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과는 관계없는 개인방송이라면서 지사가 논란 일으키고 해명은 공보관이... 이 무슨 시스템인가.

개인방송으로 논란이 벌어진 데 대해 왜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정식 행정기구가 대신 해명에 나서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 개인방송 개설자가 '제주도지사'라는 직함을 달고 있기 때문인가. 그러면 개인방송일뿐이라는 '원더풀TV'의 정체성은 대체 무언가. 무언가 주장하고 싶을 땐 '개인방송'이었다가 불리하다 싶으면 '공공방송'이 되는건가.

논란은 원희룡 제주도지사 본인이 키웠으면서 해명을 공보관이 하는 것도 황당하다. 원 지사가 '원더풀TV'에 출연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제주도의원들이 지적할 때, 원 지사는 직접 본인 입으로 "지인과 함께하는 개인적인 방송일 뿐"이라며 공무원들은 전혀 개입하지 않는 방송이라고 선을 그었었다.

그랬던 그가 이번 '원더풀TV'에서 제2공항과 관련해 발언한 내용이 시민단체로부터 '가짜뉴스'라며 반박당하자, 다시 원더풀TV를 통해 재반박에 나서지 않고 '공보관'이라는 제주자치도 행정기관을 동원해 방어에 나섰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원더풀TV'에서 발언한 내용이 논란이 되자, 이에 대한 해명을 개인방송이 아닌 공공채널을 통해 이뤄지자 더 큰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원더풀TV'에서 발언한 내용이 논란이 되자, 이에 대한 해명을 개인방송이 아닌 공공채널을 통해 이뤄지자 더 큰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래도 되는건가. '제주도지사'라는 권한이 이렇게 남용되도 되는 것인가. '원희룡'의 발언(재반박)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해명이 더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아니면 유리할 땐 자신이 나서고 불리할 땐 '행정기관'을 동원하는 건가.

이러한 원 지사의 '감탄고토(甘呑苦吐)' 태도는 과거 사례에서도 곧잘 드러나곤 했었다.

멀리까지 찾아보지 않아도 최근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12월께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계획을 백지화했을 때, 이 중요한 사안을 원 지사가 아닌 전성태 행정부지사가 브리핑했다. 그러더니 백지화 후속대책 발표에선 원 지사가 나타났다.

행정은 둘째치고 '도지사'라는 직책을 갖고 있는 자가 보이는 행보치고는 앞뒤 맥락이 맞지 않아 보인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느닷없이 지난해 11월께부터 개인 유튜브 개정을 만들어 '원더풀TV'라는 타이틀을 달고 연이어 정치적인 행보를 노출시키고 있다.

도정질의가 있던 지난 제371회 임시회 회기 중에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원더풀TV'에 출연하면서 생중계로 춤까지 췄다. 원 지사가 원더풀TV에 공직자는 동원되지 않는다고 했으나, 당시 화면에서 원 지사 뒤에서 까만 양복에 썬글라스를 끼고 춤을 추던 이는 조 모(6급) 씨, 공무원이다.

물론 원 지사와 함께 춤춘 행동만으로 '원더풀TV'를 같이 운영한다고 보긴 어렵다. 그렇다해도 원 지사의 항변대로 지인과 함께 하는 개인적 방송이라면, 공직자가 아닌 제3자(민간인)가 도지사 집무실을 제 집 드나들듯 하면서 이렇게 제작해도 상관없는 것인가.

공적인 공간에서 개인방송 제작이라는 점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 문제를 따져보려면 도지사 집무실이 '개인의 사적인 공간'으로도 기능할 수 있느냐의 논쟁으로 불거질 수도 있겠다.

허나 최근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시민들과의 소통강화를 목적으로 유튜브와 SNS를 이용해 메세지들을 전달하고 있는데, 이는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다른 지자체에선 '공식채널'로 가동하고 있는 반면, 원 지사는 '개인방송'이라며 제주자치도의 공식 유튜브 계정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 원희룡 지사는 자신의 '원더풀TV'가 개인방송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공공연하게 제주자치도의 '공공채널'처럼 운영되고 있다. ©Newsjeju
▲ 원희룡 지사는 자신의 '원더풀TV'가 개인방송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공공연하게 제주자치도의 '공공채널'처럼 운영되고 있다. ©Newsjeju

원 지사는 최대한의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만든 '개인채널'을 '도지사'라는 직무에 맞춰 공공채널화시켜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원더풀TV'에서 발생한 논란도 '제주특별자치도 공보관'을 통해 거리낌없이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이게 과연 정당한가. 정당성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이는 '도지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즉, 원 지사는 '도지사'의 권한을 사유화하고 있는 셈이다.

언제는 도민의 권력이라더니, 결국 듣기 좋은 말 뿐이었다.

한편, 이날 제주자치도 공보관은 반박 해명자료를 통해 원 지사의 발언이 국토교통부의 공식자료에 따른 것일 뿐이라며 '가짜뉴스'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허나 이는 어디까지나 한 쪽만의 주장일 뿐이다. 지난해 12월에 발간된 국토부의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최종보고서는 검토위원회로부터 검수를 받지 않은 채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내놓은 보고서다.

이 문제 때문에 검토위와 국토부는 활동기한을 2개월 더 연장키로 합의해 다시 재조사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즉, 원 지사가 원더풀TV를 통해 말한 주장은 국토부의 입장일 뿐, 아직 공식적인 보고서에 의한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

이와 함께 공보관은 원 지사의 팬클럽인 '프렌즈원'의 활동이 제주도청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제주자치도는 "제2공항에 대해 찬성하는 분들을 세력·조직화 하거나, 관변집회를 기획하거나 관여한 바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다"고 했다.

이 부분도 의아한 대목이다. 한 때 도지사를 초청하면서까지 팬클럽이 창단돼 활발한 활동을 벌일 때는 적극 전면에 나서더니, 논란이 벌어진 사안에 대해선 철저하게 '거리두기' 자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으면 그만인가. 찬성하는 도민은 달고, 반대하는 도민은 쓴 맛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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