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위에서 권고한 '31개 선거구 증구'가 '큰 소득'이라고?

제주특별자치도의 선거구를 내년 지방선거에 앞둬 반드시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주자치도가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권고한 사항을 두고 '큰 소득'이라고 자평하고 있어 황당함을 주고 있다.

최근 제주자치도는 원희룡 지사를 비롯 지역 국회의원과 신관홍 의장 등 3자 간 회의를 거쳐 선거구획정 방향을 재설정하게 되면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3자간 협의체가 동의하에 도민 여론조사를 다시 실시했고, 그 결과 비례대표 의원 정수를 축소키로 하면서 종전의 비례대표 수가 7석에서 4석으로 줄어버렸다. 이 때문에 정의당과 녹색당, 노동당 등의 군소정당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 제주특별자치도가 선거구획정과 관련한 논란이 일자 해명 보도자료를 내쳤으나 오히려 논란을 더 키우고만 있다. ⓒ뉴스제주

이러한 결과는 올해 초, 법정 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주자치도에 권고한 사항을 뒤집은 것이기도 해서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당초 선거구획정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현행 유지'가 높은 것으로 나왔고, 이에 따라 현행 41명의 제주도의원 정수를 43명으로 늘리는 것으로 제주자치도에 권고했다.

허나 3자간 협의체에 의해 이러한 결정이 뒤집어짐에 따라 제주특별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선거구획정위를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이 팽배하다.

이를 두고 제주자치도는 7월 25일 '도의원 정수 특별법 개정 관련 사실관계 안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해명하려 했다.

제주자치도는 선거구획정위가 '도의원 2명 증원 권고안'을 낸 것을 두고 "선거구획정위 외엔 도의원 정수 조정에 대한 별도 논의기구가 없었던 것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입장 표명을 곱씹어보면 '3자 협의체'가 마치 '별도 논의기구가 없었던 것'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선거구획정위는 엄연히 제주특별법에 근거를 둔 법정기구이기 때문에 획정위 이 외에 제주자치도가 말하는 '별도의 논의기구' 자체를 구성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있어봐야 논란만 자초할 뿐이다. 멀쩡히 법정기구가 있는데도 다른 기구에서 이를 조사하게 되면 충돌이 생길 건 뻔하다.

3자 협의체가 선거구획정위에서 권고한 내용을 보기좋게 뒤집었으니 이번 경우가 딱 그런 셈이다.

오히려 제주자치도는 선거구획정위에서 시급하게 결정하게 된 것을 제주도의원 '탓'으로 돌리고 있다. 제주자치도는 "의회에서 인구증가에 따른 선거구 조정을 위해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해서 시급하게 논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맞는 사실이지만, 굳이 이를 거론한 것은 '3자 협의체'에 의해 다른 결정을 내리게 된 데에는 의회에도 공동의 책임이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구획정을 올해 12월 12일까지 재설정해야 하는 것은 명백하기 때문에 분구가 이뤄지는 지역구의 예비후보자들이 선거준비에 나서려면 최대한 일찍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 때문에 제주도의원들이 제주자치도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해 시급히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제주도의회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뉘앙스를 굳이 언급하는 의도를 알 수가 없다.

또한 제주자치도는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도민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29개 선거구를 반드시 31개 선거구로 증구해야 한다는 권고를 한 사항에 대해선 위원회 활동의 큰 소득"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실로 어처구니없기까지 하다.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재설정 기준으로 인해 제6선거구와 제9선거구는 분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분구가 이뤄지지 않은 채 내년 선거를 치르는 것 자체가 위법이 된다. 이렇게 29개 선거구에서 31개로 당연히 늘어나야 하는 사항을 선거구획정위가 거둔 '큰 소득'이라고 자평하는 건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제주자치도의 이러한 해명은, 3자 협의체 결정에 의해 선거구획정위의 권고안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짐에 따라 선거구획정위의 존재의의를 재고하고자 한 발언으로 풀이되나 이는 '큰 무리수'로 비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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