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문항 두고 논란일자 공론조사 일시 잠정 연기했던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14일 오후 3시 제주도청 기자실서 해명 브리핑 "설문문항, 의결 사항 아니다. 업체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알려진 최종안대로 15일부터 실시

잠정 연기한다던 영리병원(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공론조사가 오는 15일부터 실시된다.

허나 정확한 공론조사 실시일은 16일이 될 수도 있다. 허용진 숙의형공론조사위원회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공론조사에 따른 유·무선 전화를 돌릴 컨소시엄 업체((주)칸타코리아, 코리아스픽스, 입소스)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다.

15일이 광복절인 국가공휴일이어서 업체가 그 이튿날인 16일에 실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론조사위원회는 공식적으로 공론조사 실시일을 15일로 정해뒀다.

▲ 영리병원(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여부를 놓고 공론조사를 실시해야 할 숙의형공론조사위원회가 설문문항을 두고 논란이 일자 허용진 위원장이 14일 직접 브리핑에 나섰다. ©Newsjeju
▲ 영리병원(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여부를 놓고 공론조사를 실시해야 할 숙의형공론조사위원회가 설문문항을 두고 논란이 일자 허용진 위원장이 14일 직접 브리핑에 나섰다. ©Newsjeju

# 설문문항 결정 의견대립으로 공론조사 연기한 줄 알았더니....

당초 14일 오후부터 실시될 예정이던 공론조사가 하루 늦춰진 사유는 다소 의아하다.

설문문항을 결정하는 데 있어 공론조사위원회 9명의 위원들간의 의견합치가 되지 않았다는 말들이 나돌아 이에 대한 이유 때문인 것으로 여겨졌었으나 그게 아니었다. 확정된 설문문항 최종안을 9명의 위원들이 모두 확인했는지 여부를 알 수 없어서였다.

확인 과정도 안 거치고 최종안을 결정했다는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지점이다.

공론조사위는 공론조사에 사용할 설문문항 1차 초안을 업체로부터 지난 7월 30일에 받아들었다. 공론조사위에선 설문문항에 '영리' 단어 사용유무에 대한 의견대립이 팽팽하게 벌어졌다.

녹지국제병원 측에서 추천한 위원이 '영리' 단어 사용을 자제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다른 일부 위원들과 첨예하게 맞섰다. 이러한 복수 의견이 업체 측에 전달된 후 2차 안이 8월 9일에 나왔고, 이에 대해서도 위원들이 수정의견을 제시했다.

업체는 8월 10일에 3차 안을 최종안으로 확정해 공론조사위에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최종안이 공론조사위의 회의장에서 위원들에게 전달된 게 아니라 카카오톡 단톡방과 위원들의 각자 이메일로 보내지는 것으로 대신됐다.

허용진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9명의 위원들은 최종안으로 확정된 설문문항에 대해 아무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 그러면서 3차 설문문항이 8월 13일 오후 5시에 최종안으로 확정됐다. 공론조사위는 14일부터 공론조사에 돌입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허나 숙의형 공론조사를 청구한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이하 도민운동본부)'는 이튿날 14일 오전에 성명을 내고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론조사 실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공론위 측은 이날 오전에 곧바로 공론조사 실시일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언론사는 공론조사 연기 결정이 '설문문항'을 결정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추론했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할 숙의형공론조사위원회는 논란이 확대될 것이 우려되자 이날 오후 3시에 허용진 위원장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허용진 위원장은 "공론조사 시일을 잠정 연기한 건, 최종안에 대해 아직 모르는 위원들이 있을 수도 있어 오늘 오후 5시 30분에 (9차)회의를 열어 이를 제대로 알린 후에 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녹지국제병원 전경.
국내 1호 영리병원이 될 녹지국제병원 전경.

# 정작 논란은... 설문문항을 확정할 최종 의결은 누가 하나

그러면 이런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9차 회의를 13일 혹은 14일에 열어 최종안을 위원들에게 공표한 후 공론조사 실시일을 정하면 될 것을 왜 회의를 개최하기 전에 최종안을 정하고 실시일을 발표했느냐'는 점이다.

1·2차 설문안을 논의할 때엔 7·8차 회의를 열어 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했지만, 정작 최종안을 결정할 때엔 회의를 열지 않고 이메일로만 의견을 받았다.

이러자 설문문항의 최종안을 대체 누가 의결(컨펌)하느냐로 의문의 초점이 모아졌다. 기자단에선 이러한 의문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이에 대해 허용진 위원장은 "설문문항을 결정하는 것 자체가 공론조사위의 의결사항이 아니"라며 "설문문항이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지의 최종 결정은 업체가 하는 것"이라고 즉답을 비켜 나갔다. 그러면서 허 위원장은 "우리는 (합치된 의견이 아니라 9명 위원 개개인의)의견을 전달할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허 위원장은 "우리는 여론조사에 쓸 문항을 만들 줄 모른다. 최종안을 회람시키면서 다른 의견이 있으면 보내주고, 그렇지 않으면 3차안대로 진행하겠다고 해서 최종안이 확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기자단에선 "14일 오후 5시 30분에 이어질 9차 회의에서 일부 위원이 다른 의견을 내 최종안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제기했지만, 허 위원장은 "다른 의견 제시가 없다가 오늘 갑자기 그러진 않을 것"이라며 "오늘 오후 회의는 공론조사 실시를 설명하는 자리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제주자치도 측은 "만일 극단적인 상황으로 흐른다면 곧바로 브리핑하겠다"며 논란의 확대를 경계했다.

국내 제1호 영리병원이 될 녹지국제병원 전경. 지난해 7월 준공됐지만 사업허가가 여전히 보류되면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녹지그룹이 제주헬스케어타운 부지 내에 778억 원을 들여 지어놨지만 개업조차 불가능이 점쳐짐에 따라 '손해배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제1호 영리병원이 될 녹지국제병원 전경. 지난해 7월 준공됐지만 사업허가가 여전히 보류되면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녹지그룹이 제주헬스케어타운 부지 내에 778억 원을 들여 지어놨지만 개업조차 불가능이 점쳐짐에 따라 '손해배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설문문항은 14일 오전 예고했던 그대로 진행

결국 국내 최초의 영리병원이 될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1차 공론조사는 15일(혹은 16일)부터 실시된다.

설문문항은 14일 오전에 잠깐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에 게시됐던 그대로다. 녹지국제병원 측에서 사용을 꺼려하는 '영리'라는 단어는 전체 8개 문항 중 1번 문항의 질문과 2-2번 문항에서의 3번 보기, 4번 문항 등 3개 질문에만 포함돼 있다.

설문대상이 될 표본수는 제주도민 3000명이며, 대략 1주일에서 10일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공론조사위원회는 설문에 참여한 3000명 가운데 200명을 모집해 도민참여단을 구성할 방침이다.

도민참여단 구성 비율은 이번 공론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만일 찬성이 40%, 반대가 50%, 유보가 10%라면 그 비율대로 200명을 지역과 연령, 성별에 따라 비율을 맞춰 모집하게 된다.

향후 도민참여단은 3번에 걸쳐 숙의형 토론회에 참여하게 되며, 녹지국제병원의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렇게 도민참여단이 이번 공론조사 결과에 따라 구성되기 때문에 15일부터 실시되는 여론조사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허나 시작부터 갈등 조짐이 빚어져 원래 예정대로 무사히 진행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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