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의 실종된 당파정치, 절대 다수 여당 파워 무색해져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는 '당파(黨派)'가 근간이다. 

여러 당원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결집될수록 당의 힘이 커진다. 허나 아무리 한 목소리로 모은다한들 집권여당을 견제할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러기에 야당은 야당끼리 뭉치는 법이다.

당파정치의 문제는 이렇게 뭉친 야당들의 견제에도 집권여당을 위협할 수 없을 때 발생한다. 현재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긴 하지만 절대 다수의 우위를 점유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야당 연합에 의해 항시 견제받고 있다. 

반면, 제주도의회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야당이 아무리 결집한다해도 그 수가 너무 부족해 더불어민주당의 결정에 털 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는 형세다.

그래서인지 민주당 제주도당은 기고만장해 있다. 이번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부결된 사태를 보면, '절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형국이다.

제375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상정된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부결됐다.
제375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상정된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부결됐다.

물론 사람이 많을수록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건 어렵다. 게다가 민주주의에서 모든 사안을 당론으로 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 사안마다 당론으로 정해야 할 게 있고, 아닌 경우도 있기 마련일 수 있다. 서로 다를 수 있는 개개인의 생각을 강제로 바꾸는 건 독선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 역시 '당론'으로 정하기가 쉽지 않음을 여러 차례 토로한 바 있다. 

그렇다해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불특정 다수가 모인 집단이 아니다. 많은 이견이 존재할 수 있는 건 당연하지만 민주당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창당 정신에 동조해 결집된 이들이다.

실제 이번 제375회 임시회 2차 본회의장에서 표결을 거치기 직전에 모인 민주당 의원들은 의견합치를 이루지 못했다. 각자 알아서 판단하자는 거였다. 그 결과, 민주당 의원 29명 중 10명이 반대 혹은 기권표를 던져 부결의 원인자가 됐다.

이러면서 민주당 제주도당은 앞서 부결 사태를 일으켰던 제2공항 관련 결의안이나 대규모 개발사업장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건에 이어 또다시 여당으로서의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후폭풍에 휩싸이게 됐다.

정의당이나 녹색당, 민주평화당과 제주도 내 시민사회단체들이 민주당의 이런 행태를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무엇보다 제주도정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제주도의회는 죽었다'는 표현까지 썼다.

▲ 제11대 제주도의회 전반기 본회의장. ©Newsjeju
▲ 제11대 제주도의회 전반기 본회의장. ©Newsjeju

이번 조례 개정안이 '제주 제2공항'과 결부된 안건이든 아니든 개정안의 취지를 봤을 때, 과거 제주해군기지나 이번 제2공항 사례와 같이 국책사업으로 인한 도민갈등을 방지하자는 차원이었다.

물론 제2공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완전히 없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 허나 제주도정이 재의요구하겠다고 했고, 그러면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야 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안으로 미뤄지게 된다. 그 사이 제2공항 기본계획이 고시되면 이 조례 개정안이 후에 의결돼 공포된다 하더라도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제2공항엔 아무런 효력을 미칠 수가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역할이 무엇이어야할까'를 상기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민주당 의원들은 '당의 역할' 보단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는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는 데 더 무게를 뒀다.

앞서 두 차례의 부결 사태로 '설마'했던 패턴이 반복됐다. 이대로면 '당론'이란 게 민주당에선 있을 수 없다. 즉, 현재의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당파'로 집결된 조직이 아니란 얘기다. 몇몇 이들에게 '당'은 이제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반대표를 던진 5명의 민주당 의원은 모두 '초선의원'이었고, 비겁하게 기권을 선택한 5명 중 4명은 2선 의원, 나머지 1명은 3선 의원이었다.

▲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을 이끌어 가야 했던 의원들. 왼쪽부터 김희현 제주도의회 부의장, 김태석 의장, 김경학 전 원내대표. ©Newsjeju
▲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을 이끌어 가야 했던 의원들. 왼쪽부터 김희현 제주도의회 부의장, 김태석 의장, 김경학 전 원내대표. 같은 당원들이지만 모두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Newsjeju

이는 결국 '사분오열'의 결과만을 보여주고 있는 리더의 능력 부족으로 귀결된다.

그간 김태석 의장은 제2공항과 관련해 제주도정과 국토교통부의 태도를 문제 삼고 이를 정면 비판해왔다. 그가 말한대로 김 의장은 이번 개정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그를 보좌해 온 김희현 부의장은 '기권'을 선택했다. 더구나 바로 얼마 전끼지 민주당 제주도당 원내대표였던 김경학 의원의 선택도 '기권'이었다. 당론으로 정하기 힘들었어도 이번 표결에서 2표만 더 찬성이 나왔으면 이번 개정 조례안은 가결됐을 터였다.

이미 당 내 리더 조직에서 표가 갈려있던 셈이다. 이러니 당론이란 게 형성될리 만무했던 것이다. 이번에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도 일었던 잡음을 고려하면 이미 민주당 제주도당은 하나의 배로 항해하기는 힘들어보인다.

사공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몇몇 의원들의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 절대 다수의 여당이라는 이점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 도당의 앞날이 결코 밝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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