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단 돈 1원, 손해배상액은 20억 원... 건물주 신뢰 얻기 위해 행정이 자발적 체결?

▲ 이승아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오라동)은 17일 제주도정과 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계약서 상의 손해배상액 조항을 두고 "불공정 계약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Newsjeju
▲ 이승아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오라동)은 17일 제주도정과 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계약서 상의 손해배상액 조항을 두고 "불공정 계약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Newsjeju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 조성(재밋섬 건물 매입)' 사업을 위해 체결한 계약에 '불공정' 조항이 담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이경용)는 17일 제362회 임시회 제2차 회의를 열어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과 제주문화예술재단에 대한 2018년도 주요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날 문광위 의원들이 여러 많은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가장 이상한 점은 1원의 계약금과 20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액 설정이다. 

제주도정이 재밋섬 건물 매매계약 체결 시 계약금을 단 돈 1원으로 설정하고, 계약 위반 시 무려 20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지급하기로 사인했다는 것이다.

이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 오라동)은 "일반적으로 부동산 매매계약 시 이뤄지는 계약금은 통상 10%를 지급하고 계약을 취소하게 되면 매수자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도자는 두 배를 변상하는 것이 통상적인 계약 체결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헌데 제주도정은 계약금을 단 돈 1원으로 설정했다. 제주도정이 계약을 취소하면 건물주에 2원을 배상해주면 된다는 거다.

이를 두고 박경훈 재단 이사장은 "상징적인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대체 뭘 '상징'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또한 이 의원은 "중도금이 이미 지급된 상황에선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자문을 받았다"며 "그런데 계약 내용 6조를 보면 계약 체결 후 매도인과 매수인은 상대방에게 20억 원을 지급해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달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은 "이게 통상적인 계약 방법이냐. 개인 간 이뤄지는 계약은 합의 하에 가능할수도 있지만 도민 혈세인 세금(기금)을 갖고 이렇게 계약하는 건 불공적 계약으로 보인다"며 "대체 왜 이런 계약을 체결한 것이냐"고 해명을 요구했다.

박경훈 이사장은 "건물주 입장에서 계약이 미뤄지게 되면 행정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질 수가 있어 그걸 보장해주기 위해 그런 단서조항을 달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이 의원은 "재단의 신뢰성 때문에 기금 20억 원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해도 된다는 것이냐"고 쏘아 붙였다.

박 이사장은 "저희는 건물이 필요했고, 마침 매각하겠다 하니 그게 맞아 계약이 이뤄진 것이다. 공적인 입장에서만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그쪽에서도 이 정도는 달아줘야 한다 해서 협의를 통해 체결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러한 답변에 이 의원은 "일상적이지 않은 범위를 벗어나 이사장의 독단으로 20억 원을 혈세로 물어도 된다는 것이냐"고 재차 질타했다.

이 부분을 들어보면 계약이 이상하기 짝이 없다. 손해배상액으로 20억 원을 주기로 했다면 계약금을 1원이 아닌 10억 원으로 설정해 지급했으면 될 일이다. 이승아 의원의 설명대로라면 통상적인 계약방법에서 계약 파기 시 자동으로 계약금의 두 배를 변상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손해배상액 20억 원 지급 사유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이경용 위원장(무소속, 서홍·대륜동)은 "20억 손해배상액 조항은 건물주가 요구한 것이냐"고 물었다. 박 이사장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 행정에서 알아서 해당 조항을 넣었다는 얘기다. 앞서 박 이사장이 "건물주가 이 정도는 달아줘야 한다 해서 체결한 것"이라고 답한 대답과 정면 대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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