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쓰레기 불법수출 인정 제주시, 대책 믿을 수 있겠나
필리핀에 쓰레기 불법수출 사실, 2017년 5월에야 파악?... 현재도 뚜렷한 대책 없어

제주시가 그간 쓰레기를 불법수출한 해 온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방지책을 약속했지만 뚜렷한 대책 마련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시는 압축쓰레기(압축포장폐기물 혹은 폐합성수지류)를 도외 반출하는 과정에서 위탁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14일 공식 사과했다.

윤선홍 시 청정환경국장과 위탁업체인 한불에너지관리(주) 관계자 등 관계자들이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의 청정환경 이미지를 실추시킨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그간의 사유와 향후 대책들을 발표했다.

▲ 제주시는 압축쓰레기를 불법 해외수출시킨 건과 관련해 죄송하다고 밝혔지만 뚜렷한 대책 역시 내놓지 못했다. ©Newsjeju
▲ 제주시는 압축쓰레기를 불법 해외수출시킨 건과 관련해 죄송하다고 밝혔지만 뚜렷한 대책 역시 내놓지 못했다. ©Newsjeju

# 대체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길래...

제주시 관할 북부광역소각장은 관내에서 발생되고 있는 쓰레기를 한데 모아 소각시키는 곳이다. 1일 200톤을 소각할 수 있지만 현재 시설 노후화로 인해 실제 소각능력은 1일 143톤에 불과한 상황이다.

헌데 소각장으로 반입되는 생활폐기물이 1일 213톤이어서 하루 70톤의 쓰레기가 소각되지 못하고 야적장에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시는 계속 쌓여만 가는 쓰레기 처리 방법을 강구하다 '고형연료'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이를 만들기 위한 생산시설을 가동했다. 이 때가 2015년 8월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흰색 비닐로 포장된 압축쓰레기다. 

하지만 쓸모가 없었다. 만들어진 '고형연료'는 환경부 기준인 수분함량 25% 미만을 충족하지 못했다. 읍면 지역의 음식물쓰레기가 소각장으로 혼합 처리되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공정 과정에 쓰레기의 수분을 짜내고 말리는 시설을 추가했어야 했지만 그러지도 않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무늬만 고형연료'는 1일 10개 정도가 생산됐고, 제때 처리되지 못하면서 일단 제주시 회천매립장에 쌓아뒀다. 현재까지도 약 4만 7000톤 정도가 쌓여있는 상태다. 

이들 압축쓰레기로 매립장이 가득차면서 매립장 역할도 못하게 되자, 제주시는 더 이상 제주에서 처리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를 '도외 반출'키로 결정했다.

# 쓰레기 불법 해외 수출, 제주시... 업체에 떠넘기고 뒷일은 나몰라라

제주시는 압축쓰레기를 도외반출시키고자 한불에너지관리(주)에 위탁을 맡겼다. 이에 한불에너지는 다시 폐기물 종합처리업체인 (주)네오그린바이오에 재위탁 처리했다.

이를 위해 제주시는 지난 2015년 8월부터 2017년까지 약 25억 원의 예산을 집행했으며, 이 가운데 한불에너지 측엔 14억 원을 지불했다.

도외반출만 하면 되는 것이었기에 네오그린바이오는 이를 국내 다른 지역이 아닌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곳이 바로 필리핀이었다. 

제주시 입장에선 네오그린바이오에서 이 압축쓰레기가 재활용 처리되는 걸로 파악했으나, 실제론 관련 장비도 전혀 갖추지 못한 기업임이 논란이 되고서야 뒤늦게 드러났다. 한불에너지 측은 이를 확인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한 잘못을 인정했다.

제주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불에너지 측에 맡기면 알아서 처리되는 걸로만 알고 있었던 것임을 시인했다. 위탁업체에 넘긴 후 사후 관리감독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다. 네오그린바이오가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버젓이 '해외수출'을 명시했지만 이마저도 몰랐다는 것이다.

즉, 제주시는 자신들이 만든 '무늬만 고형연료'가 어떻게 처리되든 도외로만 반출되면 별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윤선홍 국장은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거듭 사죄했다.

▲ 제주시가 압축쓰레기의 불법 수출 건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Newsjeju
▲ 제주시가 압축쓰레기의 불법 수출 건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Newsjeju

# 무늬만 고형연료로 둔갑한 압축쓰레기, 어떻게 필리핀까지...?

지난 2017년 1월 13일께 한불에너지로부터 위탁받은 네오그린바이오는 2712톤(2016년 생산량 중 일부)의 압축쓰레기를 제주항에서 선적(1월 20일)해 필리핀 세부항으로 운송했다. 이 때도 제주시는 쓰레기가 해외로 반출되는 줄 몰랐다.

필리핀으로 건너간 이 선박은 필리핀 세관에 의해 고형연료가 아닌 단순 압축쓰레기임이 발각돼 제주항이 아닌 평택항으로 반송(3월 15일)처리됐다. 평택항 세관에서도 이를 거부해 쓰레기를 실은 '크리스티나'호는 2개월여 동안 공해상에서 대기해야만 했다.

그러다 그해 5월 19일부터 6월 2일 사이에 평택항에서 하역 작업이 완료됐다. 6개월가량 방치되던 이 쓰레기는 2018년 1∼2월께 평택항으로부터 처리요청이 들어오자 네오그린바이오는 930톤을 창원에 소재한 소각처리시설로 위탁 처리했다.

나머지 1782톤은 어처구니 없게도 다시 필리핀으로 향했다. 네오그린바이오는 해외수출을 위해 적정 수출물량을 맞추고자 2018년 7월 중에 다른 7∼8개 업체에서 발생한 폐기물과 함께 총 5100톤을 필리핀 민다나오 섬으로 재수출했다.

현재 이 5100톤의 쓰레기는 한국계 법인이 현지에 설립한 공장 부지에 야적돼 있다. 주변 주민들이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고통받고 있다.

# 군산항에 쌓여있는 9262톤 쓰레기, 서로 떠넘기기만...

제주시가 2017년에 생산한 압축쓰레기는 총 2만 8549톤이다. 이 가운데 도외로 반출한 양이 1만 2162톤이며, 네오그린바이오가 9262톤을 처리키로 했다. 나머지 2900톤은 타 업체가 처리하는 걸로 계약됐다.

네오그린바이오는 2016년에 계약한 2712톤이 불법 수출로 문제가 되자, 2017년 1월에 계약한 9262톤을 군산항 내 인근세방 물류창고에 쌓아뒀다. 기존 물류창고의 임대차 계약이 2017년 6월로 만료된 후, 2018년 4월에야 다시 군산항 자유무역지구 내 (주)대우로지스택이 보유한 물류창고로 옮겨져 현재까지 방치돼 있다.

이에 대해 제주시는 계약 당사자인 한불에너지관리 측에 처리를 요구한 상황이며, 한불에너지는 네오그린바이오에 사업비를 이미 지불했기 때문에 네오그린바이오가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주시는 계약업체에, 그 계약업체는 또 다시 처리업체에 대책을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한불에너지는 네오그린바이오가 조속한 시일 내에 9262톤을 처리하지 않을 시 소송 등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제주시는 한불에너지 선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그때 법적대응하겠다고 한 발 물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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