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동료 공직자 숨졌다는데 팬클럽 참석, 이해 불가" 성토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 24일에 개최된 자신의 팬클럽 행사에 참여한 것을 두고 구설수에 올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는 故 부경욱 주무관의 영결식이 진행된 28일 성명서를 내고 원희룡 지사를 향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전공노제주가 이렇게 성토한 까닭은 원희룡 지사의 팬클럽이 개최되던 날, 24일은 故 부경욱 주무관이 숨진 날이기 때문이다.

故 부경욱 주무관의 분향소에서 고인을 기리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故 부경욱 주무관의 분향소에서 고인을 기리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故 부경욱 주무관은 지난 2월 22일 남원중계펌프장에서 하수처리 오수중계 배관 교체 작업 중 업체 직원 2명이 유독가스에 질식돼 쓰러지자 이들을 구하고 난 뒤 숨졌다.

사고 당시 부 주무관은 이들을 구하기 위해 급히 펌프장으로 들어간 후, 자신의 어깨를 밟고 올라가라며 끝까지 남아있다 변을 당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그의 살신성인의 마음을 기리고자 28일 제주특별자치도청장으로 영결식을 치렀다.

문제는 부 주무관이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원희룡 지사가 고인이 누워있던 병실로 향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팬클럽 행사를 먼저 챙겼다는 부분이다.

전공노제주는 "24일 오후 3시께 부 주무관이 숨을 거뒀다. 그로부터 2시간 뒤 원희룡 지사는 동료 공무원이 숨진 병원이 아닌 자신의 팬클럽 행사장에 모습을 보였다"며 "그 자리에 참석해 웃음 띤 얼굴로 참가자들을 만났고, 인사를 하고 마이크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노제주는 "아무리 사전에 계획된 행사였어도 도정의 최고 수장인 도지사가 이런 행태를 보였다는 것에 대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원희룡 지사의 팬클럽 행사는 24일 오후 5시 제주시 마리나호텔 웨딩홀에서 개최됐다. 이곳에서 원 지사는 사실상의 재선 도전 의사를 밝혔으며, 그를 지지해 주기 위해 전직 실·국장 공직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당시 현장엔 김정학 전 기획조정실장과 홍성택 전 안전관리실장, 박영부 전 기획조정실장, 문순영 전 비서실장 등이 자리했다. 이 가운데 홍성택 전 안전관리실장은 지난 2016년 토산리 하수펌프장 사고로 인부 2명이 숨졌을 때 상하수도본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올해 똑같은 사고가 벌어진 것이 방지대책이 허술했기 때문임을 감안하면, 원 지사와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가졌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전공노제주는 "숨진 동료를 뒤로하고 팬클럽에 우선 참여한 행태가 도지사로서 도의적으로 맞는 것인지 판단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전공노제주는 "이에 제주본부에선 현장에서 죽음으로 내모는 열악한 공무원 노동자들의 근무여건에 분노를 느낀다"며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전공노제주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상급자에게 문제점이 있다면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할 것"이라며 "지난 2016년에도 이번 참사와 같은 인명사고가 있었지만 제주도정의 대응은 똑같은 사후대책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슈 때마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가식적인 인터뷰와 관련회의 보도를 지양하고 작업환경에 알맞는 안전대책과 매뉴얼을 마련하라"며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여준 故 부경욱 주무관에 대해선 다른 공무원들의 귀감이 될 수 있도록 '국가유공자'로 순직처리해 줄 것도 당부했다. 

7일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 하수도 중계펌프장 내 슬러지제거 작업을 하던 작업 인부 2명이 숨졌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이들을 끌어올리고 있다. ⓒ뉴스제주
지난 2016년 7월 7일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 하수도 중계펌프장 내 슬러지제거 작업을 하던 작업 인부 2명이 숨졌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이들을 끌어올리고 있다. ⓒ뉴스제주

한편,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2016년 7월 7일 서귀포시 토산리 중계펌프장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2명이 유독가스 질식으로 숨진 바 있다.

이 사고로 제주특별자치도(상하수도본부)는 재발 방지대책을 약속했지만 올해 또 다시 같은 사고가 벌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방지대책이라고 해봐야 매뉴얼을 잘 지키라는 것이 전부였다.

지난 2016년 토산리 중계펌프장 사고 때, 작업 인부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질식사로 이어진 건 해당 마스크가 유독가스를 걸러주는 기능이 전혀 없는,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일반 마스크를 착용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7월은 무더운 날씨를 보였다. 게다가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이 이뤄지니 일반 마스크로는 유독가스의 흡입을 막지 못한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할 시엔 먼저 그 공간의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한 후,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유독가스를 걸러주는 기능을 갖춘 송기마스크와 송풍기 등의 필수장비도 구비해 놔야 한다.

제주자치도 상하수도본부는 향후 이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을 뿐, 뚜렷한 대책을 내세운 것이 없었다. 그저 작업 현장에서 안전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관련자 2명을 사법처리 한 것이 전부다.

작업 담당 공무원은 지도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7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폐기물 업체에게도 벌금 1000만 원이 선고됐고, 업체 대표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올해 이번 사고현장에선 작업이 이뤄지기 전 가스 측정이 이뤄졌고, 장비도 구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창석 상하수도본부장은 "유독가스가 측정되지 않아 마스크 없이 들어갔고, 교체할 밸브를 여는 순간 가스가 유출돼 이를 흡입해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선 현재 경찰이 관계 공무원과 업체 대표를 상대로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점이 있는지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故 부경욱 주무관의 경우, 앞서 먼저 들어간 인부 두 명이 쓰러지자 이들을 서둘러 구하고자 경황이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다행히 2명의 인부를 구해냈지만 너무 오랜 시간 밀폐된 공간에 있던 부 주무관은 숨지고 말았다.

이번에도 지난 번처럼 책임자 문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그것이 대책이 될 수는 없을 터다. 공무원노조가 지적한대로 근본적인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이나, 올해 지방선거를 앞둔 원희룡 지사는 자신의 팬클럽 챙기기를 더 우선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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