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모셔왔더니 2달 무급 쉬라고?
어렵게 모셔왔더니 2달 무급 쉬라고?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9.11.27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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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체력인증센터 근무, 매년 1~2월 실직 후 3월에 복직
지방의회에 해결책 떠미는 제주시와 제주도정, 중앙정부... 이해못할 이상한 정책

제주체력인증센터가 지난 2017년에 설치됐지만 근무자들은 매년 1~2월을 무급으로 지낸 뒤 3월에 복직해 10개월만 일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이승아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오라동)은 27일 진행된 내년도 제주도정의 예산안을 심사하는 자리에서 "지난해에도 같은 지적을 했었는데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이 문제를 제기했다.

▲ 이승아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오라동). ©Newsjeju
▲ 이승아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오라동). ©Newsjeju

이승아 의원은 "한 집안의 가장에게 10개월만 일하고 2달을 무급으로 쉬라고 하면 어떻겠느냐"며 "지난해에 이 문제를 두고 제주시에선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전혀 개선된 게 없다. 내년에도 예산이 확보 안 돼 4명의 근무자가 1, 2월을 수입 없이 쉬어야 할 판"이라고 질타했다.

이승아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는 예산 심사 과정에서 이를 바로 잡고자 제주도정의 예산을 뜯어고쳐 2개월치의 예산을 편성하는 것으로 재조정해 해결했다.

허나 올해에도 똑같이 제주시가 2개월 예산에 한 푼도 배정하지 않아 해결책을 의회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의원은 "정작 당사자들은 내년 1~2월을 쉬어야 한다는 걸 모르고 있더라"며 "다른 지자체에선 이를 보조하기 위해 조례를 만들어 지방비로 2개월을 충당시키고 있다. 그런데 제주는 손놓고 있다는 거다. 문광위에서 안 챙겨주면 그 분들에게 뭐라고 할거냐"고 꼬집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7년에 '국민체육 100'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전국 50여 곳에 체력인증센터를 개설했다. 전액 국비로 지원해 짓고, 인건비를 지원했지만 특이하게도 10개월 분량의 인건비만 지원했다.

현재 지침 상에선 매년 재계약하는 방법으로 3월부터 12월까지만 운영하도록 했다. 왜 1~2월의 운영을 제외했는지는 제주시도 딱히 모르고 있었다. 

제주에선 두 직종(운동관리사, 체력측정사)에 2명 씩 4명을 고용했는데 급여도 서로 편차가 크다. 운동관리사는 1급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어야 해 일당 11만 원으로 책정된 반면, 대학만 졸업하면 채용될 수 있는 체력측정사는 일당 7만 원을 받는다.

주 40시간, 하루 8시간을 일하는 이들은 국가로부터 채용된 인력이다. 특히 체력측정사는 '임시직'이라는 이유로 생활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있다. 게다가 두 달을 무급으로 쉬어야 한다.

▲ 답변에 나서고 있는 집행부. 왼쪽이 윤선홍 제주시 문화체육관광국장. ©Newsjeju
▲ 답변에 나서고 있는 집행부. 왼쪽이 윤선홍 제주시 문화체육관광국장. ©Newsjeju

# 예산 편성 쫀쫀하게 만드는 행정시의 비애

제주시와 예산편성권을 가진 제주도정에선 서로 '지침 상에 정해진 대로 편성할 뿐'이라며 책임을 미루고만 있다.

제주시 윤선홍 문화관광체육국장은 "도청에 예산을 요구했지만 또 잘렸다"면서 오히려 도의원들에게 예산이 편성될 수 있게 해달라고 읍소해야 하는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공무원들은 물가상승률 반영하면서 다 임금이 오르는데 이들 일부는 생활임금 수준도 못 받는다. 얼마든지 지방비로 지원할 수 있다. 이건 관심을 갖느냐 안 갖느냐의 차이"라고 질타했다.

이를 듣고 있던 이경용 위원장 역시 "예산부서에서 누가 이걸 담당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예산이라는 게 책대로만 되나. 융통성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 같다"며 "빠진 부분 예산 올려야 하는데 그저 '지침'으로만 편성하다보니 결국 다 자기 발목을 스스로 잡게 되는 꼴"이라면서 다른 부서 예산을 전용해서라도 편성하라고 당부했다.

이에 윤선홍 국장은 "채용할 때에도 제주대학교 체육학과에 찾아가 자격 가진 사람을 데려오느라 매우 힘들었지만, 다른 부서에서도 쫀쫀하게 예산이 다 깎였다"면서 자체 편성이 힘들다고 피력했다.

그러자 이 위원장은 "누가 쫀쫀하게 예산을 주는 것이냐"며 "양 행정시를 키워야하는데 예산담당관들은 도 본청 예산에 대해선 많이 증액해놓고 행정시를 이렇게 쫀쫀하게 만들어놔서야 되겠느냐"고 제주도정을 질타했다.

윤 국장은 "그게 서러움이다. 예전엔 팍팍지원됐지만 편성권이 없는 현재로선 애로가 너무 많다. 저희로서도 그게 행정시의 비애"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정부(문화체육관광부)는 이 문제가 곳곳에서 제기됨에 따라 오는 2021년부터는 국비 80%, 지방비 20%로 인건비를 편성해 1년 12개월 지급하기로 개정했다.

때문에 내년 예산은 또 다시 문광위가 재조정해 편성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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