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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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배부되는 내년도 수첩이나 외국 다닐 때 제시해야 하는 여권 등을 받아 보면, 뒷장에개인 비망록 칸이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나도 개인비망록 칸에 내 신상이나 소유하고 있는 카메라의 종류 등을 기록해 본 적이 없다.

몇 년 전 천주교 제주교구에서 일생을 바쳐 선교하던 아일랜드 출신 원 요안 신부님 선종 10주년을 맞이하여 몇몇 교유들과 아일랜드에 가서 추모미사를 드리자고 의견이 모아져 제주도를 출발했다. 이왕 해외로 나갈 바에는 아일랜드 근처의 영국,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동 유럽 여러 나라를 구경하자고 약속하여 떠났다. 어쩌면 프랑스와 포르투칼에 있는 성지인 루르드와 파티마에 들려볼 욕심으로 아일랜드의 원 요안 신부님 묘소를 방자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여행이 끝나고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국제공항을 거쳐 귀국길에 오르게 되었는데 네덜란드까지 가고도 헤이그를 들르지 않는다니 너무 서운했다. 헤이그에는 우리 나라 이준 열사의 혼이 서려 있는 곳이고, 이준 열사 기념사업회를 맡아 운영하고 있는 서울상대 동창생 이기항씨가 살고 있는 곳이어서, 꼭 그 곳에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 여정에서 안 간다니 서운했다.

도저히 그냥 모른 척하고 올 수가 없어 전화로 목소리라도 들으려고 이기항 씨에게 연락을 했다 . 친구는 헤이그에서 암스테르담 국제공항으로 달려올 터이니, 얼굴만이라도 보고 헤어지자며 공항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나를 제외한 우리 일행은 모두 출국 수속을 마쳤고, 비행기 출발 시간은 다가 오는데 친구의 도착은 늦었죠 나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친구가 헐레벌떡 뛰어 오면서 교통체증 때문에 늦었다고 말했다. 대학 재학시절에도 형제같이 사이좋게 지내던 동창을 오랜만에 해외에서 만났으니 반갑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워낙 시간이 촉박하여 기념사진 한 장만 같고 찍고, 그가 들고 온 선물만 받아 출국장으로 뛰어가며 손을 흔들어 작별을 고했다.

비행기 탑승장까지 어찌나 멀던지, 단거리 육상선수가 전력질주하듯 달려 겨우 도착했다. 비행기에 막 탑승하려다 보니, 검색대에서 카메라를 놓고 온 것을 그제서야 알아차렸고, 다시 카메라를 가지러 되돌아갈 시간은 없었다. 항공사 직원에게 카메라를 검색대에 두고 온 것을 말했더니 연락해 보고는

“카메라가 발견되었으니 염려마세요.”

하고 안심시켜 주었다.

그런데 잠시 후 카메라의 종류와 제품 일련번호를 알려달라고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는 다녔지만, 무슨 종류였는지, 제품 일련번호가 그속에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정확히 그것을 말하지 않으면 엉뚱한 사람이 그것을 자기 물건이라고 주장할 지도 모르기 때문에, 진짜 카메라의 주인인 것을 확인하려면 카메라의 종류와 번호를 말해야만 보내준다고 해서 카메라를 되찾는 일을 거절당하고 말았다. 방금전에 통과해 온 사람이라고 아무리 사정해 봐도 요지부동이었다.

당연히 카메라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리운 친구와 단 한 장 찍은 기념사진은 물론이고, 네덜란드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들마저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이런 경험을 통하여 자기 소유의 모든 것을 개인비망록에 절저히 기록해 두는 것을 습관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등에 모든 기록을 저장해 둘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스마트폰 마저 잃어 버리면 그야 도리가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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