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문광위 "뮤지컬 제작은 좋은데 기본 인프라 없이 해봐야..."

제주시가 이번엔 뮤지컬 제작사업에 손을 댄다.

제주도민의 문화향유권을 확대하고자 추진되는 사업으로, 제주시가 7억 원의 예산을 들여 유명 극작가를 모셔와 '거상 김만덕'에 대한 이야기를 모티브로 뮤지컬을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마땅히 환영받아야 할 사업이지만 이와 비슷한 과거 사례를 놓고 보면 마냥 응원해 주기엔 미덥지 않은 구석이 없지 않다.

   
▲ 제주시가 7억 원의 예산을 들여 거상 김만덕을 소재로 한 뮤지컬 제작에 나선다고 밝혔다. 아래 사진은 제주특별자치도가 3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들었던 오페라 '라'. 흥행에 실패한 뒤, 예산 운용에 부적절함이 드러나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뉴스제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위원장 김희현)는 6월 13일 제352회 정례회 제1차 회의를 열어 '제주의 문화예술을 알리는 뮤지컬 제작 사무의 민간위탁 동의안(제주시 문화예술과)'을 심사했다.

이 자리에서 이선화 의원은 "뮤지컬 제작시도는 행정에선 처음인데 과거 사례만 놓고 보면 심히 우려된다"며 "2002년에 제작한 '백록담' 오페라는 당대 최고 극작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데 지금은 저작권이 사라졌고, 3억 원 들인 '라' 오페라도 예산운용 때문에 시끄러웠던 바가 있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최근 대형 뮤지컬이 트랜드라 해서 만덕 이야기를 접목시켜보려는 것 같은데 도내 교향악단이나 무용단과는 어떻게 할 것이냐. 제2의 백록담 사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문경복 제주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프로 뮤지컬과 도내 합창단 및 무용단을 참여시켜 제주가 이양받는 '투 트랙' 형식으로 추진된다"고 밝혔다.

문 국장의 설명에 의하면, 제주시는 올해 12월에 5회 정도를 공연할 것을 목표로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추진 중에 있다.

이 의원이 "현재 대본도 없고 총감독도 없는데 12월에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하자, 문 국장은 "4년 정도의 중기계획을 가지고 계속 추진할 사업"이라고 답했다. 올해 말에 초연을 선보이고 2020년까지 공연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위원장 김희현) 소속 의원들. 왼쪽부터 이선화, 김태석, 김명만, 김희현, 김동욱 의원. ⓒ뉴스제주

김태석 의원은 "의욕은 좋은데 대규모 뮤지컬 공연을 봐 오던 관광객들의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겠느냐"며 "잘못 만들면 두 번 다시 사용하지 못할 콘텐츠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자 문 국장은 "현재 뮤지컬에서 1위 작품을 쓴 작가를 섭외해 구상 중에 있다"며 "다소 예산은 적지만 질적 승부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의원은 "1년 밖에 안 남은 원 도정에서 대형 프로젝트로 추진하다가 브랜드 정착화하지 못하면 자칫 다음 정권에서 진행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면서 제주시가 아닌 제주도정에서 추진해야 할 사업이라고 제언했다.

김명만 의원은 "좋은 작가와 좋은 배우를 갖고서도 성공하기 힘든 것이 뮤지컬"이라며 "현재 대형 뮤지컬을 선보일 공간이나 그걸 연출할 기본 인프라도 갖춰져 있지 않은데 무리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아무리 좋은 소재라도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면 좋은 작가와 배우가 무슨 소용이냐"며 "성공하길 바라지만 기본도 갖추지 않은 채 추진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거듭 우려를 나타냈다.

김희현 위원장도 "제주시에서 의지를 가지고 하려는 건 알겠는데 상설화 시키려면 공연장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추후에 어떻게 예산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검토하라"고 당부했다.

김동욱 의원은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려면 계속 육지에서 데려올 수밖에 없다"며 제주시의 시도 자체를 응원했다.

김 의원은 "저변을 높이는 기회가 된다면 상설화를 해야 한다. 상설화만 되면 다른 프로그램도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것"이라며 "섣불리 추진하면 설익은 사업이 될 수도 있겠지만 멍석을 깔아줘야 제주예술인들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와 관련한 토론회 개최 등을 제안했다.

한편, 문광위는 '제주의 문화예술을 알리는 뮤지컬 제작 사무의 민간위탁 동의안(제주시 문화예술과)'을 원안가결로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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