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도 듣고 느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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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는 길조, 까마귀는 흉조라는 말은 우리 나라에서는 옛날부터 내려오는 말이다. 아침 일찍 마당에 있는 나뭇가지에 까치가 날아들어 지저귀면 귀한 손님이 찾아온다고 하여 까치를 길조라 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오히려 까마귀를 길조라고 부르고 있으니, 나라마다 길흉을 서로 달리 보는 게 분명하다.
지금 제주에서는 까치가 길조가 아니라 해롭고 귀찮은 새로 여겨지고 있다. 감귤 과수원을 경작하는 친구네를 방문했더니 철조망으로 제작해 놓은 상자안에 까치들이 들어가 있는 것이 보였다.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까치잡는 덫』이라고 말해줬다. 까치잡는 덫 안에 모이를 넣고 기다미면 까치들이 그 속으로 모여 드는데 10마리 이상이 되면 자기들끼리 싸워서 서로 죽여 버리는 모한 습성이 있다고 했다.
제주도 농촌에서는 지금도 까치로 인한 과수원 피해가 속출하여 『까치 없애기 운동』에 농가마다 신경을 쓰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제주도도 귤과 감으로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는데, 까치가 제일 잘 익은 열매부터 쪼아 먹기 때문에 상품가치를 떨어뜨리는 원흉이 되고 있다.
원래 제주도에는 까치가 없었다. 그런데 아시아나항공이 제주도에 취항하면서 기념식 행사의 일환으로 까치 몇 십 쌍을 들여다가 삼성혈 소나무 숲속에 풀어 놓은 것이 오늘날에는 제주도 전역에 까치가 높은 분포를 보이며 퍼져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한국의 최남단 마라도까지 진출했다고 한다.
까치는 단결력이 강해서인지 까마귀를 보면 쫓아 버리곤 하여 이제는 삼성혈에서 까마귀도 찾아볼 수가 없어졌다.
아시아나 항공은 훗날 원환이 될 만한 괜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제주도민은 까치가 없어서 못살겠다고 아우성 친 바도 없고, 까치를 들여오라고 요구한 바도 없다. 오히려 까치가 없던 시절에는 과수원 농사를 지으면서 새 때문에 근심걱정을 하지 않고 지냈었다.
아시아나 항공이 제주 취항 기념으로 까치를 제주도에 들여옴에 있어, 제주도민에게 양해를 구한 바도 없고, 사전에 통지한 바도 없다. 까치가 없는 제주도에 왜 까치가 없는지 조사 연구하지도 않았고, 그런 상황에서 까치가 외래종으로서 제주도에 유입되었을 때 자연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한 사전 영향 평가도 없이, 그냥 까치가 길조니까 기념행사 때 들러리로 사용하고 만다는 식으로 방사를 하고 만 것이다.
이따금 기념식장에서 비둘기를 날려 보내는 행사를 본 일이 있은데, 아시아나 항공사에서도 비둘기를 날리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해서 까치를 들여온 것 같다. 이제 제주의 하늘을 뒤덮고 있는 무수한 까치떼를 어떻게 퇴치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즉흥적이고 일시적이며 생각이 짧은 아시아나 항공의 행동은 과연 어떤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인가?
까치를 섬멸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까치로 인해 과수원 피해를 당하고 있는 제주농민들에게 응분의 배상을 해야 하는 책임.......이것이 까치를 제주도에 무분별하게 들여옴으로써 제주도 자연환경과 생태계 교란을 야기시킨 아시아나 항공이 마땅히 짊어져야 할 운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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