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는 공공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을 늦게 가지고 오면 연체료를 물어야 한다. 물론 당사자들도 이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읽을 기회를 늦춘데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공공도서관에서는 대출기간이 상당기간 경과하여도 연체료를 일체 받지 않는다.

단지 페널티로 책을 빌려가지 못하도록 일정기간 대출을 정지시킬 뿐이다. 그래서인지 대출기간을 가벼이 여겨 이를 엄수하지 않는 이용자들이 간혹 있다.

책을 대출할 수 있는 기간은 14일, 2주간이다. 혹 어떤 이용자는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이 대출중이면 대여기간을 왜 그렇게 많이 주느냐며 일주일이면 충분하겠다고 항의를 하기도 한다.

2주를 기다리는 게 힘들다는 거다. 이렇게 예약이 되어 있는 도서는 대출기간 14일이 지났는데도 반납을 하지 않을 경우 독촉전화를 한다. 그러면 심드렁한 목소리로 알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리고 한달을 넘겨 가지고 와서는 왜 자꾸 전화하냐는 식으로 책을 툭 던져 놓고 가는 비양심적인 사람도 있다. 반납된 책은 더욱 가관이다. 책장이 찢겨지고 낙서되어 있는 것이다.

분실하였거나 완전 훼손된게 아니라서 변상해달라는 말도 못하고 한숨만 내쉰다.
이럴 때는 정말 연체료의 필요성이 간절해 지기도 한다.

‘조선 지식인의 독서노트’란 책을 보면 실학자 이덕무는 책을 다루는 법에 관하여 이렇게 말했다. 책을 읽을 때는 침을 묻히거나, 자신이 읽던 곳을 표시하지 말며, 청소하는 장소에서는 먼지 때문에 책을 읽지도 말고 심지어는 머리 긁은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지도 말라고 했다.

책을 소중히 다루라는 것이다. 또한 이 시절에는 책이 귀하기 때문에 막역지우가 아니면 헐까 염려되어 쉽게 빌려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지역마다 공공도서관이 있어 어디서든 손쉽게 책을 빌려 볼 수 있다.

만일 읽고 싶은 책이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질 않으면 희망도서를 신청해서 보면 되기 때문에 굳이 비싼 책값을 지불하여 구입할 필요도 없다. 이렇듯 과거에 비하여 독서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도서관에 보관된 책은 개인소유물이 아닌 주민들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공재산이므로 책을 함부로 다루거나 연체료가 없다고 장기간 반납하지 않는 이용자가 있으면 안되겠다.

뉴질랜드 어느 도서관에서는 일주일에 한번, 연체료 대신 통조림을 받는 곳이 있다.이날 받은 통조림은 빈민기구에 기부하여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쓰인다고 한다. 좋은 생각이다.

우리 공공도서관에서도 이런 점을 벤치마킹하여 연체료대신 라면과 같은 생필품을 받아 양로원 또는 고아원 같은 곳에 기부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 상습 연체회원도 현금을 지불하는 불쾌감보다 남을 돕는다는 훈훈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대여해간 책도 더욱 소중히 다루고 대출기일도 잘 지키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