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 국회의원 "특구 지정, 제주여야 할 이유 없다" 지적에
원 지사, 적절히 반박하지 못하자 "나중에 보고하겠다"며 회피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해야 한다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논리가 김병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성남시 분당구 갑)의 지적에 막혔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위원장 인재근)의 국정감사가 진행된 26일, 소속 위원회의 김병관 의원은 블록체인과 관련해 원희룡 지사를 코너로 몰아세웠다.

▲ 제주의 블록체인 특구 지정과 관련해 의견 대립을 보인 국회 행안위 소속 김병관 국회의원(성남시)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Newsjeju
▲ 제주의 블록체인 특구 지정과 관련해 의견 대립을 보인 국회 행안위 소속 김병관 국회의원(성남시)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Newsjeju

먼저 김병관 의원은 블록체인 특구를 왜 제주로 지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을 가했다.

김 의원은 "제주의 블록체인 특구는 아무리 생각해도 쌩뚱맞다"며 "저도 암호화폐나 ICO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왜 제주가 특구로 지정돼야하는지 공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특구로 지정한다는 건 어떤 규제를 완화해서 특정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건데 제주에서 어떤 규제를 완화하고 싶다는 건지 불분명하다"며 "제주에서 채굴사업을 하겠다는 건 아닌 걸로 안다"고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의 논리를 시작했다.

김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아직 우리나라에선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가 사실 없다. 이와 관련된 조항 자체가 없어서다. 다만, 은행 계좌개설엔 제한이 있다.

김 의원은 "제주가 특구로 지정되더라도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사람들은 제주지역분들뿐만 아니라 육지 분들도 해당되기 때문에 거래소가 바뀔 가능성은 없다. 그러만 남아있는 이슈가 ICO인데 현재 정부는 ICO 대해서만큼은 완곡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김병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성남시 분당구 갑)은 원희룡 지사가 추진하려는 블록체인 특구 지정과 관련해 "제주여야 하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며 설령 추진한다 하더라도 정부의 추진의지 없이 이대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진=뉴시스. ©Newsjeju
▲ 김병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성남시 분당구 갑)은 원희룡 지사가 추진하려는 블록체인 특구 지정과 관련해 "제주여야 하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며 설령 추진한다 하더라도 정부의 추진의지 없이 이대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진=뉴시스. ©Newsjeju

우리나라는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가치에 대해선 긍정적이나 암호화폐와 ICO만큼은 호의적이지 않다. 규제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투자자 보호다.

ICO는 Initail Coin Offering(암호화폐 공개)의 약어로서 IPO(기업공개, Intial Public Offering)와 같은 개념이다. 기업이 기술과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공개하고 그 댓가로 가상화폐를 받아 투자금을 조성하는 방법이다. 아직 ICO는 가상화폐 개념이 만들어진 것만큼이나 기초적이며, 발전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9월, 일부 암호화폐가 해킹 당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중국과 미국 등은 ICO를 규제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 혹은 ICO 특구로 지정한다 해도 ICO에 투자하는 사람은 대한민국 전체 국민이 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ICO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바뀌지 않는 한 의미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원희룡 지사는 "ICO에 대해선 기관투자자의 문제나 법적 화폐 호환 등 여러 이슈가 있는데 제주에선 정부와 이런 문제를 고민하면서 구체적인 안을 논의하는 단계에 있다"며 앞서 줄기차게 강조해왔던 ICO에 대한 개발계획을 열거하려 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3단계로 추진하겠다는 그 내용도 마찬가지"라며 "투자자가 대부분 육지에 있는 사람들(심지어 전 세계인)일텐데 (투자자의 이익이 확보되려면)제주에 있는 ICO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있는 곳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허용해줘야만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이는 결국 제주에서 발행한 ICO에 대해서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허용하겠다고 결론을 내리면 제주가 아닌 대한민국 어디서든 투자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ICO 투자가 기본적으로 자본(금융)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자는 기본 전제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제주여야 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 된다"고 주장했다.

▲ 답변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Newsjeju
▲ 답변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Newsjeju

이에 대해 원 지사는 "정부와의 대화에선, 정부가 실제로 국내 전체를 대상으로 할 자신이 있다면 그렇게 하자는 것이고, 제주에서만 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건 아니"라며 "대상은 전 세계이지만 이 부분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게 현재 문제여서 그러한 규제에 대한 것을 제주와 정부가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김 의원은 "무엇보다 특구 지정으로 (제주가)성공하려면 정부가 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며 "그게 어렵다면 지역주민들의 공감대 속에서 협조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보면 그런 것 없이 도지사와 미래전략국에서만 너무 앞서 나가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어 문제"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제주에서 얘기하는 블록체인 특구는, 사실상 ICO 특구에 가깝지만... 제주에선 성공하기 어렵다"고 단정지었다.

김 의원은 "해외에 있는 크립토벨리들과 비교해서 우리나라가 가진 강점이 사실 없다. 많은 규제들이 해외 다른 나라가 훨씬 더 완화돼 있다"며 "오히려 제주가 가진 강점을 생각한다면 블록체인 특구가 아니라 AI 빅데이터나 제주 안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가지고 다른 특구를 지정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원 지사는 자신의 블록체인 특구 지정 뜻을 굽히지 않았다. 원 지사는 "정부의 여러 정책결정 부서와 단계적 논의를 통해 협의 중에 있다"며 "실제 생각을 담은 문서도 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걸로 설명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그 문서'를 들어보이면서 "제주에서 만들었다는 문서가 이건데 이걸 보면 블록체인과 ICO에 대한 얘기는 있지만 이게 왜 제주여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가 없다"고 꼬집었다.

의원 당 질의시간이 7분으로 제한돼 있어 김 의원의 마이크가 꺼졌다. 허나 원 지사의 마이크엔 시간제한이 걸려 있지 않아 반박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지만 "추후에 더 논의하도록 하겠다"는 말로 짧게 응수하는 걸로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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