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중연대, 30일 농어업인회관서 원희룡 제주지사 주민소환 토론회 개최

10년 전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한 주민소환운동이 다시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주민중연대는 30일 오후 7시 농어업인회관에서 '원희룡 지사 퇴진 운동의 방향과 전망'을 주제로 주민소환제도(운동)에 대한 도민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강호진 주민자치연대 대표와 하승우 '더 이음' 연구위원(정치학 박사)이 주제발표를 한 뒤, 김덕종 민주노총제주본부장이 좌장을 맡아 현 시점에서 원희룡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의 가능성과 그 한계를 짚어봤다.

최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최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중앙에 곁눈질 않고 도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했던 약속을 저버리고 내년 총선을 앞둔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원희룡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운동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최근 원희룡 지사는 민선 7기 지방선거 때부터 불과 한 달 전까지 누차 "중앙에 곁눈질 하지 않고 제주도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강조해왔으나, 도민과의 약속은 없었던 듯 다시 중앙정치계로 입문하려는 뉘앙스를 대놓고 풍기고 있다.

지난 8월 28일에도 서울로 올라가 보수대통합 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야권 통합을 주도할 기회를 주고 자신도 제주도민을 이끌고 합심하겠다는 메시지를 띄운 바 있다.

문제는 현재 제주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 한 두 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제2공항 갈등과 봉개동 쓰레기 매립장 포화 상태, 동물테마파크 추진 논란, 강정해군기지 군사보호구역 설정 문제, 오라관광단지 인허가, 드림타워 카지노, 수천억 원대 소송에 휘말린 예래휴양형주거단지 등 차고 넘친다.

이런데도 원 지사는 한가로이 여유로운 듯 3개월째 예능 TV 프로그램에 나가 고정출연을 하면서 이미지 세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제주도청 공식 유튜브 채널을 내팽겨둔 채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거라면서 원더풀TV를 이용해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올해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제주도청 출입 기자들에게 이러한 현안 문제를 해결하느라 결단코 한 눈 팔 틈이 없다고 말하면서 중앙정치에 끼어들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강조했던 그였기에 최근 원 지사의 태세전환은 당혹스러움을 넘어 '그의 발언에 과연 진정성이란 게 있기는 한 것인가'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고 있다.

지난 7월 7일에 방영됐던 KBS2의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예능 프로그램.
▲ 지난 7월 7일에 방영됐던 KBS2의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예능 프로그램. 원희룡 지사는 이 프로그램에 3개월째 고정출연하고 있다.

이를 두고 강호진 대표는 단호하게 "지금 원 지사에게 필요한 건, 예능이 아니라 다큐"라고 뼈를 때렸다.

이러다보니 제주도지사로서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여론이 형성되자 과거 10년 전 김태환 전 지사를 상대로 했던 '주민소환제도'가 다시 거론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허나 주민소환제도는 쉽지 않다. 당시 2009년에 시도되긴 했었으나 최종 투표율이 11%에 불과해 투표함이 개봉되지도 못한 채 무위로 그치고 말았었다. 이에 이날 토론자들은 과거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호진 대표는 김태환 전 지사의 주민소환이 실패한 이유를 두 가지로 봤다. 주민소환 사유가 당시 제주해군기지 강행과 영리병원 이슈에만 국한돼 있었고, 주민소환을 이끄는 조직이 확대되지 못해 투표율이 저조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강 대표는 이번 원희룡 지사를 상대로 한 주민소환에선 제2공항 문제가 중심이 되긴 하겠으나 많은 의제를 설정해 '원 지사가 도민들의 자기결정권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의제로 전략을 짜야 많은 도민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강 대표는 10년 전 실패사례를 복기하면서 예상되는 여러 쟁점에 대비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제2공항의 경우, 정책 결정권자가 문재인 정부라는 이유를 들어 주민소환 사유가 불명확하다는 주민소환 반대 논리가 제기될 수 있고, 제2공항을 찬성하는 도민들도 있기에 이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원희룡 지사는 자신의 '원더풀TV'가 개인방송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공공연하게 제주자치도의 '공공채널'처럼 운영되고 있다.
▲ 원희룡 지사는 자신의 '원더풀TV'가 개인방송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공공연하게 제주자치도의 '공공채널'처럼 운영되고 있다.

하승우 연구위원은 주민소환의 성공 여부 자체보다는 그 과정과 그 이후의 정치에 어떻게 개입하려하는 것인지를 명확히 설정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위원은 "제도로만 보면 주민소환보다 탄핵이 훨씬 어렵고 시민들이 개입하기도 어렵지만 한국에선 주민소환이 계속 실패해 온 반면, 탄핵은 2017년 3월에 성공했다"며 "왜 그럴까를 반문해보니, 시민들에게 전달해야 할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 위원이 거론한 '정보 부족'이라 함은 매스컴에 노출되는 정도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대통령 탄핵 건에선 많은 뉴스들이 보도되면서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발전된 반면, 지역의 주민소환은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양이 현저히 부족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하 위원은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주민소환 성공 보단 그 과정에 더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총 93건의 주민소환투표청구가 있었다. 이 가운데 실제 투표로 이어진 건 5건(8명)에 불과하다. 실제 소환된 이는 2명 뿐이다.

하지만 하 위원은 '성공확률'이 아니라 그 시도 자체에 따른 파급여파를 더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지난 2008년 서울시 광진구에서 처음으로 주민소환청구활동이 이뤄졌었는데 그 과정에서 해당 시의원이 사퇴하면서 청구가 종결됐다"며 "과연 소환운동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그가 사퇴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처럼 투표하지 않은 채 종결된 85건 중 25.8%(24건)이 원인이 해소된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이에 하 위원은 과거 10년 전의 실패는 투표함을 열지 못한 게 아니라 파급효과를 더 활성화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봤다.

하 위원은 말했다. 만약 주민소환도 못할거면 정치인을 어떻게 견제할 수 있겠느냐고. 그는 "대의민주주의가 분명한 한계를 보이고 있고, 그걸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대의민주주의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가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 위원은 "진짜 고민점은 과연 우리가 주민소환운동을 할만한 의지와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다. 주민소환을 통해 제주의 권력구조를 변화시킬 전략을 짜고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그러한 의지와 역량, 전략이 있다면 설령 소환투표가 실패해도 정치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파했다.

결국 하 위원이 말하고자 하는 주민소환운동은 원희룡 지사를 끌어내린다한들 그와 비슷한 인물이 또 다시 그 자리를 메꾸는(그는 그 일례로 지난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두 번째 주민소환이 이뤄졌으나, 보수파인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당선된 경우를 얘기했다)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민소환운동을 통해서 어떤 정치판을 만들려고 하는지를 분명히 하고 전개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 지난 2009년 당시 김태환 전 제주지사를 상대로 했던 주민소환운동 선전물. ©Newsjeju
▲ 지난 2009년 당시 김태환 전 제주지사를 상대로 했던 주민소환운동 선전물. ©Newsjeju

# 그렇다면 주민소환이 현실적으론 가능한가

주민소환운동의 방향과 의의는 그렇다하더라도 실제 주민소환이 정말 가능은 한 것일까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주민소환이 발의가 되려면 제주지역 전체 유권자 중 10%의 주민서명이 필요하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기준으로 유권자가 약 53만 명이니, 5만 3000명의 주민서명이 있어야 한다.

헌데 이 주민서명은 단순한 서명이 아니다.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완전히 기재하고 서명을 한 것만 인정받는다. 김태환 전 지사 서명운동 시 7만 7367명이 서명했었고, 이 가운데 2만 5000명이 무효가 됐다. 이 때문에 실제 유효 서명인수가 되려면 최소 7만 3000명까지는 받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7만 3000명의 서명을 받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10년 전에도 달성한 전례가 있어 가능성은 있다. 당시 김태환 전 지사에 대한 서명운동은 5월 14일에 시작해서 6월 29일까지 진행된 바 있다.

일단 서명 목표인수가 채워지고 주민소환이 발의되면 그 즉시 도지사의 직무는 정지된다.

이 때문에 고경하 제주주권연대 집행위원장은 "직무정지를 시키는 자체만으로도 큰 성과"라며 "소환운동을 통해 지역권력구조에 변화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 주민소환운동 논의를 위한 도민토론회가 30일 오후 7시 제주농어업인회관에서 개최됐다. ©Newsjeju
▲ 원희룡 제주도지사 주민소환운동 논의를 위한 도민토론회가 30일 오후 7시 제주농어업인회관에서 개최됐다. ©Newsjeju

문제는 과거 때처럼 투표율이 관건이다. 소환투표권자 총수의 1/3 미만으로 투표 시 개표되지 않고 그대로 종결된다. 10년 전에 11%에 그쳐 개표가 불발된 바 있다. 만일 1/3 이상 투표했다면, 개표 후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제주도지사가 소환된다.

실제 1/3 이상 투표할 것이냐의 가능성은 주민소환운동을 이끌어가는 추진세력의 역량에 달려있다. 허나 지금 현 시점에서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현재 원희룡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을 제기하고 있는 건 제주민중연대 밖에 없다. 제주민중연대는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을 비롯해 민중운동단체, 도내 진보정당 등 제주도 내 9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조직이다.

아직 민중연대엔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의 '시민사회단체'라 함은 현재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라는 형태로 조직된 연대기구를 말한다.

게다가 100여 개 단체가 넘는 제2공항 강행저지를 위한 비상도민회의도 꾸려져 있는데, 원희룡 도정과 대화 및 타협을 꾸준히 전개해야 하는 상황이라 아직 이곳에서도 원희룡 지사 주민소환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을 개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점이다.

물론 원희룡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이 이제야 불붙기 시작한 초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상황변화 추이에 따라 실제 주민소환은 급진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주민소환제도에 따른 주민소환운동이 10년 만에 다시 가동될 가능성의 여지는 앞으로 원희룡 지사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 제주민심을 역행하는 최근 모습이 지속될 때 제주도민들이 계속 이를 지켜만 보고 있을지, 아니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켰을 때처럼 모두가 "이건 아니"라며 들고 일어나는 분위기로 전개되느냐의 여부가 이를 판가름할 것이다.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