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상권 철회를 위한 '강정이 외치다!' 사우팅 콘서트가 13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열리고 있다. ⓒ뉴스제주

입지선정 10년, 공사 시작 6년만에 지난해 2월 26일 완공된 해군기지 모습을 드러냈지만, 강정주민들의 갈등은 여전하다.

해군기지가 완공된 만큼 갈등 국면을 해소하고, 상생과 화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지만, 정부(해군)의 구상금 청구로 해군지기를 반대하던 마을 주민들 간의 갈등까지 일고 있다.

34억 5000만원이라는 구상금을 마을주민들 별로 구분해 나누다 보니, 주민들 간 갈등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이번 대선에서 각 정당에게 '여야 정치권 공동으로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국책사업으로 이뤄진 해군기지 사업이고, 구상권을 무효화 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으로 풀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과 조기 대선이 가시화 되면서 제주해군기지 '구상금 청구'가 정치권에서 다시금 조명 받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안철수(국민의당) 등 제주에 방문할 때마다 제주해군기지 구상권 청구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말로만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정치권에서 관심이 멀어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론이 제기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제주의 3석이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석권하고, 16년만에 개원된 여소야대 국회가 공식적으로 해군기지 구상금 청구 철회 및 사면·복권 문제에 대해 정부의 전향적인 인식 전환을 촉구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지난해 8.15 특사 명단에서 보듯 강정주민들은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여소야대 정국이 된 만큼 '혹시나' 하는 기대는 있었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강정주민들에 대한 구상금 청구 철회는 제주의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 제주도당에서도 요청한 사안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처럼 큰 현안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선거가 끝나면 결과는 원점이라는 점이다.

강정마을회는 13일 오후 2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해군의 구상권 청구 문제 해결을 위한 '샤우팅 콘서트'를 개최했다.

   
▲ 제주해군기지 ⓒ뉴스제주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주민들 힘으로만 해결 할 수 없다. 나라를 운영하는 분들이 앞장서서 주민갈등을 해결하면 상생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보인다"며 정치권에 호소했다.

고권일 부회장은 "강정주민 문제만이 아니다. 제주에 수많은 개발사업이 성행하고 있다. 해상풍력에 반대 움직임이 일자 '반대하면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는 플랜카드가 걸렸다. 만약 법원 판결을 통해 강정주민들에게 구상권이 청구되는 사례가 발생하면, 앞으로 모든 사업마다 국가나 행정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다. 국민이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민주주의가 아닌 돈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며 도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은 "10년이 넘도록 아픔이 계속되는데 미안하고 안타깝다. 해군기지 구상권 철회와 관련해 165명의 의원의 서명을 받는 등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에서 보듯, 정치 세력 간 입장이 달라 어려움이 있다. 새누리당이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하면서 "정권교체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신용인 제주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정치 불신이 생겼다. 목숨 걸고하면 된다. 정치권에서 노력은 하는데 거기서 그친다. 독하게 마음먹으면 단번에 풀 수 있다. 표를 계산하니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 의원은 "지난 10년 동안 강정마을과 함께 아파왔다고 생각한다. 비판 할 수도 있지만 노력까지 매도해선 안된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강경식 제주도의원(무소속)은 "신 교수의 발언에 동의하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는 문제 해결을 위해 슬기롭게 논의하는 자리다. 위 의원 말처럼 탄핵 국면이고 당장의 진상규명은 쉬운 정치적 국면은 아니다. 정권이 교체되면, 관련 법률을 만들고 촉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해군기지 좋든 싫든 완공됐다. 도의원과 제주도 차원에서 진상조사와 공동체 회복 등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위성곤 의원은 "동의한다. 탄핵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의견을 나눠야 한다. 구상금 철회도 해군이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해군이 구상권을 철회하며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우려스럽다. 해군은 국가 폭력의 가해자다. 진상조사가 먼저다. 해군이 철회하지 않으면 제주도가 구상권을 떠안겠다고 해야 한다.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때도 말했는데 해군기지가 완공된 마당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국회와 정부차원의 진상규명을 하고, 도차원에서 공동체 회복과 트라우마를 해소하는 등 평화사업과 마을 발전 사업에 지원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도 차원 진상조사는 고민이 된다. 국회 또는 정부차원에서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진상조사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 현실에서 법률로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임의 조사밖에 안되지만, 충분히 해군과 정부에서도 입증 기회 주고 조사하면 된다. 조사를 해서 도차원에서 진상보고서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위 의원은 "국회 차원의 통과 가능성 여부 검토를 해야 한다. 완강히 거부하는 새누리가 있다. 법률 발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통과되는 것이 중요하다. 해군기지의 여러 문제 중 구상권을 분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했다.

이어 "지방의회는 정당 색깔이 많이 줄어들지만 중앙은 그렇지 않다. 말을 꺼내는 것 조차 불가능하다. 당 지도부 결정 하는 사항이라고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신 교수는 "구상권이 철회되려면 우리도 카드가 있어야 한다. 국가차원 진상은 확실하지만 힘들다. 제주도민 대다수가 구상권 청구는 심하다고 생각한다. 해군과 협상을 해야 한다. 그래야 일이 풀린다. 우리쪽에서 분명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대선 공약 중에서도 이상하게 변질되는 것을 한 두번 본 것이 아니다. 망연히 철회만 외치는 것은 이용만 당할 수 있다"고 했다.

강 의원도 "도의원 차원에서의 조례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 원희룡 지사가 흔쾌히 응한다는 확신도 없다. 현실적으로는 의회든 도든, 국회든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진상조사 시기에 맞춰서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의회 통과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우리로서는 카드가 있어야 한다. 진상조사 피해자 구제를 위한 진상조사다. 도의회 차원에서도 조례를 만들지 못하면 지는 싸움이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강정 주민의 아픔을 함께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위 의원은 "구호만 가지고는 해결이 안된다. 현재 삼성의 구상권 청구 외에 2차 대림 건도 있다. 이에 우리 의원실에서 재판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은 촉구 결의안 통과 시키는 것이다. 국방위와 새누리당에게 부탁할 것이다. 매듭의 근거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촉구 결의안이 중요한 카드라고 본다. 여야를 방문해서 본회의에 상정해 가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도의회 중간에 강정 해군기지 관여한 시기도 있고 소홀한 시기도 있다. 지금은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구상권 청구 풀어나가는 해가 돼야 한다는 많은 의원들의 생각이다. 전향적으로 고민하며 강정주민들이 아픔을 달래주는 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강정이 지역구인 현정화 제주도의원(바른정당)도 이날 토론회를 참관했다. 

현 의원은 2015년 1월 제주해군기지 행정대집행 당시 여야를 통틀어 제주도의원 중 유일하게 현장에 얼굴을 비췄던 의원이기도 하다.   

현 의원은 "지역구 의원으로서 이 자리에 서기에 쑥스러운 면도 있다. 하지만 구상권 문제는 제주도민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하는 숙제다. 중앙 정치권에서 해결해야하는 면도 있지만, 제주도의회를 비롯해 도민들이 성원을 보내 준다면 길은 있다고 본다. 구상권 문제가 잘 풀렸으면 한다. 끝까지 자리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강정의 한 주민은 "원인 제공이 국가에게도 있지만, 도와 의회 책임도 있다. 원인 제공자가 책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 의원이 국회에서 아무리 뛰어 다녀도 해결 할 수 없다. 이는 정권이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구상권 문제는 제주도가 껴안아야 한다. 이를 풀지 못하면 행정과의 갈등도 풀지 못한다"며 도와 도의회에 전향적인 모습을 주문했다. 

   
▲ 2009년 12월 17일 오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제267회 임시회가 개회한 가운데, 구성지 부의장이 민주당 도의원들의 이의제기 등을 듣지 않은채 제주해군기지 관련한 의안들을 통과 시켰다. 제주도의회 사상 첫 파행이며 날치기 동의안 통과 논란도 있었다. ⓒ뉴스제주

제주해군기지 구상은 최초 1993년 12월 합동참모회의에서 논의됐고, 화순·위미를 거쳐 2007년 강정해안이 부지로 선정됐다. 이후 2008년 9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제주해군기지를 민과 군이 함께 사용하는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하는 것으로 결정됐고, 2010년 1월 항만공사에 착공했다.

국방부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정부예산 1조231억원을 투입해 제주 강정해안에 함정 20여척과 15만톤급 크루즈선박 2척이 동시에 계류할 수 있는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건설한다는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왔지만, 논란이 컸다.

입지선정에 따른 절차적 문제점이다. 

문제가 확산되면서 김태환 제주도정 시절 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이 펼쳐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당초 해군은 강정이 아닌, 안덕면 화순을 해군기지 최적지로 선정했다. 그러나 지역주민의 반발로 위미로 옮겼다.

위미에서도 주민반대 의견이 많아 강정으로 옮겼고 전체 강정 마을주민의 10%도 안되는 주민들의 찬성 의견을 명분으로 강정마을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했다.

당시 김태환 도지사는 철저한 입지적 타당성 검토 없이 강정마을 해군기지 부지 선정에 동의했다.

뒤늦게 입지적 타당성, 환경적 타당성 등에 대해 평가가 이뤄졌지만, 졸속 평가였다는 여론이 많았다.

같은해 12월 17일 제8대 제주도의회 당시, 제주해군기지 절대보전지역 변경 동의안이 상정된 도의회 본회의에 도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안건 상정과 표결을 놓고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도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장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사태가 벌어졌고 결국, 수적으로 강세인 한나라당 의원들에 의해 통과됐다.

날치기 통과 논란으로 법정공방까지 이어졌지만, 대법원은 "환경영향평가 부실하지만 국방·군사시설사업실시계획승인을 무효로 할 만큼 심대한 하자가 있지는 않다"고 최종 판결했다. 

특히 변경처분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인 강정마을 주민들이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에 대해 다툴 수 있는 법률상 이익 자체가 없다는 이유로 각하하는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자, 강정 주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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