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의원, 유니버설 디자인 도입 너무 지지부진해 '질타'
원희룡 지사 "부족한 게 사실, 가이드라인 마련해 '의무화' 추진" 약속... 예산이 쥐꼬리만한데 과연?

김경미 의원이 자료화면으로 제시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해수욕장의 모습.
김경미 의원이 자료화면으로 제시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해수욕장의 모습.

유니버설 디자인, Universal Design. 연령과 성별, 국적, 장애유무를 비롯해 개인의 능력과 개성의 차이에 관계 없이 누구나 사용이 편리한 제품, 환경, 건축, 서비스 등을 구현한다는 개념이다.

한 마디로 '보편적인 디자인'이나 '누구든지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말한다. universal의 사전적 의미가 '범용'이어서다. 다른 말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디자인 이라고도 한다. 장벽 제한이 없다는 뜻이다.

1990년대 미국에서 최초 등장한 개념이며, 영국에선 1995년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디자인 관련 법안이 제정되면서 모든 건물에 휠체어 통로와 엘리베이터를 구축하는 것을 기본으로 개념이 확대돼 갔다.

국내에 이 개념이 도입된 것은 꽤 늦은 2000년대 들어서부터다. 관련 법령이 제정돼 있긴 하지만 타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초보 수준이다. 주로 장애인들의 접근권을 강화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이마저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단적인 예로, 노인과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저상버스 도입만 하더라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불과 2∼3년 전인 민선 6기 원희룡 도정 때만 하더라도 도의원들의 질문에 일부 공직자들은 '유니버설 디자인'이 뭔지도 몰랐다.

민선 7기로 들어선 원희룡 도정에선 '도시디자인담당관'을 신설해 유니버설 디자인 제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는 있다. 허나 갈 길이 아직도 한참이나 멀다는 지적이다.

도정질문을 하고 있는 김경미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도정질문을 하고 있는 김경미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김경미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지난 21일 속개된 제366회 제2차 정례회 도정질문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원희룡 도정의 추진 의지에 의구심을 던졌다.

조직이 만들어졌지만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관광지를 1년에 1개씩 늘려나간다는 소박한(?) 목표로 예산이 쥐꼬리만큼만 배정돼 있어 '유명무실'하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김경미 의원은 "조직을 어렵게 신설하고도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면 '알맹이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며 "유니버설 디자인 인증제도 도입에 5000만 원, 홍보비 5000만 원, 환경 개선사업에 15억 원 등 총 예산이 18억 4000만 원인데 정책 목표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의원은 "환경개선사업 15억 원으로 2곳을 활성화 할 수 있겠느냐"며 "무장애 관광지 조성사업도 달랑 1곳만 지정해 예산을 편성해놨다. 1년에 1개씩 조성해서 어느 세월에 하겠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직속기관을 포함한 제주도 내 공공기관에서의 용역 사업 과업지시서에 유니버설 디자인이 기본원칙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도 덧붙여 당부했다.

▲ 김경미 의원의 질의에 원희룡 지사가 답변하고 있다. ©Newsjeju
▲ 김경미 의원의 질의에 원희룡 지사가 답변하고 있다. ©Newsjeju

이에 대한 원희룡 지사의 답변은 지난 민선 6기 도정 때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행정에서 가이드라인을 세워 유니버설 디자인을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하겠다는 똑같은 대답이다.

원희룡 지사는 "장애인과 노인, 임산부 등 개인의 특수한 상황이나 생애주기별 특성에 대한 접근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을 제주의 중요한 가치로 삼아야 하는 게 맞다"며 "지적한대로 그 중요성에 비해서 그간 투자나 추진실적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잘못을 인정했다.

이어 원 지사는 "기본계획과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기준들을 조례에 포함해 공공시설에서 의무화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물론 예산 부족도 느낀다. 본청과 행정시가 서로 협력해 빠른 속도로 확대시켜 나가겠다는 걸 약속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또한 원 지사는 "공공시설에 대해 도청에서 지원되는 사업의 경우엔 설계 용역이나 공사 시행 과정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의무화 해 나가는 걸 제안하겠다"며 "행정과 협의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하는 걸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무장애 관광지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 적극 추진하면서 유니버설 디자인이 전 부서에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에게 더 많은 구체적인 지적과 제안을 당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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