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정책 결정, 애꿎은 도민만 피해 '반복'
요일별 쓰레기 배출, 사실상 폐지 수순 결정에 고경실 시장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고경실 제주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고경실 제주시장.

플라스틱과 종이류만 번갈아 배출하는 것으로 '재활용품 요일별 베출제'가 변경됐다.

나머지는 이제 모두 매일 배출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배출시간 또한 더 탄력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요일별'로 쓰레기를 배출시키겠다던 정책이 한참이나 뒤로 후퇴된 것이다. 사실상 '정책 폐지'나 다름 없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이 때다 싶은 제주도지사 예비후보 주자들은 비판 성명을 내며 맹공을 퍼부었다. 무턱대고 추진한 정책으로 도민불편을 야기했고 수십억 원의 혈세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날(22일) 원희룡 지사가 이에 대한 브리핑에 나서 한 말을 두고서도 비판 공세가 크다. 특히 원 지사가 재활용품 배출제 도입 결정을 두고 '과도기적 조치'라고 표현한 것이 화근이다. '100% 자원순환 시스템'으로 가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그 과정에 도민불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처럼 들렸다.

또한 요일별 배출제 시행으로 인한 도민불편이 '과거의 미비점'에 기인한 것이라는 해명도 책임전가라는 뉘앙스를 주고 있다.

물론 원 지사는 이에 대해 "전적으로 행정의 책임"이라곤 했지만, 요일별 배출제 시행으로 인한 각종 수치를 증거 자료로 제시하면서 "주변 환경이 깨끗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으로 무마하려 했다.

이는 마치 고경실 시장이 지난해 요일별 배출제를 본격 시행하면서 "시민들이 엄살을 부린다"고 표현한 부분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 어쩔 수 없이 도민 모두가 감내해야 하는 것이니 묻지 말고 따르라는 식이 그렇다. 

실제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는 그렇게 시행되지 않았던가. '시범'이라는 핑계로 주민들의 반대 의사와는 상관 없이 2016년 12월부터 일단 추진했다. 시행된지 불과 2주만에 쓰레기가 줄었다고 홍보했던 제주시였다. 집안에 쌓여가는 건 외면하고서.

그럼에도 서귀포시가 요일별 배출제에 가세하자 원희룡 도정이 이를 적극 뒷받침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고경실 제주시장과 원희룡 지사는 한 목소리였다.

허나 이번 발표로 둘은 '따로국밥'을 먹는 꼴이 됐다.

고경실 제주시장은 불과 2주전까지만 해도 "요일별 배출제는 반드시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원 지사는 이를 뒤집었다.

사실상 정책 폐지나 다름 없는 이번 원 지사의 발표는 자연스레 '고경실 제주시장은 어떤 생각이 들까'라는 의구심, 혹은 궁금증으로 이어지게 한다.

지난달 자유한국당의 김방훈 제주도지사 후보가 올해 지방선거 출마를 밝히면서 예비후보자들 중 제일 먼저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전면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 때 원희룡 지사 곁에서 정무부지사로 일해 왔던 그였기에 원 지사의 정책을 정면 반박하겠다는 점에서 이슈가 됐다.

이어 3월 초, 더불어민주당의 김우남 도지사 예비후보도 요일별 배출제를 폐지하겠다고 가세했다. 원희룡 도정의 '요일별 배출제' 정책이 이번 지방선거 쟁점 중 하나로 두각되기 시작한 셈이다.

그러자 고경실 제주시장은 3월 9일 제주시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쓰레기 처리 인프라를 감안하면 요일별 배출제 말고는 대안이 없다"며 요일별 배출제를 지속해야한다는 입장을 대변했다. 고 시장이 두 예비후보 주자들의 주장에 반박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게 되자 이에 대한 비판이 들끓었다. 공직자가 이래도 되는 것이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고 시장은 "난 정치와 무관하다. 행정시장으로서 요일별 배출제 정책 홍보가 부족했다고 생각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 시장의 브리핑은 선거 활동에 나서는 이들에 대한 반박이었다. 정책 브리핑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원 지사 대신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야 했다.

고 시장이 이러한 악수를 두면서도 원 지사를 변호하려 했으나, 정작 원 지사는 고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정책을 후퇴시켰다. 고 시장의 입장에선 황망한 일이 아닐 수 없게 된 셈이다.

원 지사의 정책 후퇴 결정은 정치적인 요인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따른 불편과 함께 요일별 쓰레기 배출제 정책으로  도민불편을 야기했고,  이는 어느정도 지지도 하락에도 영향을 미친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4년 전 59.9%의 압도적인 지지도로 제주도지사에 당선됐던 그였다. 그랬던 지지도가 매해 하향곡선을 그리며 곤두박질쳤다. 원 지사는 두 정책 모두 '성공적'이라고 자화자찬하려 했지만 여론이 그렇지 않음을 실감해야 했을 것이다.

원 지사는 이제껏 상당수의 정책 드라이브를 '일단 추진하고 보자'는 식으로 해왔다. 일단 추진하면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을 취했다. 의견수렴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동원됐다. 그러다보니 잦은 갈등이 빚어졌다.

취임 초기 시절, 감귤 선과정책이 그러했고 전기차 보급정책 또한 그랬다.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요일별 쓰레기 배출제도 결국 같은 모양새다. 이로인한 피해와 불편함은 애꿎은 도민들 몫이었다.

물론 모든 정책이 성공적일 순 없겠으나, 이제껏 정책 실패에 따른 기회비용이 수십억 원에 달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을 생각하면 도민 혈세가 낭비됐다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영리병원 허가 문제를 '숙의형 민주주의' 절차로 결정하겠다고 한 것처럼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더 의견을 더 모은 후 정책을 결정했다면 이렇게까지 비난받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신화련 금수산장이나 영리병원 등 많은 논란이 야기 되는 정책은 선거 뒤로 미루는 상황이지만, 어느정도 실적이 동반되는 정책은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것을 보면 결국, 뭐가 그리 급한 모양새를 취하느냐는 비판도 제기되는 것이다.

실적쌓기가 아니라 정말 제주도를 위한 정책이었다면 급하게 처리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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