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재 쓰레기 줄이려면 시내면세점 현장에서 인도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

최근 제주국제공항 내 대합실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마구 버린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어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제주도는 소각장이 포화상태여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와중이다. 시민들이 불편을 겪으면서까지 요일제 배출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데, 한쪽에선 마구 버리기만 하고 있어 제주도정과 공항공사, 면세점 업계가 비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관광객들이 늘면서 면세점 업계와 공항공사의 매출이 늘고 있으니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할 것이 아니냐는 소리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하민철)는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보고자 23일 관계부처와 유관기관, 면세점 업체 관계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간담회를 개최했다.

   
▲ 지난 12일 제주시민이 촬영해 SNS에 올린 제주국제공항 대합실 현장. 중국인들이 버린 쓰레기로 아수라장이 됐다. ⓒ뉴스제주

이 자리에서 대책을 논의하던 도중 놀라운 사실이 나왔다.
사실 제주국제공항에서 발생되는 쓰레기의 90%가 면세점 인도장에서 나온다는 점이고, 그 90% 중 70%가 제주에서 구매한 것이 아닌, 서울에서 구매된 것이 제주로 내려와 인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을 경유해 제주로 내려와 관광을 마친 뒤 자국으로 돌아갈 때 인도받는 면세품의 70%가 서울 지역에서 구매한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주오연 한국면세점협회 사무국장은 "서울에서 내려오는게 70% 가량된다. 이게 항공편으로 내려오다보니 운송과정에서 파손우려 때문에 에어캡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게 문제"라고 실토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면세물품을 공항이나 항만이 아닌 시내면세점 현장에서 인도받을 수 있도록 법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태수 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운영단장은 "관세법 상 현재 면세품들은 공항이나 항만에서만 인계받도록 돼 있는데 그 이유는 시내서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제주도가 특별자치도이고 앞으로 자유무역지대로 성장하기 위해선 여권과 항공권을 가진 방문객에 한해선 현장(시내면세점)에서 인도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선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태수 단장은 "그런데 이 방안은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 1∼2년 내로 해결보지 못할 것"이라며 "하지만 시내면세점에서 물품이 인도되면 포장지가 필요 없게 돼 쓰레기량이 크게 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허나 지적한대로 관세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주오연 사무국장은 "지난해에 현장 인도를 활성화하려고 했다가 일부 관광객이 외부로 유출시켜 버려 문제가 커졌다. 결국, 관세청이 막아버려서 빠른 시일 내에 이 방법으로 제도개선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 사무국장은 "벗겨낸 에어캡들을 행낭(면세품들을 담는 큰 가방)에 담아서 이를 다시 돌려보낼 수 있게끔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서울에서 구매된 면세품들은 행낭에 담겨져 제주로 내려오게 되는데, 관광객들이 면세품을 인도받고 나면 이 행낭은 그냥 빈 채로 다시 서울로 돌려보내지고 있는 상태다. 어차피 서울로 되돌려보내질 것이니 거기에 포장재들을 담아서 재활용해보자는 의견이다.

이와 함께 김태수 단장은 "1단계 개선과제로 청소인원을 21명으로 늘렸고, 인도장 1곳과 보세창고 2곳을 추가해 인도장의 면적을 600㎡ 더 확장할 예정이다. 국제선 출발 계류장도 30분 더 일찍 개방해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을 줄여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내년 하반기에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이 확장되면 3층에 있던 국제선 출국장을 2층으로 이전 재배치할 계획도 밝혔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23일 제주국제공항 내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면세점 업계 관계자들을 한데 불어 모아 간담회를 가졌다. ⓒ뉴스제주

이러한 의견에 대해 유영준 호텔신라 물류그룹장은 "사업자 입장에서도 현장인도 방법에 대해선 100% 찬성하며 추진되길 바란다"며 "신라에선 포장 간소화를 시행 중에 있는데도 공항이 그렇게 된 건 중국인들이 급격히 몰리다보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유영준 그룹장은 "토산품은 현재 현장 인도가 가능하지만 공항에서 인도받을 수도 있어서 쓰레기가 더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현장 인도가 가능해지만 상당 부분 해소되겠지만 관세법 개정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 현재로선 현장에서 바로 치우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답했다.

윤남호 롯데면세점 부점장은 "심각한 문제다. 면세품의 60∼70%가 국산 화장품류인데 이게 항공보안법에 의해서 액체류 봉투에 담겨져 운송되고 있다. 미주나 일본 노선에 비해 중국 노선에선 이에 대한 단속이 심하지 않아 항공보안법 개정을 통해 이 봉투 사용하는 것을 없애면 문제가 조금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양보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이번 현상을 계기로 원인자 및 수요자부담원칙으로 쓰레기 다량 배출사업장에 대한 요금 현실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신라나 롯데에선)포장재를 다시 재사용이 가능한 형태로 디자인해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경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70%가 외부에서 제주로 반입되는 것이니 한국면세점협회 차원에서 인도장을 외부에 별도로 만들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며 "쓰레기 배출량 뿐만 아니라 구간별 할증제도를 도입해보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고정식 의원(바른정당)과 홍기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쓰레기 다량 배출업소에 대한 비용을 더 현실화해야 할 것과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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