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법정서 고유정 '계획범행' 입증 자신감

▲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사체를 손괴 및 은닉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고유정(37)이 드디어 재판대에 서게 됐다. ©Newsjeju
▲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사체를 손괴 및 은닉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고유정(37)이 드디어 재판대에 서게 됐다. ©Newsjeju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사체를 손괴 및 은닉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7)이 드디어 재판대에 서게 됐다.

제주지방검찰청은 피의자 고유정에 대해 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를 적용하고 1일자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고유정이 검거된 직후인 지난 6월 1일부터 경찰과 긴밀히 협의해 수사절차를 밟아왔고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뒤에도 특별수사팀(팀장 부장검사 우남준)을 꾸려 사건을 다시 들여다봤다.

특별수사팀은 이후 경찰 수사를 바탕으로 고유정의 범행 동기, 범행 방법 등을 규명하기 위해 주요 범행 도구에 대한 DNA 재감정,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 결과 재분석, 추가 압수수색, 고유정의 현 남편 추가 조사 등 보강수사를 진행했다.

▲ 제주지방검찰청 장기석 차장검사. ©Newsjeju
▲ 제주지방검찰청 장기석 차장검사. ©Newsjeju

 

■ 검찰, 계획범행 입증 자신감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법정에서 검찰이 고유정의 계획범행을 어떻게 입증하느냐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소사실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검찰은 구체적인 입증 방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앞서 고유정은 경찰조사 당시 피해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방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은 고유정이 주장하는 우발적인 범행이 아닌 계획적인 범행으로 보고 있다.

고유정의 상처가 방어흔이 아닌 자해흔으로 보고 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검찰은 "자해흔인지 방어흔인지 검토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공격에 대한 방어흔으로 보이지 않는다. 저희는 그 부분에 있어 자해흔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고유정의 손목과 배 부위 등에 상처가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본인이 칼을 찌르는 과정에서 발생한 상처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피고인의 인터넷 검색내역과 범행도구 구입내역, 범행 이후 평정심을 유지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계획범행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고유정은 범행에 앞서 인터넷 포털을 통해 '졸피뎀', '니코틴 치사량', 'CCTV', '혈흔' 등을 수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검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어차피 살인과 사체손괴 등 객관적인 증거는 다 있다. 이미 경찰에서 수사한 내용으로도 공사사실 입증은 충분하다. 검찰에서 추가로 확인된 증거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 말씀 드리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검찰은 "차량 내부에서도 의미 있는 증거가 나왔다.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기 어렵다. 피해자의 DNA가 차량 트렁크에서 검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비록 시신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공소사실 입증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의 정신상태라면 이러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저희가 모든 증거를 노출시키기가 부담스럽다. 나중에 법정에서 하나 둘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제주경찰이 고유정이 제주에 버린 종량제쓰레기를 한 달만인 6월28일 수색작업에 나섰다. 제주 동복리쓰레기 매립장에 투입된 경찰은 매립된 땅을 파헤지고 쓰레기 찾기를 진행 중이다.
제주경찰이 고유정이 제주에 버린 종량제쓰레기를 한 달만인 6월28일 수색작업에 나섰다. 제주 동복리쓰레기 매립장에 투입된 경찰은 매립된 땅을 파헤지고 쓰레기 찾기를 진행 중이다.

 

■ 범행동기 및 부실수사 논란 등 

사체를 제주도에 유기했을 가능성에 대해 검찰은 "여객선 갑판에서, 김포시에서 사체를 버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제주에 사체를 버렸는지 여부는 본인이 명확히 진술하지 않았다. 또 객관적인 진술도 없다. 이는 공소사실에도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제주지역 유기 가능성은 현저히 적다는 것이다.

이어 검찰은 고유정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검찰은 "피해자에 대한 적개심, 피해자인 전 남편 사이에 출산한 아이를 현 남편의 친자로 하고 싶은 의도, 현재 결혼생활의 평온한 유지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고유정은 현재 모든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의붓아들 건과 관련해서도 고유정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진술 일체를 거부하고 있다. '기억이 파편화되어서 정리가 안 되기 때문에 진술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기본적으로 저희는 심신상실인지 심신미약인지를 판단하고, 사이코패스인지 소시오패스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자문을 의뢰한 상황이다. 피고인이 심신미약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떠한 심리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는지 자문을 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끝으로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경찰은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고 사건을 송치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사체 일부라도 발견하는 것이 수사기관의 도리인데 이에 대한 점은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 10분쯤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미리 구입한 수면제인 졸피뎀을 음식물에 희석한 뒤 피해자에게 먹인뒤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후 고유정은 이튿날 사체를 손괴한 후 제주 인근 해상에서 피해자 사체의 일부를 버리고 김포 소재 아파트에서 나머지 피해자 사체를 추가 손괴한 후 쓰레기 분리시설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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