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환 의원 "강정천, 중금속으로 완전 오염됐다고 조사됐는데 왜 발표 안 해?"
제주자치도 "강정마을회에서 4년차 조사 후 총괄 보고하자 해서..." 변명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2016년부터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주변 해역에 대한 환경조사를 벌여왔지만 조사결과를 보고되지 않아 고의 은폐 의혹에 휩싸였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성균)가 28일 제377회 임시회 제1차 회의를 개회한 자리에서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갑)이 이 문제를 꺼냈다.

홍명환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갑).
▲ 홍명환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갑).

홍명환 의원은 "집행부가 매년 3억 원씩 3년 동안 9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제주해군기지 주변 해역에 대한 환경조사를 벌였다. 그 와중에 국방일보에서 2017년에 제주해군기지가 친환경 기지라고 보도했던데 정말 친환경기지가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지훈 강정공동체사업추진단장은 "지난 2015년에 강정마을회 소속 주민 3명과 일반 주민 등으로 친환경조사위원회가 꾸려졌는데 조사 관련 보고서는 아직 배부하지 못했다"는 답변으로 대신했다.

그러자 홍 의원이 "왜 보고가 없었던 것이냐"고 묻자, 이지훈 단장은 "위원회가 조사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그 후에 총괄 보고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며 "이 부분은 저 역시 의아했다"며 보고 누락의 잘못을 시인했다.

홍 의원은 "매년 조사를 벌이면서 문제가 발생했으면 바로 보고해야지, 그걸 4년 동안 가만히 놔두고 후에 결과를 그냥 지켜보자는 거였느냐"며 "보고서를 은폐하려던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 단장은 "친환경조사위가 강정마을회 중심으로 꾸려져 있어...(거기서 결정한 사안)"이라고 책임을 강정마을회 측으로 넘겼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이 "조사가 도청에서 집행되는 게 아니냐. 도민 세금으로 진행되는 거라면 당연히 도민에게 보고를 해야지 이걸 왜 은폐한 것이냐"고 재차 지적하면서 제주도정이 보고서를 받았느냐고 물었다.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
▲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

허나 어처구니 없게도 제주도정 역시 이 보고서를 갖고 있지 않았다. 홍 의원이 문제의 보고서를 입수했으며, 그 안에 실린 내용들을 공개하자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홍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제주해군기지 주변 해역에 대한 해저퇴적물 조사에서 중금속 함유량에 대한 조사 결과, 니켈은 2017년 11월에 52.823mg/kg으로 조사됐었다. 수질 1등급 기준이 47mg/kg이다. 이미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거치면서 강정 바다가 오염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후 2018년 11월엔 67.3mg/kg로 늘어났고, 올해 5월엔 64.3mg/kg로 나타났다. 이는 '관리' 기준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주의' 단계를 넘어선 수치다.

또한 강정천의 퇴적물 조사결과에선 오염도가 2016년 이후 급증했다. 2016년에 검출된 납 성분 검출수치는 6.55mg/kg이었고, 중금속 오염도 평균이 9.1mg/kg였다. 그 다음해 2017년에 갑자기 31.7mg/kg으로 급증했고, 2018년엔 138.7mg/kg으로 치솟았다. 올해엔 184mg/kg까지 찍을 정도로 오염도가 심각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지금 강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거냐. 도민세금으로 환경조사가 이뤄졌지만 상황이 어떤지 보고도 안 되고 있다"며 거듭 행정의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이 단장은 "3차년도 조사 모두 해양수산연구원을 통해 이뤄졌다. 다만 공개가 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은폐라른 의혹은 과하다"고 논란의 확대를 경계하려 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정부에선 지난해에 해양생태계에 대한 조사방법과 기준을 새로 정했다. 그 이전 조사는 모두 특정 기준이 없었던 셈인데, 이 점에서 과연 조사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는지가 의문"이라며 "게다가 3년간 비교조사 하려면 같은 시기와 같은 장소에서 조사가 매번 이뤄져야 하는데 지난해 봄에는 조사도 안 돼 있고, 해마다 조사 구역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거듭된 지적에도 이 단장은 "강정마을 환경조사추진위에서 4개년 조사를 다 끝낸 후에 종합적으로 보고한다고 돼 있어서...(그랬다)" 그런 것이라고 또 다시 둘러댔다.

홍 의원은 "(원래 3차년도 조사였는데)4차년도 조사로 숨기더니 그러면 또 5차년도 조사하겠다면서 계속 숨길 것이냐"며 "도민세금이 들어가는 걸 왜 강정마을회가 결정하도록 한 것이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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