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는 있지만 논란만 될 '지방공휴일'
의미는 있지만 논란만 될 '지방공휴일'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8.04.0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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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선 학생, 사기업, 국가공무원 제외한 지방공무원만 쉬는 날
전 도민이 제주4.3 추념하기 위해 제정한 날 의미 생각하면 '한계' 여실
제70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이 진행된 지난 4월 3일, 행방불명인 묘역 앞에서 울음을 쏟고 있는 희생자 유족.
제70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이 진행된 지난 4월 3일, 행방불명인 묘역 앞에서 울음을 쏟고 있는 희생자 유족.

제주4.3 희생자 추념식날인 4월 3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미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지방공휴일 지정에 한 마음 한 뜻을 모았다. 중앙정부에서 이를 수용하면 순조롭게 진행될 일이지만 중앙정부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반대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현행 법에서 '지방공휴일' 지정에 관련된 법령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인사혁신처는 "조례 제정 취지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하지만, 조례로 공휴일을 별도로 지정하기 위해선 지방자치법 또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등 개별 법령에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고 도 조례로 지방공휴일을 지정하는 건 현행 법령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또한 중앙정부는 제주4.3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할 경우, 광주5.18민주화운동 기념일 등 타 지방의 자치단체마다 이를 달리 정하게 되면 혼란이 야기되고, 국가사무 처리에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러한 의견은 지난해 말, 손유원 제주4.3특별위원회 위원장의 대표 발의로 상정된 '제주4.3 추념일의 지방공휴일 지정에 관한 조례안'을 제주도의회가 의결하려하자, 인사혁신처에서 제주도정 측에 재의를 요구하도록 지시한 공문을 보내면서 알려진 내용이다.

실제 제주도정은 올해 1월, 제주도의회가 지방공휴일 조례안을 의결한 것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다. 제주도의회가 3월 20일 제359회 본회의에서 다시 재의결로 맞대응하자 결국 제주도정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올해 처음 '지방공휴일'이 시행됐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시행하려 했다.

시행하려 했으나, 제주도정은 '첫 시행'에 따른 도민혼란 우려를 이유로 비상근무 체계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거의 모든 부서는 정상대로 진행돼 말만 지방공휴일 시행이었지, 사실상 '지정 철회' 혹은 '시행 보류'나 다름 없었다.

이 때문에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원희룡 지사와 경쟁해야 할 여러 제주도지사 예비후보자들은 원 지사를 견제하기 좋은 먹잇감(?)으로 여겨 일제히 이를 비판했다.

그럼에도 지방공휴일 지정이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과제에 하나 더 포함된 것처럼 여겨졌고, 제주도와 관련된 정치인들은 정부가 지방공휴일을 수용해야 할 것을 촉구하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결국 정부가 이를 수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비춰졌다.

원희룡 지사는 정부에 '지방공휴일 지정'을 수용해 줄 것을 재차 촉구했고, 강창일 국회의원은 지방공휴일 지정을 위한 법률안을 제정해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지사는 정부에 '지방공휴일 지정'을 수용해 줄 것을 재차 촉구했고, 강창일 국회의원은 지방공휴일 지정을 위한 법률안을 제정해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법적 근거 없으면 만들면 될 일? 정부 수용 가능성은?

이에 강창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갑)은 '지방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관련 근거를 만들겠다고 4일 밝혔다. 정부(인사혁신처)가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이를 반대한 데 따른 대안인 셈이다.

강창일 국회의원은 이날 "지방분권시대를 본격적으로 여는 제도적 실천으로 이를 제정할 필요가 제기된다"며 일본의 예를 들었다. 

강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은 법률 위임에 따라 조례로 공휴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오키나와에선 제2차 세계대전에 동원돼 희생된 20만 명의 주민을 추념하는 날을 '위령의 날'로 지정했다. 물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는 토대에서 지정됐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지방공휴일 지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건 시대적 요구에 대한 응답"이라며 "제주4.3 희생자 추념일이 지방공휴일로 지정된다면 제주도민 모두가 함께 제주4.3 정신을 계승하고 도민화합과 통합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의원이 말한 지방공휴일 법률안이 마련되면 제주에선 4월 3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허나 실제 이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앙정부에선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지방공휴일 지정에 따라 발생하는 다른 문제들이 있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선 법률안 제정은 힘들다.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 제70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서 헌화와 분향을 한 뒤 자리로 돌아오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 제70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서 헌화와 분향을 한 뒤 자리로 돌아오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명백해 보이는 지방공휴일의 한계...

제주에서의 지방공휴일 지정은 모든 제주도민이 제주4.3의 희생자들을 추념하자는 의도여서 매우 뜻깊은 정책이다.

허나 지방공휴일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휴일이나 법정공휴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한계점이 명백히 존재한다.

지방공휴일 혜택을 받는 곳은 제주특별자치도 및 하부기관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합의제 행정기관에만 적용된다. 하부기관은 道 직속기관과 사업소, 제주시 및 서귀포시, 읍면동사무소다.

교육공무원들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우려 때문에 쉴 수 없으며, 국가직 공무원에게도 '공휴일'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방공무원들만 특혜를 누리는 날"이라는 인식이 매우 높다.

실제 이를 우려해서인지, 제주도정은 올해부터 정식으로 적용하려던 지방공휴일을 '비상근무 체계'로 가동했다. 거의 모든 사무가 정상 가동되면서 사실상 '시행 연기' 또는 '지정 취소' 수순이었다.

게다가 4월 3일이 '공휴일'이 되면, 공무원들은 법적으로 '쉬는 날'이 되지만 비상근무를 하게 되는 공직자들에겐 추가 휴일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문제 때문에 중앙정부는 지방공휴일 지정 조례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실제 소송이 제기되고, 대법원이 이 조례를 무효로 판단하게 되면 휴일수당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 

반대로 법원이 이를 인정하면 휴일수당을 지급해야 하기에 국가공무원은 휴일수당이 없어 차별 논란이 자연적으로 따라 붙게 된다. 같은 날에 일하는 공무원이지만 누군 받고, 누군 못받게 되는 셈이다.

제70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묵념을 올리고 있는 제주도민들.
제70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묵념을 올리고 있는 제주도민들.

 

제주도민 모두가 추념하는 날이 돼야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4월 3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하는 이유는 제주도 모든 도민이 제주4.3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함이다. 공무원들만 추념하는 날이 아니다.

일반 민간기업에 근무를 하고 있더라도 마음만으로 얼마든지 추념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 제주4.3에 대한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제주도정이 말하는 '제주4.3의 전국화' 혹은 '세계화'는 공염불에 그치고 말 일이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교실에서 4.3 관련 교육을 진행하면 될 수도 있겠지만, 양윤경 제주4.3유족회장이 지난 3일 추념식에서 말한 것처럼 아직 많은 제주도민들이 제주4.3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이를 더욱 잘 알리겠다는 제주도정이나 도의회, 도교육청은 '지방공휴일'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려면 어떤 방식이든 제주4.3을 추념할 수 있는 장소를 제주 전역 곳곳에 마련하고 방문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운집하는 제주평화공원에 직접 가지 못하더라도(교통 문제 때문이라도) 직접 제주4.3 관련 장소를 찾아가 추념하는 형식은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서 공직자들에게만 해당되는 현재의 '지방공휴일'일 것이라면, 지정했다는 선언적 의미에만 그칠 뿐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물론,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이나 학생들도 4월 3일에 쉴 수 있게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지방공휴일 지정'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방법을 강구해야만 하고, 이를 토대로 지방공휴일을 지정하면 된다. 즉, 서둘러서 이 문제를 해결할 일이 아니란 얘기다.

민간인과 학생 참여 방안을 마련한 뒤 지방공휴일로 지정해 제주도민 모두가 제주4.3을 추념할 수 있는 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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