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발생 차량 억제 없이 전기차만 늘렸다고 탄소제로섬 되나
제주자치도, 전기차 인프라 확충 지적에 궁색한 '동문서답'만...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2013년부터 추진한 전기차 보급정책이 4년여가 흐른 지금에도 보급 초기에 지적됐던 문제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어 문제다.

가장 대표적인 지적이 전기차 충전 인프라다.
제주자치도는 제주 전역에 5540개의 충전기를 보급 또는 설치했다고 밝혔다. 숫자로만 보면 꽤 나름대로 괜찮은 인프라 구축을 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전기차 충전의 불편함은 '5540기 보급'이라는 큰 숫자의 위험에 철저히 가려져 있다.

   
▲ 제주자치도는 도내에 5540개의 전기차 충전기가 보급됐다고 밝혔지만, 실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충전기는 637개 뿐이다. 그 중에서도 급속충전기는 아직 300개가 전부다. 전국적으로도 개방형 급속충전기는 1300개 밖에 없다. ⓒ뉴스제주

실제 5540개의 충전기 중 대부분은 충전하는데 수 시간이 걸리는 완속충전기로서, 4517기가 홈충전기로 보급돼 있다. 즉, 전기차를 구매한 가정에서 확보한 충전기라는 얘기다.

문제는 일반 주유소처럼 관광객이나 도민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외부 충전소가 별로 없다는데 있다. 개방형 충전기는 제주도내에 637기가 보급됐다. 그마저도 충전하는데 20∼30분이 소요되는 급속충전기는 300기 뿐이다.

300기의 급속충전기들은 제주 전역에 분포해 있는 관공서와 관광지 등을 중심으로 보급됐다. 보급 초기엔 대부분 각 장소마다 1기씩만 설치됐다. 이러다보니 급하게 충전하러 도착해보면 이미 다른 전기차가 충전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후 제주자치도는 도 본청에 6기의 급속충전기를 설치하고, 도내 약 10곳에 걸쳐 3∼5기의 급속충전기를 집중으로고 갖춰나갔다. 즉, 휘발유 차량의 주유소와 같은 기능을 하는 곳이 제주 전역에 걸쳐 아직 10곳 뿐이라는 점이다.

제주에 전기차가 보급된 건 지난 2013년부터다. 올해 현재까지 총 7000여 대가 보급됐으며, 보조금으로 3260억 원이 투입됐다. 2260억 원은 국비며, 1000억 원 정도가 지방비, 제주자치도의 세금으로 충당됐다.

이렇게 많은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충전소 인프라 구축은 더디기만 하다.

이 점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들은 제주자치도가 전기차 보급 목표 물량을 맞추는데만 급급한 나머지 인프라 구축에 매우 소홀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 23일 진행된 제주도의회 예결위 심사에서 전기차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안창남, 고정식 의원. ⓒ뉴스제주

특히, 전기차 보급은 제주자치도의 '탄소없는 섬(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다. 탄소를 줄이기 위해선 전기차가 보급되는 물량만큼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휘발유나 경유 차량들을 줄여 나가야 하는데도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경학)가 23일 제주자치도의 2016년도 결산안을 심사하는 자리에서 여러 의원들이 전기차에 대한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안창남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보급대수만큼 경유차나 휘발유차가 감소돼야 하는데 그런 효과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제주자치도 고상호 경제통상산업국장은 "올해부터 감차하는 차에 한해 전기차 구매보조금으로 100만 원이 추가 지원된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대부분의 전기차 구매자들이 전기차를 세컨카 개념으로 구매하고 있다"며 "아무 대책없이 구매지원만 하다보니 차량만 늘어나고 있는 것이 카본프리 아일랜드 정책과 맞는 것이냐"고 쏘아 붙였다.

이어 안 의원은 "탄소제로 섬 만들겠다면서 지방세 1000억 원이나 투입됐지만 실제 효과는 없다. 이게 현실"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전기차 생산 국내업체들이 제주를 테스트베드로 여기고 판매하면서 정작 제주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고 국장은 "현대차가 리스로 지방세에 기여하고 있다"는 다소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안 의원은 "그게 전기차와 무슨 상관이냐"며 "현대가 전기차 관련 사업을 일으키거나 부속공장을 짓기라도 했느냐"며 테슬라 기업의 예를 들었다.

테슬라는 자사의 전기차 보급을 위해 급속충전기를 곳곳에 설치한 뒤 이를 무료로 충전할 수 있게 하는 '슈퍼차저' 시스템을 갖춘 뒤, 차량을 판매했다.

   
▲ 가장 최근에 발표된 전기차. 한국GM 쉐보레의 볼트EV. ⓒ뉴스제주

이어진 지적에도 고 국장은 "아직 초기 시장이다보니 보조금 정책을 쓰고 있지만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갈 것"이라거나 "전기차 보급사업은 미래 먹거리 사업이기 때문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또 다시 질문과는 상관없는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

고 국장이 재차 "탄소없는 정책을 위해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하자, 안 의원은 "탄소 없는 섬 만들려면 우선 휘발유차를 먼저 줄이겠다고 해야지 그렇게 답하면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고정식 의원(바른정당)은 "제주관광 발전을 위해 쓰여져야 할 관광진흥기금이 기하급수적인 전기차의 보급목표를 맞추기 위해 쓰여지고 있는 것도 문제고, 주유소를 만들어 놓고 팔아야 늘어날텐데 보급만 밀어부치는 이유가 대체 뭐냐"고 질타했다.

이에 고 국장은 "전기차 보급을 넘어 연관산업도 늘리려 용역도 하고 있다"며 즉답을 하지 않고 다른 답변을 꺼냈다.

또 고 의원이 "지금 용역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현재 전기렌터카가 2000대나 보급돼 있는데 이 차들이 충전할 데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니냐. 어디 동사무소나 도청 가서 충전해야 하느냐"고 지적하자, 고 국장은 '렌터카에 전기차를 보급하는 이유'만 설명하려 했다.

이어 고 의원은 "사용자들이 많아지면서 불평불만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 이유를 모르냐"고 꾸짖었고, 고 국장은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고 의원은 "알고 있으면 인프라 구축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제주 동서로 몇 장소씩 고속충전기를 집중 설치해서 차 한 잔 마시면서 쉬는 동안에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 시설 갖추라고 그만큼 누누이 말해 왔는데, 관광객들이 1시간 충전하려고 기다리겠느냐"고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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