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여당되니 뭉치기 더 힘들어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사분오열 사태만 이어지나

그 어느 해 때보다 여당의 입김이 강력해진 제11대 제주도의회. 교육의원을 제외한 38명의 도의원 중 무려 29명이나 더불어민주당원으로 구성된 의회다.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의회'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이번 6.13 지방선거 결과, 원희룡 제주도정을 강력히 견제할 진용이 갖춰졌다는 평을 받았다.

실제 원 지사는 재선에 성공했어도 무소속 신분이기에 이전과는 달리 납작 엎드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엔 같은 당(새누리당)이었어도 예산 문제로 서로 으르렁댔었지만, 민선 7기에선 그러한 모습을 거두고 '뭐든 적극 협조'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의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과 각을 세워봐야 자신만 불리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다.

▲ 이번 신화역사공원 행정사무조사 발의의 건이 부결되자, 원흉으로 지목된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의 제주도의원들이 비난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Newsjeju
▲ 이번 신화역사공원 행정사무조사 발의의 건이 부결되자, 원흉으로 지목된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의 제주도의원들이 비난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Newsjeju

반면,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걸 증명하듯 갈수록 사분오열 행태가 드러나고 있다.

선거 직후, 도당은 김우남 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벌어진 갈등양상이 뭍으로 드러나면서 크나 큰 내홍을 겪어야만 했다. 그 여파는 29명의 더민주 제주도의원들에게도 미친 모양이다. '당론'이라는 게 이제는 없는 듯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게 이제는 불가능해진 듯하다.

이번 제주신화역사공원 행정사무조사 요구서에 대한 결의안 투표결과만 봐도 그렇다.

민주당 제주도당의 수장인 김태석 의장이 제11대 의회를 맡은 후 늘 강조해왔던 '민의의 전당'이라는 모습이 부끄러울 수밖에 없던 결과였다.

제주신화역사공원의 오수역류 사태는 원희룡 도정이 그릇된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행정의 나태함과 잘못에 대해 시정요구 해야 할 의회가 '행정사무조사'를 발동하는 건 당연한 책무였다.

허나 29명의 민주당 도의원들 중 겨우 9명만이 제주도정의 잘못을 따져야 한다고 봤다.

나머지 반대나 기권, 혹은 투표하지 않은 민주당 도의원들은 이 문제로 인해 자신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해당 지역구 주민들이 비판 댓글을 게시하고 있어서다. 이에 일부 도의원들은 '해명'한답시고 글을 올리곤 있으나 제대로 명분이 서지 않기에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투표 결과를 두고 양영식 의원(연동 갑)은 동료의원인 홍명환 의원(이도2동 갑)에게 'ㅅㅂㄴ'이라는 초성체의 욕설을 남긴 게 알려지면서 큰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홍 의원이 자신의 SNS에 투표결과 명단 사진을 게시하자, 양 의원은 이 글에 "이걸 꼬~옥 올려야되겠냐? 이 ㅅㅂㄴ아!"라고 댓글을 달았다. 홍 의원은 이번 투표에서 찬성을, 양 의원은 기권표를 던졌다. 문제가 커지자 양 의원은 뒤늦게 해당 글을 삭제했지만 논란이 여전하다.

물론 같은 당 내에서도 개인의 생각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또한 이번 건이 당론으로 정해야 할만큼 정치적인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김태석 의장이나 도당 원내대표인 김경학 의원조차 (본회의장에 있었으면서)아예 투표하지 않은 것을 보면 당 내에서 의견이 전혀 조율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허나 두 사람은 이번 안건이 '부결'될 시 미칠 여파는 제대로 숙고하지 못한 듯하다. 행정의 잘못이 명백히 드러난 사건에서 의회가 '부결'을 선택한 건 '민의기관'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책무를 외면한 것이 돼 버리고 말았다.

특히 김태석 의장의 경우, 신화련 금수산장 개발사업에 대해 그토록 반대 목소리를 표명하면서 원 도정을 비판해왔다. 그의 과거 주장 이력을 보면 당연 이번 사안에 찬성표를 던질 위치였다. 이번 결과로 그가 원 지사처럼 '이중노선'을 취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정치적 결정을 내려야 할 사안이 아니어서 각자 개인의 판단에 맡긴 결과라 보기엔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을 바라보는 제주민심이 매우 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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