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69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참가한 유족들이 헌화와 분향을 하고있다. ⓒ뉴스제주

4.3 유족들은 제주 4.3에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책임자의 반성 등이 이뤄지길 갈망하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과 협조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매해마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4.3행사에 방문하며 완전한 해결 등을 약속하고 있지만, 공염불에 그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결과가 없었던 것만은 아니다. 4.3 특별법 제정과 진상보고서 채택, 평화공원 조성, (노무현)대통령 사과 등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들어서 오히려 퇴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2014년 4.3희생자추념일이 국가기념으로 격상됐지만, 지금까지도 수천 명의 영혼들은 행방불명자로 남아있다.

유일한 4.3관련 공식문서인 '수형인명부'와 명부에 등재된 2530명의 희생자에 대한 진상조사도 요원한 상태다.

가족 중 누군가 '4.3'에 연루되거나 죽었다는 이유만으로 '반공세력' 으로 낙인찍히고 연좌제 사슬에 매여 평생 고초를 겪어왔던 시절도 있다.

4.3 수형인들은 뒤늦게 희생자로 선정됐지만, 여전히 범죄자라는 주홍글씨가 따라 붙어 보수단체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2015년 3월 국회에 대한 총리답변을 통해 4·3희생자 유해 신원확인을 위한 예산확보 등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1948년 4.3 사건 당시 제주도민들의 행방불명 실태는 군법재판과, 일반재판에 의한 육지형무소에서의 행방불명과 한국전쟁시기의 예비검속 행불, 토벌대의 진압작전과 충돌과정에서 무수한 도민들이 제주의 들판에서 희생됐거나 시신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해를 발굴하더라도 유전자 감식을 위한 유해 시료가 자연분해되는 등 시간이 지나면서 감식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국비가 중단되자 제주도가 2014년부터 지방비를 투입해 유전자 감식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제69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가운데 한 4·3 유족이 위패봉안소를 찾아 기도를 하고 있다. ⓒ뉴스제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오늘(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69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4.3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 문제를 비롯해 4.3 희생자 및 유족 심의·결정 상설화, 4.3수형인에 대한 명예회복, 4.3 행불인에 대한 유해 발굴 등 남은 과제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며 정부에 촉구했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은 추념사를 통해 "정부는 지금까지 제주도민 여러분과 함께 4.3 사건의 진상규명,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회복, 추모사업 추진 등에 노력했다. 앞으로도 희생되신 분들의 뜻을 기리고 유가족 분들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노력하겠다"며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  

제주 4.3은 화해와 상생을 추구한다. 이는 용서와 화합의 정신이 근간이다.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의 용서와 관용이 선행돼야 하고, 대승적 차원으로 화합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는 가해자의 진성성 있는 자세와 도의적 책임의식이 필수적이다. 국가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절대적 피해자인 국민들의 아픔과 슬픔을 감싸주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이날 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이 황교안 대행의 면전에 대고 "유감이다"라며 직격탄을 날린 이유다.

양 회장은 "암울했던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인권침해의 중대과실을 범한 국가가 피해자에게 법적인 배·보상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동안 간과했던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겸허히 수용해 4.3해결의 장으로 진성성 있게 다가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제69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가운데, 4.3 희생자 유족인 안옥생 할머니가 아버지와 오빠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비를 찾아 절을 올리고 있다. ⓒ뉴스제주

이날 4.3평화공원 내 안치된 추모비에는 대부분 백발 노인들이 찾았다. 이들 모두 부모와 형제의 유해 조차 찾지 못한 사람들이다.

4.3 사건 당시 아버지와 오빠를 잃었던 안옥생(80) 할머니는 <뉴스제주>와 인터뷰에서 "왜 잡아갔는지, 왜 죽어야만 했는지 70년이 다된 지금까지도 이유를 모른다. 내가 살아 있을 때 유해만이라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70여년 전 사건에서 희생된 만큼, 희생자 자녀(유족)들은 안옥생 할머니와 같은 백발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이들이 생전에 유해를 찾아 70여년 동안 가슴에 맺힌 한(恨)을 풀고 따뜻한 4월의 봄을 맞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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