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이상한 정황들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이상한 정황들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8.07.17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계약금 1원, 계약 어길 시 손해배상 20억 특약 조건달아
60억 채무 있던 건물주, 속전속결로 계약처리해 준 제주도정과 재단... 뭔가 있나
▲ 재밋섬 건물을 100억 원에 매입한 제주도정과 문화예술재단이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았다. 문광위 위원들은 매입계약 체결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점과 의혹을 제기했다. ©Newsjeju
▲ 재밋섬 건물을 100억 원에 매입한 제주도정과 문화예술재단이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았다. 문광위 위원들은 매입계약 체결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점과 의혹을 제기했다. ©Newsjeju

제주문화예술재단(이사장 박경훈)이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 조성사업으로 추진한 재밋섬 건물 매입 절차에서 많은 의문점들이 제기됐다.

계약금이 단 돈 1원으로 체결됐고, 계약 위반 시 손해배상액으로 20억 원이 설정돼 있었다. 중도금으로 이미 10억 원이 지급됐기 때문에 계약해지를 할 수 없는 상태여서 사업 취소 시 제주도정이 건물주에게 30억 원을 물어야 할 판이다.

게다가 잔금이 11월 30일에 납부하도록 돼 있어 그 때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가 끝난 바로 다음 날에 도지사 대신 국장 전결로 기금 사용에 대한 승인이 이뤄졌다. 제주도정과 재단이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려는 모양새가 역력했다는 점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이경용)는 17일 제362회 임시회 제2차 회의를 열어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과 제주문화예술재단에 대한 2018년도 주요 업무보고를 받았다.

▲ 강민숙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Newsjeju
▲ 강민숙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Newsjeju

# 매입 중단 요청에 침묵했던 도정, 알고보니 이미 계약 체결

문광위 소속 대다수의 의원들이 집중적인 포화를 퍼부었다.
특히, 제주도정은 재밋섬 건물 매입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회기에서 이를 전혀 모른척 했다는 점이 뒤늦게 드러났다.

먼저 포문을 연 강민숙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강민숙 의원과 김홍두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의 질의응답에 따르면, 제11대 도의회가 구성되기 이전 지난 6월 25일에 진행됐던 제361회 임시회 회기 때 제10대 문광위 소속 도의원들이 집행부 측에 재밋섬 건물 매입 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문화예술재단은 이보다 1주일 앞선 6월 18일에 매매계약을 체결해 둔 상태였다. 이 때문에 집행부 측에선 이를 그대로 보고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홍두 국장은 "말할 기회가 없었다"고 둘러대면서 추후에 김태석 의장에게 찾아가 보고드렸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당시 회의록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다음 상임위에서 더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주문이 있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중도금을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제주도정(문화예술재단)은 곧바로 며칠 뒤인 6월 28일에 10억 원의 중도금을 건물주에게 지급했다. 도의원들의 요구를 귓등으로 흘려 들은 셈이다.

▲ 재밋섬 건물. 메가박스 제주점이 입점해 있기도 하다. 제주도정과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이 건물을 100억 원에 매입키로 하면서 혈세 낭비 논란이 불거졌다. ©Newsjeju
▲ 재밋섬 건물. 메가박스 제주점이 입점해 있기도 하다. 제주도정과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이 건물을 100억 원에 매입키로 하면서 혈세 낭비 논란이 불거졌다. ©Newsjeju

# 수상하게도 '속전속결'로 처리된 재단 기금사용 

재밋섬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 문화예술재단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기금 100억 원을 사용키로 결정했다. 이에 대한 최종 결제는 제주도지사가 해야 하나 김홍두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이 전결처리로 기금 사용을 승인해줬다.

결제는 지방선거 바로 하루 뒤인 6월 14일에 이뤄졌다.
원희룡 지사는 당시 13일 지방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14일 곧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결제시점이 애매해진 것이다.

이에 대해 김홍두 국장은 "문화예술체육 업무에 대한 모든 사업은 국장 권한으로 전결처리하고 있었다"며 "속전속결로 처리했다는 건 오해"라고 맞섰다.

그러자 강민숙 의원은 "지사가 없었다면 정무부지사 대행체제였고, 14일엔 지사가 업무에 복귀한 상태였는데 국장이 전결처리할 자격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 국장은 "선거기간에 결정하게 되면 정책방향이 잘못될 수 있겠다 싶어 전결처리 한 것"이라며 "기금 기본재산위원회에서 논의됐고 이사회에서도 결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제가)승인해도 이상이 없다는 판단 하에 결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허나 재밋섬 건물 매입에 따른 시간상 절차를 보면 단숨에 이뤄졌다.
6월 14일에 재단 기금 사용 승인, 18일에 매입 계약 체결, 28일에 중도금 10억 원 지급됐고, 오는 7월 20일에 60억 원이 추가 지급된다. 기금 사용 승인 한 달만에 이미 계약을 철회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른 셈이다.

▲ 박호형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일도2동 갑). ©Newsjeju
▲ 박호형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일도2동 갑). ©Newsjeju

# 공청회 단 한 차례, 도의회 보고도 없어...

박호형 의원(더불어민주당, 일도2동 갑)은 혈세 100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에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제주도정이 마련한 공청회는 단 한 번에 불과했다. 제주도의회와도 논의한 적이 없다. 이에 대해 김홍두 국장은 "선거기간이었고, 법적으로 보고사항에 해당되지 않아 간과한 면이 있다"고 시인하면서 "11대 의회가 구성되고 난 이후 김태석 의장에게 추후 보고로 양해를 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국장은 "지난해부터 논의돼 왔던 사안이고, 건물 소유주가 지금 팔겠다고 할 때 매입하지 못하면 예술공간이 사라질 수 있다는 긴박감에 기금을 활용하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재밋섬 건물 매입을 포함한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 조성사업엔 총 173억 원의 혈세가 투입된다. 문화예술재단 113억 원의 기금과 제주도정의 지방비 60억 원으로 사용된다. 기금 113억 원 중 건물 매입에만 100억 원이 지출되며, 3억 원은 세금, 10억 원은 실시설계 용역비다. 지방비 60억 원은 매입 후 사용되어질 리모델링 비용이다.

문광위가 현지 실사에 나선 결과 시설이 노후화된 측면이 있어 리모델링 비용은 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제주도정이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확보할 방침이다.

173억 원이면 새 건물을 짓고도 남을 충분한 예산이다. 이 때문에 문광위에선 매입보단 신규 건립이 오히려 더 효용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지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 제주도정은 도의회에 보고를 하지 않고 서둘러 기금 사용승인을 결제하고 벌써 중도금까지 지급한 것으로 비춰진다. 이를 두고 이경용 위원장은 "건물주의 매도가 급했다는 것"이라며 "제주도정이 건물주에 놀아난 것처럼 보인다"고 쏘아붙였다.

▲ 이경용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위원장(무소속, 서홍·대륜동). ©Newsjeju
▲ 이경용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위원장(무소속, 서홍·대륜동). ©Newsjeju

# 60억 채무 있던 건물주에 놀아난 제주도정?

이경용 위원장(무소속, 서홍·대륜동)은 이 부분을 집중 질타하면서 차후 편성될 리모델링 사업비를 삭감할 수도 있음을 공개 경고했다.

이 위원장은 "6월 28일에 중도금 10억, 7월 20일에 60억 원 등 아주 짧은 기간에 70억 원이 지출된다. 그런데 잔금 30억 원은 11월 30일에 집행하는 걸로 돼 있더라. 그러면 이 때까지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말이 아니냐"며 "상임위원회에 보고하고 절차 이행하면서 도지사에게도 보고하고 하면 됐는데 왜 이리 급히도 처리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이건 재단이 건물주에 놀아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 위원장은 "잔금 지출이 11월 말이면 충분히 8, 9월에 계약해도 늦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서두른 것이냐"며 "건물주가 재촉해서 그런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건물주가)대출금이 있었고, 적자도 누적돼 있었고, 수익 없이 가압류 상태에 놓이자 경매 개시로 낙찰 받아 유지돼 왔던 건물이다. 이사장이 건물 바로 뒤편에 사는 걸로 아는데 사정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재단 정관에서 기본 재산을 처분하려면 이사회 결의하고 도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절차는 잘 이행한 거 같은데 113억 원을 전출하려면 기본재산을 변경해야 하니 정관을 변경해야 하는데 그 절차는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니 100억이 넘는 기금 결제 건을 국장 전결로 했다는 게 문제"라며 "서울시에선 5억 이상 기금을 사용하려면 해당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제주에서도 서울시 조례 참고해서 조례를 개정하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이 위원장은 "재단 이사장은 도정에 손 벌리면 (출연금을)줄 것으로 생각하나 본데 리모델링 사업비가 편성돼 올라오면 의회에서 철저히 심의하고, 삭감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