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사건 수사한 동부서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코너 핫 이슈
'감사하다'는 내용의 제목 많이 올라와... 클릭하면 반전 조롱 글

▲ 제주동부경찰서 박기남 서장 ©Newsjeju
▲ 제주동부경찰서 박기남 서장 ©Newsjeju

제주 동부경찰서가 연일 뜨겁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 및 훼손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고유정(37) 사건 관련 연장선이다.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훼손된 사체 일부 수색은 답보상태고, 부실수사 논란 등은 여전히 포탈사이트를 달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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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포탈사이트 실시간 뉴스검색어에 제주동부경찰서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Newsjeju

26일 오전 11시18분 기준으로는 D포털사이트 실시간 뉴스검색어에 '제주 동부경찰서'가 5위에 오르는 등 계속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주 동부경찰서' 홈페이지 역시 접속자가 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칭찬한마디> 코너에 글이 올라오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코너는 제주경찰에 고마움을 느낀 시민들이 칭찬과 감사의 글을 게시하는 곳이다. 이곳은 평균 하루에 한 두 건만 올라와도 '활성화'라고 칭할 정도로 조용한 인터넷 공간이다. 

그런데 최근 경찰관 내부 통신망 '폴넷'에 작성된 글이 기사화 된 이후부터 <칭찬한마디> 코너에 감사의 글이 연달아 올라오고 있다.

오늘 오후 5시 기준으로만 29건에 달한다. 유례 없는 칭찬사례다. 다만 내용을 읽어보면 칭찬이 아닌 조롱 글이라는 것이 함정.

▲ 동부경찰서 홈페이지가 갑자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칭찬한마디' 코너는 평소 하루에 한 두 건 글이 게시되어도 활성화라는 평을 받는 곳인데, 최근 글 게시가 급증하고 있다. ©Newsjeju
▲ 동부경찰서 홈페이지가 갑자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칭찬한마디' 코너는 평소 하루에 한 두 건 글이 게시되어도 활성화라는 평을 받는 곳인데, 최근 글 게시가 급증하고 있다. ©Newsjeju

시작은 이랬다. 지난 21일 고유정 사건 초동 수사를 맡았던 제주동부서 소속 경찰관 5명은 내부 통신망 '폴넷'에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수사 관련 입장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고유정 사건과 관련된 '초동수사 부실' 의혹 등을 반박하는 내용이다. 

이중에는 현장검증을 하지 않았던 이유도 서술됐는데, "야만적 현대판 조리돌림으로 비춰질 것이 염려된다"는 박기남 서장의 결단이 있었다고 언급됐다.

이 때문에 '조리돌림'이라는 단어와 관련 기사들이 포탈사이트에 쏟아져 나왔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조리돌림'은 형벌의 일종이다. 죄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죄인의 수치심을 극대화 해 고의로 망신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고유정 사건의 수사 부실 논란 등으로 경찰에 대한 불신 여론이 높아지는 시기에 "조리돌림이 염려된다"는 박기남 서장의 발언은 부메랑이 돼 동부경찰서 홈페이지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 동부경찰서 홈페이지 '칭찬한마디' 코너에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Newsjeju
▲ 동부경찰서 홈페이지 '칭찬한마디' 코너에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Newsjeju

제주동부서 <칭찬한마디> 게시판을 살펴보면 '칭찬합니다' 혹은 '감사합니다' 등의 제목을 달고 글이 올라오고 있다.

내용은 반전이다.

'박기남 서장님 칭찬합니다' 라는 제목을 클릭해보면 "국민들을 경찰서 홈페이지로 이끄신 그 탁월하신 능력에 감사합니다"라는 글이 게시됐다.

'제주가 어떤 곳인지 알려줘서 감사합니다' 제목은 "제주에 살고 싶다고 생각한 환상을 깨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는 내용이 달렸다.

'완벽한 경찰 칭찬한다'로 달린 내용을 살펴보면, "수사는 완벽히 잘 했고, 사람들이 몰라보니 폴넷에 해명글 올려서 칭찬한다"고 게시됐다.

▲ 한 시민은 '조리돌림'을 '박애주의적'이라는 시선을 던졌다. ©Newsjeju
▲ 한 시민은 '조리돌림'을 '박애주의적'이라는 시선을 던졌다. ©Newsjeju

조리돌림을 박애주의로 표현하고 칭찬에 나선 글도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은 "피의자의 조리돌림을 걱정하는 동부서장의 인도주의적 배려심에 감동"이라며 "제주가 유네스코에 됐다. 박기남 서장의 박애주의적 수사력도 유네스코에 등재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의 '조리돌림'을 바라보는 대중들과 내부 경찰들의 온도 차는 달랐다. 

최초 게시된 경찰 내부 통신망 '폴넷'은 '조리돌림' 등의 내용이 올라온 글이 동료 경찰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경찰 내부 통신망은 동료 경찰관이 댓글을 달며 해당 글을 응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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