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제주시청 마지막 유세서 "또라이끼리 만나니까 일 저질러" 표현
"지도자 후보로서 할 수 있는 말인가" 아연실색... 지인 발언 핑계는 더 황당...

원희룡 제주도지사 후보(무소속)가 지난 12일 지방선거 마무리 유세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두 국가의 정상을 두고 '또라이'라고 지칭해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후보(무소속)가 지난 12일 지방선거 마무리 유세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두 국가의 정상을 두고 '또라이'라고 지칭해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했다.

지방선거 투표일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제주시청 일대서 유세를 펼치던 원희룡 제주도지사 후보(무소속)가 믿을 수 없는 '실언' 혹은 '망언'을 쏟아냈다.

원희룡 후보는 이날 오후 8시부터 진행된 마무리 유세에서 북미정상회담에 나선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두 정상을 두고 '또라이'라고 지칭해 현장에 있던 유권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당시 원 후보는 "오늘 싱가포르에서 김정은과 트럼프 회담하는 걸 보셨을 거다. 누가 제게 카톡으로 그런 얘기를 하더라"라며 "또라이끼리 만나니까 일 저질렀지"라고 표현했다.

이어 원 후보는 "이것저것 쫀쫀하게 생각해서 어떤 역사적인 일을 할 수 있겠나"라고 말한 뒤, 앞서 자신이 내뱉은 단어가 부적절했다고 뒤늦게 판단했는지 "말이 거칠어서 죄송하다"며 "이건 제가 말한 게 아니라 제게 보내준 사람이 쓴 용어"라고 수습하려 했다.

그러면서 원 후보는 "중요한 건, 역사적인 일들을 만들어가는 데엔 작은 계산이 아니라 통 큰 결단, 통 큰 담판을 통해서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하면서 "이번 선거를 통해 여러분이 저를 제주도지사로 세워준다면 김정은이나 트럼프 못지 않게 통 큰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전체 맥락을 들어보면 이해하지 못할 발언은 아니었으나 아무리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은 말이라 해도 명백히 두 국가를 대표하는 수장을 '또라이'라는 표현으로 쓸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원 후보의 사고방식대로라면 '통 큰 결단'을 위해선 '또라이'에 가까운 기질을 가진 지도자가 '큰 일'을 낼 수 있다는 것으로 읽혀진다. 그러면 자신도 '또라이' 같은 기질로 제주도를 이끌겠다는 말인지 발언의 앞뒤가 듣는 이로 하여금 아리송하게 만든다.

앞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었을 때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또라이' 상태였다는 말인가.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이라는 생각까지 거슬러 올라가진다.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다.

경우에 따라선 원희룡 후보의 인식상태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내내 비난조로 더불어민주당을 견지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태도와도 비슷하지 않은지 내심 우려된다.

제주도를 대표하고, 향후 정상회담을 제주에 유치하겠다는 도지사 후보가 아무리 지인으로부터 들은 말이라지만 그걸 밖으로 내뱉을 수 있다는 정신이 더 놀라울 뿐이다.

게다가 그걸 표현한 자신의 발언이 '실수'라고 판단해 곧바로 '타인의 잘못'으로 돌리는 자세가 오히려 원희룡 후보 본연의 모습이 아닌가 싶어진다.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선 긋기'로 나서 자신과는 상관없다던 그였다.

분명 재미삼아 할 수 있는 발언일 수 있다. 지인끼리 카톡으로 주고받을 수도 있다. 허나 분명한 건, '공인'의 자세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발언이 결코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생각만 하고 말았어야 했다. 아무리 비유적인 표현이라지만 지도자 후보가 뱉어선 안 될 말이었다. 기저에, 의식의 내면에 그러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 은연 중에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 막판 급해진 마음에 원 후보의 정체성이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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