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다가왔지만 저희 가족들의 마음에는 슬픔이 가득합니다.

참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형이 없는 저에게 10살 연상의 삼촌은 형 역할을 대신해 주었고, 곁에 있기만 해도 즐거운 사람이었습니다. 수줍고 소심했지만 잘 웃었고 장난기 많고 때론 짓궂었지만 정말 저를 아끼고 사랑해 주었습니다.

삼촌에게 처음 운전을 배울 때가 생각납니다. 엄청 혼나면서도 저는 뭐가 즐거웠는지 계속 웃고 있었습니다. 조카가 운전을 잘못 배워서 혹시 사고라도 낼까 엄하게 다스리던 그 마음.... 사랑이었습니다.

늘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삼촌도 자주 만나야지라고 생각했던 저의 생각은 이제 영영 실행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고 이런 마음의 애잔함은 다른 가족, 친지 여러분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람의 삶에서 죽음은 꼭 한번 씩 찾아오는 일이지만, 삼촌의 죽음은 너무 황망하고, 슬프기 그지없습니다.
중환자실 앞 대기실을 가득 메운 가족, 친지들은 삼촌의 호전을 바라고 바랐지만 악화 되어가는 삼촌의 상태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동시 다발적으로 터지는 가족들의 눈물은 마를 새가 없었습니다. 몸에 여러 가지 기계를 연결한 채로 참 좋은 사람 부.경.욱 우리 삼촌은 그렇게 가버렸습니다.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래도 사흘이나 버텨줘서 너무 고맙고 아쉽고 미안할 뿐입니다.

반쯤 혼절한 채로 사흘을 눈물로 지새운 숙모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무섭다”, “아빠 왜 일어나지 않느냐” 라고 울던 초등학생 XX, XX이의 눈물이 자꾸 생각납니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떠나버린 삼촌의 웃는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아들을 앞세워 보내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넋이 나가버린 표정이 떠오릅니다. 삼촌의 형제․자매, 조카들의 눈물이 떠오릅니다.

이 모든 상황이 애잔하고 슬플 따름입니다.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더 그런 가 봅니다.

삼촌의 부고 기사에 달린 네이버의 수많은 리플들을 읽었습니다. 같이 슬퍼해주는 분들이 대한민국 어딘가에 이렇게 많다고 생각하니 고맙고 위안이 되다가도, 그냥 밖에서 119를 기다리지, 왜 거기를 굳이 들어갔을까 하는 생각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공사업체 직원 모두 빠져 나갈 때까지 발밑을 받쳐주고,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공무원 동료에게 자신의 어깨를 밟고 올라가게 내어주는 살신성인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셨지만, 저는 삼촌이 바보 같고 밉고 원망스럽습니다.

하늘나라에 천사가 많이 부족한 가 봅니다. 부경욱을 뽑아서 일을 시키려고 이렇게 일찍 데려가나 봅니다. 하늘에서는 책상에 앉아서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그냥 편하게 소주 한잔 마시면서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남은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야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삼촌에 대한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숙모, 세현, 아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동료를 구하기 위한 삼촌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국가유공자’ 가 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세현이, 아현이가 훌륭하게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참담한 사고가 그 누구에게도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원희룡 도지사님, 도청 관계자 및 슬픔을 함께 해 주신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바쁘신 중에도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가슴 깊이 감사드립니다.

2018년 2월 28일

조카 이승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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