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 18일 오전 의원총회 열어 대응방안 논의
정무부지사 통해 사과할 것 요구... 원희룡 지사,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 16일 제378회 정례회 본회의장에서 언급한 '10억 재량사업비(의원사업비)' 발언의 후폭풍이 일고 있다.

당시 원희룡 지사는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에 따른 인사말을 전하던 도중 말미에 도의원들의 심기를 자극하는 발언을 던졌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의원들에게 10억 원씩 배분해왔던 예산을 2021년도 예산부터 도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지난 16일, 원희룡 지사의 발언을 듣고 난 직후 강민숙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회가 거지냐"며 격분했다. ©Newsjeju
▲ 지난 16일, 원희룡 지사의 발언을 듣고 난 직후 강민숙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회가 거지냐"며 격분했다. ©Newsjeju

이 발언이 있고 난 직후, 격분한 강민숙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줬다 뺏어가나. 의회가 거지냐. 우리가 앵벌이를 하는 것이냐"며 "민주당 의원들도 반성해야 한다"면서 지사의 이러한 발언에도 가만히 앉아서 듣고만 있는 다른 도의원들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다른 일부 의원도 이에 동조해 본회의장을 퇴장하기도 했으며, 김태석 의장은 예고됐던 폐회사를 생략한 채 그대로 정례회를 종료시켜 버렸다.

원희룡 지사의 발언은 그럴싸하게 '감사한다'는 표현이었지만, 문제는 제주도정이 그동안 도의원들을 위해 일률적으로 1명당 10억 원씩의 재량사업비를 편성해주고 있었다고 폭로한 셈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심기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었다.

공공연한 비밀(혹은 거래)을 원 지사가 일부러 밖으로 공표해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의원들이 매년 10억 원씩 마음대로 예산을 주물러 써왔다고 비판한 것이나 다름없는 발언인 것이다.

허나 이는 절반만 맞고 절반은 틀리다. 의원들은 예산안 계수조정을 통해 자신의 지역구를 위해 특정 사업비를 편성해오던 관행은 있었으나, 그게 의원 자신을 위한다기보다는 자신의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 지사의 발언이 불편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와중에 선심성 예산이 있었을 수도 있겠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의회와 집행부 간에 조율과 암묵적 동의를 통해 이뤄져 왔던 사안이었다. 때문에 원 지사도 '예산안 증액에 동의하느냐'는 김태석 의장의 질문에 제2공항특위 관련 예산만 부동의하고 나머지는 동의했던 터였다.

허나 원 지사는 뒤끝 작렬 발언으로 제주도의회에 불을 질러 버렸다. 그 의도를 놓고 도의원들은 부글부글 할 수밖에 없었다.

박원철 도의원(더불어민주당, 한림읍)은 18일 진행된 제379회 임시회 의회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원 지사의 발언을 성토했다.

박 의원은 "도정과 의정이 수레바퀴로 잘 굴러가게 협의해야 하는데 원희룡 지사를 비롯한 도정은 의회와 전혀 그럴 의향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며 "의회를 협력적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들었다. 도정의 입장이 뭐냐"고 물었다.

이날 의회운영위 자리엔 김현민 기획조정실장 대신 문경진 정책기획관이 자리했다. 문경진 기획관은 "도정을 대표해서 말하기 좀 그렇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김현민 실장이 아파서 안 나왔다고 하는데, 그 자리에 앉을 때엔 도정을 대표해서 앉는 거 아니냐. 그러지 않을거면 뭐하러 여기 오느냐"며 "지사가 의회를 바라보는 시각의 단면을 보였다. 그랬으면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할 거 아니냐"고 촉구했다.

김경학 위원장도 "저 역시 지사의 발언은 상당히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발언이었다"면서 "집행부에서 적절한 설명이나 입장 표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민구 의원은 "무슨 우리가 10억 씩을 썼나. 의원들이 10억 원씩 갖고 개인적으로 썼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다. 의회사무처에서도 이 부분을 집행부와 대화해서 발언의 진위를 파악해달라"며 "생중계 되는 본회의장에서 그런 발언 자체가 의원들에게 심한 모욕감을 주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후 집행부의 명확한 입장을 듣기 위해 박원철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원내대표로서 이날 오전 11시에 의원총회를 소집해 대응방안 모색에 나섰다.

의원총회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회의 결과, 의회 차원에서 김성언 정무부지사를 통해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명확한 도정의 입장을 밝혀 줄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에 제주도정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미지수다. 이날 오후 2시에 개회되는 제379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원희룡 지사가 올해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발언이 있을 예정이라, 이 때 과연 원 지사가 사과할지, 어떻게 발언할지에 따라 도의원들의 대응 역시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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