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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 오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건강’에 대하여 단순히 신체적인 병이 없는 상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온전한 웰빙 상태에 있는 것으로 정의 내렸다. 정신건강 없이는 건강이 없다는 뜻이다.

지난 4년에 걸쳐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실시한 ‘대국민 정신건강 지식과 태도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0% 이상이 ‘정신질환은 누구나 걸릴 수 있다’고 대답했지만 정작 ‘본인의 정신건강문제의 상담 대상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11% 정도만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라고 대답했다. 정신건강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식을 하지만, 이와 모순되게 본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는 대부분 전문적인 치료를 원하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한 번이라도 정신질환에 걸리면 평생 문제가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50% 이상이 ‘그렇다’고 답을 했다. 정신질환은 평생 문제가 생길 수 있을 만큼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전문적인 치료는 소극적이라는 것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개인의 의식 속에 깊게 자리 잡았다고 이해될 것이다.

지난 2018년 지역사회 정신건강 조사표에 따르면 제주특별자치도민의 4명 중 1명이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고 인지하고 우울증에 해당되는 증상들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 인식은 도민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 진료 현장에서 치료를 받으러 방문하는 환자들은 통계 수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정신건강을 지키는데 큰 걸림돌이 된다.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보이지 않지만, 치료받지 않고 오랜 시간이 흘렀을 때 큰 합병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조기발견과 적절한 치료, 예방이 중요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신질환 또한 초기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들이 없다. 우울감도 오래되면 마치 내 성격인 것처럼 느끼게 되어 무력감과 죄책감이 반복된다. 정신질환을 치료받는다는 것을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힘들어도 참게 되고 결국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거나 중요한 관계를 끊게 되는 ‘심리적 합병증’에 이르게 된다.

정신질환은 조기에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의 무의식 속에 공유하고 있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는 것이 필수적이다. 더불어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영역에서 편견을 줄이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로, 정신질환을 다른 신체적 질환들과 마찬가지로 건강한 상태로 되돌려야 하는 하나의 질환으로 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신질환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중앙정부부처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 학회 및 의사 단체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적극적인 캠페인과 교육,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서귀포시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정신건강의 날(10월10일)을 기념하며 매년 정신건강박람회와 정신건강의 날 행사를 통해 정신질환의 이해를 돕고 있는데, 이와 같은 도민대상 캠페인이 더욱 활성화되는 것이 좋겠다.

둘째로 국가의 지속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현재 도내에는 제주시 및 서귀포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두고 만성정신질환 관리 및 지역사회 재활 지원, 자살예방활동,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사회적 필요는 높아지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라 지역사회의 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특히 최근 사회적 이슈가 부각되면서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기 위해서 시민의 끊임없는 관심과 요구가 필요할 것이다.

정신질환의 편견을 내려놓은 것은 내 안에서 먼저 시작이 된다. 회복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소중함을 되찾고 두려움 없이 사회에 나갈 수 있는 분위기가 우리 안에 생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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