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 유치에 적극 모드로 노선 바꾼 문재인 정부, 이유는?
제주에선 아직도 카지노 그늘에 의한 '사행산업' 인식 짙어 부정적...

국내 카지노 업계 양대 산맥 중 한 곳인 GKL 매출은 답보 상태...
인천 영종도에 복합리조트 보유한 파라다이스, GKL과 본격 격차 벌리기 시작
복합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 랜딩카지노 지난해 국내 최고 3848억 매출 기록했으나...

확장 이전을 예고하고 있는 제주신화월드 내 람정제주개발의 카지노 영업장. 변경허가 신청에 대한 도의회의 의견 제시가 부대의견을 달고 제주도로 제출됨에 따라 최종 원희룡 지사의 결정만 남게 됐다.
제주신화월드 내 람정카지노.

국내엔 복합리조트(IR)라고 해봐야 현재 두 곳밖에 없다. 인천 영종도의 파라다이스시티와 제주의 신화역사월드가 IR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복합리조트는 숙박시설에 카지노만 들어서 있는 기존의 업장들과는 맥이 다르다. 호텔과 카지노가 메인이긴 하지만 쇼핑몰과 각종 문화예술 및 놀이시설, MICE(국제회의), 테마파크 등 관광객들이 한 곳에서 모든 것들을 즐기고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집약돼 있는 공간을 말한다.

그만큼 관광객 유인 요건이 많다. 종전엔 카지노가 사행산업이기에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현재는 카지노 외 다른 산업들이 한 곳에 집약되면서 내는 시너지 효과에 문재인 정부도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4월 초 "더는 규제대상이 아니라 육성대상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침을 하달했고,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규제완화를 통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정부의 기조가 분명해지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드러내놓고 육성하기를 꺼려했던 지자체들이 카지노가 포함된 IR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인천시가 매우 적극적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인천을 글로벌 융복합 관광도시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했다.

▲ 인천 영종도에 들어설 예정인 한상드림아일랜드 조감도. ©Newsjeju
▲ 인천 영종도에 들어설 예정인 한상드림아일랜드 조감도. ©Newsjeju

현재 인천시엔 3곳의 대규모 복합리조트 사업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가 추진 중인 '영종 드림아일랜드'는 오는 2022년까지 332만㎡ 부지에 2조 321억 원을 투입해 IR을 조성할 계획이다. 골프장과 워터파크, 아쿠아리움, 호텔, 쇼핑몰뿐만 아니라 교육연구 시설과 테마공원도 갖출 예정이다.

RFCG코리아는 영종도에 시저스코리아 리조트를 오픈하기 위해 무려 6조 원을 쏟아붓고 있으며, 인스파이어도 대형 복합리조트를 구상 중에 있다. 이 외 전북 새만금 복합리조트, 부산에서도 한 곳 추진되고 있다.

시저스코리아 리조트는 오는 2021년 3월에,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2022년 개장이 목표인데 현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무난히 카지노 사업권을 획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의 마지막 카지노 사업허가는 지난 2005년이었다.

현 정부가 IR 내 카지노를 신규 허가를 할 이유는 이웃나라 일본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은 그간 도박산업을 철저히 지양해 왔었으나, 지난해 7월에 관련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기존의 노선을 탈피하고 적극 팔을 걷어부쳤다. 비록 법 개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일본은 오는 2025년에 카지노가 포함된 대형 복합리조트 3개를 건설할 계획이다.

국내 카지노 업계에선 이대로 일본이 IR 시장에 뛰어들게 되면 국내로 향하던 외국인 방문객들뿐만 아니라 내국인들도 일본으로 건너가 국내 관광시장에 큰 여파가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마카오나 싱가포르에 구축된 IR들에게서 경제적 효과가 입증되고 있는 걸 바라 본 현 정부에선 일본의 견제를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게 된 셈이다.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

게다가 복합리조트 효과는 이미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카지노 업계 매출 절대 1위를 고수해왔던 그랜드코리아레저(이하 GKL)는 지난 2017년 4월 인천 영종도에 파라다이스가 복합리조트를 오픈하면서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GKL은 서울 두 곳과 부산 1곳 등 3곳에 '세븐럭카지노'를 갖고 있다. 이곳에서의 지난 2017년 매출은 4915억 원이었으며, 지난해엔 4824억 원으로 다소 주춤했다.

파라다이스는 서울과 부산, 인천, 제주에 각 1곳씩 4곳에 업장을 갖고 있다. 이 네 곳에서의 총 매출은 2017년 5534억 원이었다. 지난해엔 6397억 원을 기록했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만 2494억 원의 매출이 기록됐는데, 2017년 이전의 상황을 고려하면 GKL이 국내 1위였던 셈이다.

양대산맥이었던 두 카지노 업계 간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 건 복합리조트의 등장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물론 파라다이스시티 카지노의 전용면적이 8726㎡에 달해 국내 최고 규모인 탓도 있지만 지난해 입장객은 29만 8275명이었다. 면적이 1728㎡인 세븐럭카지노 서울 강북힐튼점엔 무려 74만 8840명이 다녀갔지만 매출은 2029억 원이었다.

이를 보면 파라다이스시티에 더 많은 VIP 손님들이 몰렸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복합리조트가 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것들을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어 VIP 공략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 파라다이스시티 플라자. ©Newsjeju
▲ 파라다이스시티 플라자. ©Newsjeju

파라다이스시티는 33만㎡(약 10만 평) 부지에 특급 호텔과 쇼핑센터, 문화공간, 스파, 테마파크 등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인천 영종도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어 이곳을 벗어나면 할 게 아무것도 없기에 개장 초기엔 객실 채우기도 힘들었으나, 상황이 달라졌다. 사드 사태 때에도 활황을 이뤘다.

파라다이스시티엔 '플라자'라는 대규모 실내 광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많은 한류스타들의 쇼케이스가 연이어 개최됐다. 지난해엔 e스포츠 대회(오버워치 월드컵 예선)와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레드카펫 행사도 열렸다. 뿐만 아니라 호텔 내부엔 현대미술의 거장 제프 쿤스와 데미안 허스트 등의 예술작품이 3000여점이나 전시돼 있고 국내·외 예술가들의 다양한 개인전도 개최됐다.

이런 복합리조트가 인천 영종도에만 3곳 이상 갖춰지게 된다.

허나 문재인 정부의 기조가 이렇다해도 제주에선 또 다른 얘기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권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갖고 있지만 제주에선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갖고 있어서다. 참고로 내국인 카지노 사업권은 문광부 장관이 쥐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카지노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가 선진국 수준으로 정비될 때까지 신규 허가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아둔 상태다. 때문에 업체들은 신규허가 대신 '확장이전'이라는 방법으로 키워나가려고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 도민의 눈치를 보고 있다.

'대형화' 논란으로 도민정서에 부딪히면서 제주도정이 카지노 산업을 규제할 것인지, 육성할 것인지 방향을 못 잡고 있어서다. 규제와 육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는 하나 관련 제도 개선에만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태라 제주에서의 복합리조트 산업은 요원한 상태다.

▲ 제주특별자치도는 카지노에 대한 제도개선 정비가 완비되지 않는 한 신규허가는 없다고 못 박아 둔 상태다. ©Newsjeju
▲ 제주특별자치도는 카지노에 대한 제도개선 정비가 완비되지 않는 한 신규허가는 없다고 못 박아 둔 상태다. ©Newsjeju

특히 제주엔 전국 16개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가운데 절반인 8개나 있어서인지 제주가 '도박의 섬'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제기되는 분위기다. 이 상황에서 제주도 내 카지노의 대형화를 막기 위한 조례 제정이 추진되면서 오히려 제주는 카지노 때문에 내홍을 겪고 있다.

허나 '도박의 섬'이라고 불리기엔 제주도 내 카지노 산업 규모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랜딩카지노가 국내 최고 역대 최다 매출액을 갱신했지만, 양지혜 회장 사건 여파 이후로 다시 예년 수준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2017년 제주지역 8곳의 매출액 총합은 1788억 원이었는데, 이는 같은 기간 파라다이스시티 한 곳에서 기록한 1759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던 곳은 파라다이스 서울 워커힐지점으로 2715억 원에 달했다.

그랬던 제주가 지난해 랜딩카지노의 폭발적 신장세로 무려 511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랜딩카지노에서만 3848억 원이었다. 이는 단일 사업장에선 국내 최고 역대 최다 매출액 기록이다.

하지만 그 기세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수그러들었다. 올해 6월까지 상반기 제주지역 카지노 매출액 총합은 랜딩카지노가 241억 원에 그치면서 922억 원으로 급추락했다. 같은 기간 파라다이스시티에선 161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도내 8곳 사업장별 매출액을 보면 더 심각하다. 라마다호텔에 위치한 공즈카지노가 211억 원, 메종글래드호텔에 있는 파라다이스카지노 제주점이 154억, 칼호텔 메가럭카지노가 130억 원 정도며 그 외엔 42억, 66억, 26억, 53억 원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같은 기간 서울의 파라다이스카지노 워커힐 지점이 1402억 원, GKL이 갖고 있는 세븐럭카지노 강북 힐튼점에서 1018억 원이나 매출을 신고했다. 제주의 카지노 산업규모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도박의 섬' 논란에 휩싸이려면 이 정도 규모는 돼야 하지 않을까. 8곳 다 합쳐도 육지 한 곳 업장의 매출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재의 구조에선 턱도 없는 얘기다. 게다가 카지노는 외국인들만 입장할 수 있는 곳이어서 도박중독의 논란과도 연계될 수 없는 문제다. 오히려 도박중독은 카지노가 아니라 온라인 도박 때문에 빚어지고 있는 사태다.

뿐만 아니라 강원랜드와 같은 내국인 카지노가 제주에 허용될리도 만무하다. 허가권이 제주도지사가 아닌 문광부장관에 있기도 하지만, 최근 강원랜드의 채용비리 사태와 형평성 논란 때문이라도 '제주랜드'가 들어설 가능성은 1도 없다.

향후 제주에 얼마나 더 많은 복합리조트가 들어설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8곳 전부 복합리조트화 되진 못할 것이라 보면 이러한 걱정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 제주신화월드 내 람정카지노. ©Newsjeju
▲ 제주신화월드 내 람정카지노. ©Newsjeju

'반짝'이었지만 복합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에서 랜딩카지노가 지난해 올린 3848억 원이라는 매출액은 눈여겨 볼 만 하다.

같은 복합리조트인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는 지난 2017년 4월에, 제주신화역사월드는 2018년 3월에 공식 개장했다. 신화월드는 이보다 앞선 2017년 9월에 오픈했지만 이 때엔 카지노를 확장이전 시키기 전이다.

두 곳 다 개장하자마자 눈부신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 파라다이스시티는 2017년 1759억 원에서 2018년 2494억 원으로 껑충 뛰었으며, 랜딩카지노는 2017년 405억 원에서 3848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이러면서 제주특별자치도는 관광진흥기금을 2017년 136억 5400만 원에서 2018년 471억 4600만 원으로 3배 넘게 챙겼다. 세수확충이 절실한 제주도정의 입장에서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비록 올해 다시 예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됐지만.

카지노 매출이 이렇다면, 복합리조트 전체 매출액 또한 자연 증가했음은 당연하다. 파라다이스시티의 지난해 총 매출은 3016억 원으로, 이는 전년도(2017년)보다 50.4%나 증가한 수치다.

마찬가지로 제주신화월드 역시 지난해 총 매출 규모가 5600억 원 규모로 전년도보다 크게 늘었다. 전년도 매출의 정확한 수치가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카지노를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176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제주신화월드는 아직 완공되지 않은 상태다. J지구 사업이 제 목표를 향해 나가고 있는 중인데, 완전히 모습을 갖추게 되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니 복합리조트가 가지고 있는 규모의 경제가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아직도 제주에선 카지노가 '사행산업'으로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도민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하게 깔려 있다는 점이다. 제주의 카지노는 내국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경마나 경륜 등의 사행사업과도 다른 외국인 전용인데도 오히려 경마보다도 더 '부정적'이다.

제주는 2차 산업이 매우 척박한 곳이다. 오죽했으면 정부가 24일 발표한 전국 7곳 규제자유특구에 선정되지 못했을까. 제주특별자치도가 전기차 특구를 신청했지만 1차 예비명단에서 빠지더니 결국 탈락했다. 제조업 토양이 너무 척박해 연관산업의 발전이 힘들 것이라는 점이 탈락 사유였다.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경북이 가져갔다.

결국, 제주가 규모의 경제로 키울 수 있는 건 '관광' 분야 하나 밖에 없다. 복합리조트는 국제적인 규모로도 제주가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일 수 있다. 일본과 인천은 이미 시동을 걸었다. 한 해 1500만 명이나 방문하고 있다는 제주는 아직도 눈치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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