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나무 숲학교 5월 27일 개교, 다문화가정 자녀 10명으로 출발

최근 전 세계적인 교육 트랜드는 과거로의 회귀를 지향하고 있다.

컴퓨터나 휴대폰, TV가 없던 옛 시절엔 누구나가 산과 들, 계곡, 숲에서 놀았다.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만 손에 쥐고 있으면 굳이 산에 오르지 않아도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는 세상이 됐는데, 오히려 교육현장은 다시 자연이 숨쉬는 '숲'으로 향하고 있다.

컴퓨터 하나만 있으면 모든 과제가 해결되는 시대에 현장학습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스마트폰은 그 즉시 답을 알려주지만, 어떻게 해서 그 답을 찾아낼 수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즉, 컴퓨터는 인간이 사유해야 하는 흐름의 능력을 차단한다.

현 시대는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자동차가 알아서 주행하는 첨단의 시대다. 아직 완전한 인공지능은 아니지만 '알파고(Alphago)'를 필두로 한 AI(Artificial Intelligence)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 생명나무 숲학교 활동복을 입은 어린아이들. ⓒ뉴스제주

허나 아무리 AI가 발달해도 인류의 도덕적 문제까지 컴퓨터가 대신할 수 없다. 자율주행으로 인한 사고의 책임은 AI가 질 수 없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인간이 해야 한다.

결국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야 하는 건 사람이다. 그 능력은 이론으로 익히는 '갇힌 교실'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는 '현장'에서야 길러질 수 있다. 그래서 전 세계의 교육학자들은 아이들을 교실에서 밖으로 나돌아다니게끔 하고 있다.

특히 그래서 스펀지처럼 습득이 빠른 어린아이들 시절엔 전인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그렇다고 컴퓨터를 아예 안 할 순 없다. 그 대안으로 아이들의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데 가장 효과적인 장소가 바로 '숲'이다.

그저 단순한 숲 구경에 그쳐서는 안 된다. 또래의 여러 아이들과 주어진 과제를 풀어 나가는 과정 속에서 교과서와 컴퓨터로부터 배울 수 없는 수많은 감각을 온 몸으로 체득할 수 있게 된다.

   
▲ 생명나무 숲학교를 설립한 박민수 목사. ⓒ뉴스제주

# 생명나무 숲학교, 아이들을 위한 미래

제주이주민센터에서 근무해오던 박민수 목사(46,믿음교회)는 지난해 5월부터 다문화가정의 자녀들과 어떻게 하면 주말을 잘 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지내던 부모들 중 한 명이 한국사회(제주사회)에 채 적응하기도 전에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다. 그로 인해 자녀들은 언어발달 지연과 함께 지역사회 내에서의 편견, 차별로 인해 많은 상처들을 훈장처럼 달고 산다.

그 면면을 직접 목도해왔던 박 목사는 아이들만큼이라도 다른 일반 가정과 다르지 않게 이끌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다 올해 TV를 통해 우연찮게 독일의 숲학교 시스템을 목격했고, 마침 숲학교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제주서 개최되면서 교육을 받고 '생명나무 숲학교'를 설립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큰 뜻이 아니다. 그저 아이들이 행복하고 즐겁게 놀면서 서로가 배려하는 마음을 쌓고 자연속에서 창의적 사고가 길러지길 바랄 뿐"이라며 "기상악화로 나가지 못하는 때를 빼고 무조건 숲에서 활동하게 하면서 아이들 스스로가 자기 삶을 이끌어 가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김철민 제주랩테크 대표가 생명나무 숲학교에 다니게 된 아이들에게 일일이 활동복을 전해주고 있다. 활동복은 김 대표가 제작해 무상으로 제공됐다. ⓒ뉴스제주

생명나무 숲학교 개교식이 지난 5월 27일 믿음교회에서 진행됐다.

사회를 맡았던 제현우 사관은 "우리 아이들이 들꽃처럼 아름답고 건강하게 성장해서 사회구성원이 되길 소망하는 마음으로 숲학교를 개설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날 개교식에 참석한 김병기 목사(제주광림교회)는 "아이들에게 빛을 잘 쏘아주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더 밝게 빛날 것"이라며 "생명나무 숲이 다음 세대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 믿는다"고 격려했다.

아이들의 활동복을 직접 제작해 무료로 제공한 김철민 제주랩테크 대표 또한 아이들에게 "잘 입어주고 명랑하게 커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제주시 산림과에 재직 중인 이창흡 사무관은 "제가 도청을 대표해서 온 건 아니지만 20세에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35년째 산림부서에서만 근무 중인 공무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이날 생명나무 숲학교 개교를 축하했다.

이 사무관은 "9급 때 심은 나무가 지금은 아름드리 나무가 됐다. 어릴 때는 그냥 산에서 놀았는데 지금은 그것이 교육이라고 해서 나오니 꿈나무들을 산에서 뛰놀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며 "아이들을 숲으로 이끌어 줘서 감사드린다"고 표현했다.

김산옥 제주이주여성쉼터 소장은 "저도 농촌에서 자랐는데 어렸을 때 산에소 소꿉놀이하면서 도토리 따던 기억이 난다"며 "지금은 아스팔트에 밀려서 이젠 일부러 체험하러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이런 기회를 아이들에게 제공해줘서 감사하고, 새싹이 자라서 아름드리 나무가 되는 아이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한용길 제주이주민센터 사무국장은 박 목사를 향해 "2007년부터 이주민센터에서 근무해오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한 길만을 걸어오신 분"이라며 "아이들에게 생명을 부여할 수 있는 나무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아이들이 좋은 에너지를 받아 훌륭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생명나무 숲학교는 오는 6월 3일 한라생태숲 탐방을 첫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운영된다. ⓒ뉴스제주

생명나무 숲학교는 비영리기관으로 박 목사가 이끌고 있는 믿음교회와는 별개로 운영된다.

매주 토요일마다 숲으로 나가 탐색하고 자연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매월마다 한 장소를 정해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된다. 한라생태숲이나 방선문계곡, 사려니숲, 여러 오름 탐방이 계획돼 있으며, 총 24명 모집 계획에 현재 10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모집대상은 만 6세 이상의 아동이며, 다문화가정의 자녀든 아니든 관계 없다. 오는 6월 3일에 한라생태숲으로 첫 출발한다.

헌데 문제는 운영비다.
학부모로부터 별도의 참가비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점심과 차량이동 등 모든 운영비를 후원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박 목사는 "어렵겠지만 우선은 후원자 개발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 목사는 "강압적인 교육으로는 아이들의 잠재능력을 키울 수 없다"며 "숲학교는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목표여서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도와 연계시켜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해 나가는 시스템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생명나무 숲학교 개교식에 참석한 관계자들과 아이들. ⓒ뉴스제주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