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셰어링·행정인턴·청년 니트족 등 꼽혀

미국발 금융위기로부터 촉발된 경제침체로 취업시장 역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2009년. 올 한해 취업시장에서 가장 화제가 된 뉴스는 무엇일까.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 대표 이광석)는 ‘2009년 취업시장 10대뉴스’를 선정해 7일 발표했다. 인크루트는 올해 취업시장의 톱뉴스로 ‘잡셰어링 정책 시행’을 첫 손에 꼽았다.

# 잡셰어링 정책 시행
올 한해 취업시장에서 가장 위력을 떨쳤던 소식은 역시 잡셰어링 정책의 시행이다. 잡셰어링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존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이나 임금을 줄이는 대신, 신규고용을 늘린다는 근본 취지로 미국이나 유럽에서 실시했던 정책이다. 대규모 해고사태를 막고 신규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기됐으나 신입사원 위주의 초임 삭감과 잡셰어링 정책으로 만들어진 일자리 대부분이 인턴이란 점 때문에 논란도 적지 않았다. 노동시간 단축보다는 임금삭감에만 초점이 모아져 근로조건만 나빠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잡셰어링 정책으로 인해 많은 공기업과 대기업이 대졸초임 삭감에 나섰고, 적지 않은 인턴 일자리가 생겨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크루트의 대졸초임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대졸초임이 전년 조사에 비해 162만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잡셰어링 정책은 그 옳고 그름, 잘잘못을 떠나 2009년 취업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가장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킨 사건이라 할 수 있다.

# 대규모 행정인턴, 청년인턴 채용
잡셰어링 정책으로 인해 가시적으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인턴 채용의 폭발적인 증가다.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의 행정인턴을 비롯, 민간기업의 청년인턴에 이르기까지 올해 채용시장 자체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단연 인턴이다. 실제 지난 8월 인크루트가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채용계획 조사’에 따르면 정규직 일자리는 전년대비 13.3%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지만 인턴은 오히려 85.9% 증가할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정규직을 뽑는 곳은 드문 대신 인턴 채용공고는 즐비했다는 뜻이다. 행정인턴과 청년인턴은 기존 인턴제도와 달리 정규직에 연계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지적돼 왔다. 행정인턴, 청년인턴이 지속적으로 운영된다면 구직자에게 희망직무의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일정 수준의 경제력도 뒷받침 해 주는 등의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인턴과정이 끝나면 다시 실업자로 돌아가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과제로 남아 있다.

# 글로벌 경기침체로 유학파 취업유턴 급증
국제적인 경제위기는 유학파마저 고국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국내 취업을 위해 유턴하고 있는 유학파가 늘고 있다는 소식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인크루트가 지난 5월 해외에서 대학을 졸업한 유학파 구직자들의 신규 이력서 등록건수를 살펴본 결과, 전년동기(1분기)에 비해 55.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학을 하고 있는 현지 취업이 물론 최선의 선택이겠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여의치 않자 차라리 안정되고 익숙한 국내취업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유학파들의 이력서 등록건수가 크게 늘기 시작했다는 점은 유학파 유턴현상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것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특히 아시아 지역의 유학파들의 증가율이 97.9%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북미(50.2%)나 유럽/오세아니아(46.2%)에 비해 유학에 따른 프리미엄이 크지 않고, 현지기업 취업도 국내 기업 취업보다 나을 것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 30대 신입구직자 증가
올 들어 30대 늦깍이 신입구직자들이 크게 늘었다. 이제 30대가 신입사원 취업문을 두드리는 것이 낯선 풍경이 아닌 시절이 된 것이다. 인크루트가 최근 자사 사이트를 통해 신입사원으로 입사지원을 한 4년 대졸 구직자들의 입사지원 현황을 분석했는데, 전체에서 30대 입사지원자가 차지한 비율이 지난해 13.6%에서 올해 19.0%로 껑충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대졸신입 지원자 5명 중 1명은 30대였다는 뜻이다. 이 같은 30대 이상의 신입 입사지원자 증가는 한 두 번 이상의 휴학은 기본이 됐고, 졸업을 미루는 분위기가 확산돼 신입사원의 연령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3월 시행되기 시작한 ‘연령차별금지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27.0세였던 신입 지원자들의 평균 연령도 올해는 27.5세로 높아졌다. 올해 신입지원자는 지난해에 비해 6개월 가량 더 나이 든 구직자인 셈이다.

# 채용시장 바닥론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는 채용시장에도 어김없이 한파를 몰고 왔다. 올 하반기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의 밀도가 높은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인크루트의 채용계획 조사에서 채용에 나서는 기업비율이 35.4%로 인크루트가 같은 조사를 시작한 7년來 가장 낮은 비율을 보여 최악의 취업난을 예고한 바 있다. 채용규모 역시 전년대비 13.3% 감소가 예상됐다. 하지만 올 하반기가 채용시장 바닥이라는 예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록 하반기 초반 실시했던 조사에서 이 같이 최악의 모습을 보였지만, 상장기업 채용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채용시장 해동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이후에는 채용시장이 바닥을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수가 지난해 12월(-1만2000명)부터 올 5월(-21만9000명)까지 연속 감소했지만 이후에는 감소세가 한풀 꺾이거나 소폭의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10월의 경우 +1만명)

# 대학생, ‘낭만’ 실종, ‘스펙쌓기’ 올인
인크루트가 지난 6월 대학생들에게 방학 계획을 묻는 조사를 실시했는데, 방학 동안조차 많은 대학생들이 자격증 취득, 어학학습, 학점관리 등 스펙을 높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학까지도 스펙쌓기를 위해 쓰여지는 셈이다. 불황과 경기침체가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구직자 5명 중 1명(18.6%)는 어학연수를 계획한 것으로 드러난 올 초의 조사결과도 역시 스펙쌓기에 올인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지난 1월에는 대학생 10명중 4명은 취업준비를 위해 올해 휴학을 결심했으며, 이들 중 61.1%는 이미 휴학경험이 있는 중복 휴학자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 청년층 3분의1, 청년니트족
최근 전경련은 실업상태에 있거나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장기간 취업준비에 머무는 청년층을 ‘한국형 청년니트족’으로 명명하고 이들이 백만명에 이른다는 조사보고서를 낸 바 있다. 그런데 인크루트와 엠브레인EZ서베이의 공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런 한국형 니트족이 실제로 전체 청년층의 3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모았다. 한국형 청년니트족에 해당하는 ‘취업준비자(9.0%), ‘구직단념자(7.4%), ‘실업자(6.7%), ‘쉬었음 중 장래 취업의사가 있는 자(5.0%), ‘무급가족종사자(1.2%)는 모두 29.2%로 나타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34.0%)는 현 상황이 ‘의도적’이라는 것. 일부러 일하지 않는 청년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노동시장의 미스매칭이 청년니트족 양산의 근본 원인인 만큼 인력 수급불균형을 적극적으로 타개할 수 있는 고용서비스 사업의 확대 및 다각화와 같은 대책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 고용서비스 시장 확대
노동시장 또는 고용시장의 공급자(근로자)와 수요자(기업) 간에 적절한 결합을 돕는 서비스, 즉 고용서비스 시장이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독일의 취업알선 바우처 제도, 영국의 잡센터 플러스, 미국의 원스톱 커리어센터(One-stop Career Center), 일본의 헬로 워크(Hello Work), 호주의 센터링크(Centerlink)와 취업네트워크(Job Network) 등의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는 제도다. 일을 통한 복지(Workfare)’의 정책 기조 하에 적극적으로 공공고용서비스망을 구축해 운영하고, 과감한 민간위탁 등을 통해 효율화를 꾀하고 있는 선진국의 경향을 반영해, 최근 우리나라에도 공공서비스를 민간에 위탁하는 형태의 고용서비스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신입채용 줄고 경력1년차 채용 늘고
올해는 신입 뽑는 곳은 줄어든 대신 경력1년차를 찾는 기업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인크루트에 올라온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1년 차 경력자 모집이 차지한 비율은 지난해 18.5%에서 올해 29.2%로 약 10.8%p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27.0%를 차지했던 신입 채용공고는 불과 1년 새 20.1%로 7.0%p 가량 줄어들었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신입 채용에 따른 교육이나 업무 적응 기간에 대한 비용을 줄이고, 적은 비용으로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추세 때문으로 추정된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연구원은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과 공기업의 경우 신입채용을 자제하고 있고, 신입을 채용하는 경우에도 교육비용을 축소하고자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실무가 가능한 인재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불황으로 취업 사교육 시장 찬바람
불황과 경기침체가 취업사교육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인크루트가 신입 구직자 901명을 대상으로 ‘취업 사교육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30.3%가 최근 취업 사교육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 2007년 10월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는 51.8%가 취업 사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 것과 비교해 21.5%p나 감소한 것이다. 재작년 구직자 절반 이상이 취업 사교육을 받았었지만, 올해는 3분의 1 정도만 받고 있는 셈이다. 취업 사교육에 지출하는 비용도 줄어들었다. 이번 조사에서 취업 사교육 경험이 있는 273명의 1인당 한달 지출 비용은 평균 52만원으로 집계됐다. 2007년 조사에서는 1인당 평균 76만원이었으니 24만원 가량이 줄어든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역시 지난해부터 시작된 불황과 경기침체가 취업 사교육에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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