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들 "제주에만 있는 교육 특례조항, 왜 살리지 못하나" 지적에
이계영 부교육감 "전국적 봐야... 교육과정 특화엔 한계 있다"며 망설여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을 상대로 한 예결위 심사나 행정사무감사에서 매번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메뉴는 '제주특별법 교육 특례조항'에 대한 지적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경학)가 6월 26일 제주도교육청을 상대로 진행한 2016 회계연도 결산안을 심사하는 자리에서도 도교육청은 '특례조항'과 관련해 많은 의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 왼쪽부터 좌남수, 박원철 의원과 김광수 교육의원. 이들 도의원은 26일 제주도교육청을 상대로 제주특별법에 명시돼 있는 교육 특례조항을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뉴스제주

도교육청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좌남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역시나 이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좌 의원은 "교장 공모제 빼고는 활용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제주특별법에 명시된 교육 특례조항은 제216조 '학교 및 교육과정 운영의 특례'에 있다.

좌 의원은 이 특례조항을 이용하면 현재 영어교육도시에 조성된 국제학교에 버금가는 학교를 만들 수 있다며 특목고 보다 더 나은 제도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좌 의원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특례조항에 의하면, 제주도교육감은 학칙이나 교직원 정원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선 대통령령이 정한 바에 따라야 하지만 제주에선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또한 교장과 교감을 자격증이 없는 민간인이 맡을 수도 있으며, 교육과정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방학을 한 학기에 몰아서 몇 달씩 정할 수도 있고, 학년의 시작을 꼭 3월 1일에 하지 않아도 된다. 초등학교가 꼭 6년, 중·고등학교가 3년 과정이 아니어도 되고, 학년제가 아닌 다른 시스템으로 학생들의 진급을 정해도 된다. 이렇게 타 시·도와는 차별되는 특별한 조항이 총 98개나 있다.

   
▲ 제주특별법에 명시된 교육 특례조항. ⓒ뉴스제주

좌 의원은 이런 조항들을 적극 활용할 것을 도교육청에 꾸준히 주문해왔다. 허나 그럴 때마다 도교육청은 난색을 표해왔다. 이날 자리에서도 이계영 부교육감은 기존 도교육청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는 답변으로 응수했다.

좌 의원이 "지금 특목고가 존폐기로에 서 있는데 이 제도를 연구하면 제주교육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하자, 이 부교육감은 "교육과정의 변형은 단순하지 않다"며 "전국적으로 보면서 해야 할 부분이 많다. 교육과정 특화에도 한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박원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특례조항에 대해 도교육청에선 '특별하게 운영할 사유가 없음'이라고 판단하고 있던데, 이번 추경에 편성된 신규사업들만 보더라도 아이들의 창의력이나 상향평준화 노력에 대해선 상당히 불만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이 부교육감은 "여러 특례를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제주가 대한민국에서 완전히 고립된 곳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완벽히 독립적으로 가져가긴 어렵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특례를 도민들이 만든 게 아니다. 제주가 선행적으로 교육과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해보겠다고 해서 교육 관계자들이 만들었던 것"이라며 "그런 미션을 준 건데 자꾸 하향평준화를 하려고 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 이계영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부교육감. 의원들의 특례조항 집중포화 지적에 '제주교육의 한계'를 운운하며 기존 도교육청의 입장에서 한 발자국도 달라진 자세가 없음을 보여줬다. ⓒ뉴스제주

이 부교육감이 "교사들을 국제학교에 보내면서 내부적으론 그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하자, 김광수 교육의원은 좀 더 강한 비판논리를 전개하며 파고들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에도 같은 내용을 주문했고, 교육청에선 준비하고 있다곤 했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다"며 "(영어교육도시)국제학교처럼 제주에 특례조항을 도입한 학교 만드는데 270억 원이면 된다. 지금 돈이 모자라는 건 아니잖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자꾸 교육의 한계를 말하는데 그런 생각으론 안 된다. 그렇게 볼 거라면 교육의원도 필요없고 제주형 자율학교도 필요없다"며 "다혼디 배움학교로 지정해서 돈 4000만 원 더 쓰고 평교사를 교장으로 임명하는 거 밖에 더 있나. 그게 제주형 자율학교냐"고 힐난하면서 "지금이라도 T/F팀을 꾸려서 연구해 볼 생각이 없느냐"고 제안했다.

이 부교육감은 "전혀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교육과 관련된 여러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고려해서 해야 한다. 국제학교 같은 것을 공립학교로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저도)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니 시작이라도 해보라는 거다. 이게 내일 당장 뚝딱 되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안 그러면 해매다 예산 심사할 때마다 이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럼에도 이 부교육감은 "신경쓰고 있다"는 답변으로만 대신할 뿐 도의원들의 요구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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