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면세점의 제주 진출, 가능할까.... 이상한 꼼수에 시작부터 비판 여론 직면
올해 제주에 시내면세점 특허권 신규 부여 가능성 있지만 관세청이 신제주권에 허가할 확률은 낮아

지난해 말, 제주시 신제주권에 새로운 건물이 지어져 면세점이 들어설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미 신제주권에는 신라와 롯데라는 두 거대 공룡 기업이 들어서 있기에 어떤 대기업이 이들 틈바구니에 끼어들어 면세사업 전쟁을 벌일 것이냐는 의문이 따랐다. 허나 사업 주체가 서울시의 한 교육재단이라는 얘기가 들리면서 의아스러움이 커져갔다.

때문에 소문은 설마했다. 기존 대기업들도 따내기 힘든 면세사업권을 이름도 듣도보도 못한 교육재단이 따내 운영하겠다는 건 기존 상식 선에서 너무나도 맞지 않는 설정이어서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실제 이 교육재단은 기존 10층(지하 2층)짜리 호텔 건물을 허물고 지상 7층 규모(연면적 1만 5400㎡)로 면세점을 짓겠다면서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에 교통영향평가를 신청한 것이 확인됐다. 

▲ 대기업이 중간에 계약을 채가면서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됐다며 서울 모 부동산개발 시행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 ©Newsjeju
▲ 대기업이 중간에 계약을 채가면서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됐다며 서울 모 부동산개발 시행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 ©Newsjeju

교통영향평가서에는 지하에도 7층 규모로 터를 파 303면의 주자창을 조성하고 해당 부지로부터 700m 떨어진 공한지에 대형버스 26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허나 제주자치도는 이 계획서에 보완 요구를 내렸다. 대형 버스를 세울 공한지에 대한 임대 혹은 매입을 증명할 계약서가 없었다면서 주차장 확보대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다. 새로 짓겠다는 면세점 규모만 보면 기존 신라나 롯데보다 배 이상 큰데도 대형 버스를 위한 주차장 확보 면적이 터무니없이 작다는 점이다. 

반면, 롯데나 신라면세점은 면세점 반경 2km 내에 대형 버스 12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외부 주차장 시설을 갖췄다. 이에 제주자치도는 롯데와 신라면세점에 대해선 교통영향평가를 가결한 바 있다.

이미 신라와 롯데가 터를 잡고 있는 신제주권에서 또 하나의 면세사업을 벌이겠다는 포부치고는 무언가 어설픈 계획이다.

알고보니 이 계획은 교육재단이 벌인 일이 아니라 주식회사 신세계디에프가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세계 그룹은 지난해 7월 4일에 이미 해당 호텔의 부지를 소유한 교육재단에 69억 6000만 원을 주고 건물과 부지에 대한 근저당권을 설정한 뒤였다.

그 후에 교육재단으로 하여금 면세점 건물을 짓겠다는 교통영향평가서를 제주도에 제출했던 것이다.

이를 확인한 언론사들이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연초까지 이 내용을 잇달아 보도하면서 신세계그룹은 비판 여론에 직면해야 했다. 신세계가 직접 나서지 않고 다른 사업자를 통해 은밀히 추진하려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어서다.

더구나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건, 신세계그룹이 중간에 이 부지를 가로채갔다는 의혹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려지면서부터다.

서울 소재의 모 부동산개발 시행사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내용에 따르면, 이 시행사는 지난 2017년 9월부터 A교육재단과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주상복합 건축 계획을 추진 중이었다. 

시행사는 제주자치도청으로부터 건축심의까지 득했지만, 교육재단과 중간에 중도금 지급 방법 등에 이견이 발생하면서 구두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던 와중에 신세계가 터무니 없이 높은 금액을 제시해 가로채 가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시행사가 "중소기업을 파산시키는 공룡 대기업의 횡포로 수십억 원의 손해를 보게 됐다"며 글을 올려 논란이 불거지자, 오히려 시행사는 교육재단으로부터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했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결국 신세계그룹은 제주에서의 면세사업권 진출 여부를 놓고 벌인 저울질 시도에 잘못된 방법이 동원되면서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만 떠 안게 됐다.

▲ 제주신화역사공원에 들어서 있는 제주관광공사의 시내면세점. 경영악화로 결국 사업 포기를 선언하면서, 올해 상반기 중에 특허권을 반납할 예정이다. ©Newsjeju
▲ 제주신화역사공원에 들어서 있는 제주관광공사의 시내면세점. 경영악화로 결국 사업 포기를 선언하면서, 올해 상반기 중에 특허권을 반납할 예정이다. ©Newsjeju

한편, 정부는 지난해 전국에 신규 면세점 특허권으로 서울 3곳과 인천 1곳, 광주 1곳 등 5곳에 특허를 내줬지만 제주는 제외했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시내면세점 특화 확대 발표도 했었기에 제주에 추가로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부여할 예정이었으나 정작 제주도가 이를 반려해 1년 동안 유예키로 했었다.

지난해 4월 초, 원희룡 지사는 "사드 갈등 사태에도 대기업의 시내면세점은 매출이 증가했으나, 제주관광공사의 매출이 하락해 돈 버는 사람 따로 있고, 경영부도 위기 몰리는 곳이 따로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선 또 다른 대기업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선 반대한다고 (기재부에)의견을 제출했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제주자치도는 제주관광공사의 경영악화가 겹치면서 시내면세점을 철수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제주에 주어졌던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면세특허권(사업권)은 올해 상반기 중에 반납이 예고돼 있다.

이 반납된 특허권이 다시 제주에 주어질지, 지난해 유예됐던 시내면세점이 추가로 제주에 주어질 지 역시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지난해 관세청이 서울지역 면세사업권 공개경쟁 입찰을 부쳤지만 대기업들이 줄줄이 손을 떼면서 면세점 특화 확대의 기존 정책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제주지역에 추가로 시내면세점 특허권이 주어진다해도 이미 신제주권에 2개나 몰려 있고, 서귀포엔 비어있는 상황에서 관세청이 또 다시 신제주권에 허가를 줄리는 만무하다고 보면, 신세계그룹의 제주지역 면세점 사업 도전은 결단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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