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철 위원장 "의회에 편성된 예산이니 집행할 수 있다" 맞서
집행부와 의회, 제2공항 예산 두고 전면전 파국으로 치닫을 듯

예고됐던대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2공항 갈등해소 특별위원회와 관련된 예산 편성을 동의하지 않았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16일 오후 2시부터 제378회 정례회 제6차 본회의를 열어 76개의 안건을 처리했다. 이 가운데 예결위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한 안에 대해 김태석 의장이 "동의하느냐"고 묻자, 원희룡 지사는 "제2공항 갈등해소 특별위원회 활동에 편성된 2억 원의 예산에 대해선 부동의하고, 나머지 예산안에 대해선 동의한다"고 답했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 결과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 결과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제2공항 갈등해소 특별위원회에 편성된 2억 원은 동의할 수 없고, 나머지만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태석 의장은 해당 예산을 제외한 내년도 제주특별자치도의 예산안을 전체 의원 표결에 부쳤고, 투표 결과 재석의원 36명 중 26명의 의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반대는 8명, 기권 2명이었다.

반대한 의원은 강민숙, 강성의, 강철남, 김용범, 정민구, 조훈배, 현길호, 홍명환 의원(이상 모두 더불어민주당)이며, 기권표는 문종태(더불어민주당)와 오영희(자유한국당) 의원이다.

반면, 제2공항 갈등해소 특별위원회의 박원철 위원장은 찬성표를 던져 의아함을 남겼다.

이에 대해 박원철 위원장은 "우선 상당히 유감스럽다. 여러 어려움 속에 특위가 출범했고, 관련 예산에 대해 며칠동안 집행부와 의견을 나눴지만 끝내 거부했다"며 "허나 의회가 증액한 예산이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예산의 집행권은 의회가 갖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관련 예산들은 의회에도 충분히 편성하고 있기 때문에 특위 활동이 위축되거나 제한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예산은 편성돼 있기 때문에 의장의 판단에 의해 집행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김태석 의장은 제378회 정례회 폐회사를 통해 "풀지 못한 숙제로 통탄스럽다. 원희룡 지사가 말하는 도민의 뜻은 어디에 있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입장을 전할 예정이었으나 폐회사를 생략하고 본회의를 종료시켜 버렸다.

▲ 원희룡 지사가 일부 부동의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전체 의원 표결 결과. 빨간색은 반대, 노란색은 기권표다. 제대로 표시되진 않았지만 문종태 의원은 기권을 선택했다. ©Newsjeju
▲ 원희룡 지사가 '제2공항특위 관련 예산안'을 부동의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전체 의원 표결 결과. 빨간색은 반대, 노란색은 기권표다. 제대로 표시되진 않았지만 문종태 의원은 기권을 선택했다. ©Newsjeju

한편, 이날 원희룡 지사가 제2공항특위와 관련한 예산을 부동의함으로서 누차 밝혀왔던 제2공항에 대한 공론화 반대 의지 표명을 관철시킨 셈이 됐다. 

그럼에도 박원철 위원장이 "집행할 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에 대해선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의회에 편성된 예산의 집행권은 의회가 갖고 있다는 논리로 집행할 수 있는 것인지가 의문이다.

만일 박 위원장의 말대로 원 지사가 편성을 부동의했으나 의회가 집행을 강행할 경우, 의회와 집행부 간의 갈등은 최고조로 달하면서 전면전으로 치닫게 된다. 

또한 제주도의회가 최후의 수단으로 올해 마지막 회기인 제379회 임시회에서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통해 편성시키는 방법을 동원할 수도 있으나, 이 역시 확실하지 않다.

게다가 또 다른 문제는 이날 원희룡 지사가 내년도 예산안 의결에 따른 인사말을 전하면서 던진 '10억 원' 발언으로 의회에 불을 질러놔 버렸기 때문에 현재 의회는 패닉 상태에 놓여 있어 향후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전혀 가늠하기 힘든 상태가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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