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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추상철 기자 = 9일 오후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 하나은행 FA컵' 8강전 수원삼성 블루윙즈와 광주 FC의 경기. 수원삼성 서정원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7.08.09.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황보현 기자 =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고 정말 미치겠어요."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 서정원(47) 감독의 깊은 한숨.

수원은 지난 9일 수월월드컵경기장에서 광주FC와 2017 KEB 하나은행 FA컵 8강전을 치렀다. 경기 전 만난 서 감독의 얼굴에는 그야말로 걱정이 그득했다.

먼저 기자들에게 하소연을 쏟아냈다.

"선발 명단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매 경기마다 코칭스태프와 계속 회의를 하고 있어요. 지난주엔 폭염 속에 선수들이 다 뛰어 난감하고···,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아요. 제가 요즘 이런 고민들 때문에 잠도 못잡니다."

수원은 현재 앞팀도 잡아야 하고, 뒤 팀도 떨어내야 하는 처지다. 승점 46으로 전북 현대(승점 50점)를 추격하고, 울산 현대와는 승점이 동률이다. 다득점에 앞서 2위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상황은 좋지 않다는 데 있다. 올 시즌 수원은 혹독한 일정을 치르고 있다. FA컵을 병행하면서 다른 팀들보다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때문에 체력적인 소모가 크고 일부 선수들은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특히 올 시즌 여름 이적시장에서 단 한명의 선수도 수혈하지 못했다. 모기업의 지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수원은 여름이적 시장에서 순위 경쟁을 하는 다른 팀들의 선수 영입을 보면서 입맛만 다셨다.

 그나마 군복무 중인 미드필더 김은선과 중앙수비수 조성진(이상 아산 무궁화)이 다음달 전역한다. 그때까지 버텨야 한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4년 4월 '경영 투명성 제고'를 명분으로 수원의 모기업을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꿨다. 예산 역시 큰 폭으로 줄었다. 그 동안 K리그에서 '큰손'으로 군림했던 수원의 살림살이도 덩달아 팍팍해질 수 밖에 없었다.

서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구단은 서 감독의 성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재계약 논의를 하겠다고 전했다.  이변이 없는 한 서 감독은 계속해서 수원의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프로다. 결과물이 필요하다. 서 감독은 지난 2013년 수원 감독 부임 후 2014년, 2015년 클래식 준우승, 2016년 FA컵 우승 등 없는 살림에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지만 아직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이뤄내지 못했다.  그래서 올 시즌 '더블(K리그·FA컵) 우승'을 노리는 서 감독은 FA컵 8강전도 포기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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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K리그 '수원 삼성 대 FC 서울' 슈퍼매치 미디어데이(기자회견)에서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08.10. kkssmm99@newsis.com

'디펜딩챔피언'이라는 타이틀과 내년 ACL 진출 티켓이 걸려있는 이 대회를 놓친다면 상승세에 올라 있는 팀 분위기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고 재계약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다.

서 감독의 또 하나의 고민은 FC서울과의 '슈퍼매치'다. 수원은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시즌 세번째 슈퍼매치를 치른다.

서 감독은 "누가 일정을 짰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절묘하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올 시즌 수원은 슈퍼매치에서 1무1패로 웃지 못했다.

K리그에서 슈퍼매치는 상징적이다. 라이벌이라는 특수성, 두 팀의 얽힌 역사 등으로 인해 미디어들은 앞다퉈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많은 축구팬들이 경기장에 몰린다. 모기업 차원에서도 관심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수원과 서울은 재계 라이벌인 삼성그룹과 GS그룹이 운영하는 팀이다.

이날 수원은 광주를 상대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힘겨운 승리를 따냈다. 멀티골을 뽑아낸 산토스가 아니였다면 크게 흔들릴 수 있었다. 경기 후 서정원 감독은 "산토스가 정말 잘해줬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분명 승리라는 값진 열매를 얻어냈다. 하지만 서 감독은 '슈퍼매치'라는 또 하나의 숙제를 남겨놓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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