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서 양윤경 서귀포시장 예정자, 사전내정설 극구 부인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이 올해 70주년으로 거행되면서 유해발굴이 9년만에 재개되는 등 제주4.3과 관련한 여러 사업들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진상규명을 위한 제주4.3특별법 개정안도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에서 큰 역할을 담당해 내야 할 제주4.3유족회장이 돌연 사직하고 서귀포시장 자리에 나선 것을 두고 '사전내정설' 얘기가 풍겼다.

서귀포시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이 시행된 20일, 청문위원들은 양윤경 예정자가 원희룡 지사와 사전에 조율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들이 연거푸 제기됐다.

▲ 양윤경 서귀포시장 예정자(위)와 청문위원으로 나선 이상봉(좌)과 송창권 의원. ©Newsjeju
▲ 양윤경 서귀포시장 예정자(위)와 청문위원으로 나선 이상봉(좌)과 송창권 의원. ©Newsjeju

이상봉 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동 을)은 "올해 70주년으로 어느 해 때보다 왕성한 활동을 하던 시기다. 해야할 일도 너무 많고 추념식 기간도 많이 남았다"며 "사전에 내정돼 있지 않았다면 어떻게 공모에 응할 수 있었겠느냐"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양윤경 예정자는 "충분히 (그러한 지적을)이해하고, 도민들도 그렇게 볼 수 있을 거라 본다"며 "하지만 유족회장을 맡으면서 다른 것과 관련지어 다른 욕심으로 활동하지 않았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런 적 없고 유족과 주변 분들의 추천과 권유가 있어 공모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송창권 의원(더불어민주당, 외도·이호·도두동)도 "원 지사가 왜 예정자를 지명했겠느냐"며 같은 부분을 짚었다.

양 예정자는 "서귀포시가 1차 산업 비중이 높으니 1차 산업에 오랜 기간 종사해 온 사람에게 맡겨보고 싶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현직 유족회장을 내정한 건, 어쩌면 4.3해결에 대한 의지도 포함되지 않았을까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송 의원은 올해 지방선거 도중 제주4.3유족회가 민주당 측에 대한 태도를 끄집어내며 "섭섭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제주4.3유족회 일부 인사가 민주당의 상대 후보였던 원희룡 지사를 돕는다는 의혹을 제주 출신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제기하자 제주4.3유족회는 일제히 성명을 내고 "4.3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며 공세적으로 나선 바 있다. 송 의원은 불만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송 의원은 "민주당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 정부 때부터 많이 애써 온 당이고, 4.3특별법 전면 개정안은 오영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이다. 그런데 오 의원이 조금 실수했다고 바로 공격하듯 수모를 줬어야 했느냐"며 "원 지사가 고마워서 보은인사 하려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양 예정자는 "그렇게 생각할 여지도 있겠지만 그건 절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송 의원이 "4.3유족회 임원 중에 원희룡 지사를 도운 분들이 있다"고 지적하자, 양 예정자는 "양쪽 모두 도운 분이 있는 걸로 안다"고 항변했다.

그러자 송 의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곳에서 유족회 임원들이 그렇게 활동하도록 왜 내버려 둔 것이냐"며 "조직장악력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냐"고 꾸짖었다.

양 예정자는 "제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또한 송 의원이 "3년 임기를 잘 마무리하면서 진상규명도 이뤄지길 바랐는데 꼭 공모에 응해야 할 이유가 뭐냐"고 재차 따져 묻자, 양 예정자는 "유족분들에게 죄를 지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이번 결정에 대해 아픔이 컸다"는 답변으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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