얼마든지 자유롭게 편성해 운영할 수 있는 학교다. 매우 특색있는 학교로 대표되는 교육과정을 갖고 있다.

자율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나 그들의 부모, 그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교사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매우 높은 만족감을 드러낸다.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모여 같이 다양한 교육과정을 짜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통해 모든 학교의 구성원들이 학교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허나 이러한 자율학교는 아이러니하게도 교육부가 뽑는 '교육과정 우수학교'에 선정되는 게 오히려 더 어렵다고 한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에서의 선정기준이 매우 구체적이고 꼼꼼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자율학교는 학교장의 철학에 따라 교육과정을 편성하는데 있어 매우 여유롭기 때문에 선정기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를 되짚어보면 학생들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만족감을 더 위한다는 자율학교의 교육과정이 다른 일반학교들보다 우수하지 않다는 결론으로 읽혀져 아주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제주지역에서 선정된 서귀서초는 교육부 장관이 수여하는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 인증패와 학교기관 표창, 시상금 등을 받게 된다.

도교육청이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서귀서초는 ▲모두락(樂) 수업 ▲모두락(樂) 학습축제를 통한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배양 ▲글로벌 원격화상수업(호주, Koondrook Public school)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하-하 프로젝트(등굣길 아침맞이) ▲하논 생태체험(모내기 몇 벼배기) ▲전교생 나도 아나운서 운영 등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서귀서초의 교육과정이 우수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제주도내 다른 자율학교, 혹은 전국의 자율학교가 이보다 더 특색있는 교육과정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만일 그렇다면,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자율학교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되는 셈이다.

이는 제주형 자율학교로 불리는 '다혼디 배움학교'가 제주특별법으로 위임받은 각종 특수한 권한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제주지역에선 지난해에 사대부중이 '교육과정 우수학교'에 선정된 바 있다. 2014년에는 평대초와 성산중, 2013년에는 도평초와 한국뷰티고가 선정됐었다.

▲ 제주특별법에 의해 제주특별자치도에만 부여된 자율학교의 권한. ⓒ뉴스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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