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파업 막을 수 있었으나 노사 합의문 파기하고 3개월간 미뤄온 이유...
의원들 "개발공사엔 아무 권한 없어 보여, 누군가 뒤에서 조정하는 것 같아"

▲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의원들은 제주도개발공사 파업 사태와 관련해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왼쪽부터 환도위 소속 이상봉, 강성민, 박원철, 강성의, 강연호 의원. ©Newsjeju
▲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의원들은 제주도개발공사 파업 사태와 관련해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왼쪽부터 환도위 소속 이상봉, 강성민, 박원철, 강성의, 강연호 의원. ©Newsjeju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파업 사태에 대해, 도개발공사가 아닌 누군가가 뒤에서 조정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누군가'는 다름아닌 원희룡 제주도정이다. 원희룡 지사는 이번 파업 사태에 대해 일절 행정에서 개입하지 않겠다 공언했으나, 오히려 행정에서 개입하고 있었다는 정황들이 드러나서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박원철)는 8일 오전 10시에 제379회 임시회 폐회 중 현안사항 특별업무보고를 열어 이번 파업 사태와 관련해 노사 양 측과 집행부를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도개발공사에선 이경호 사장 직무대행(기획총괄 이사)을 비롯한 실무진들이 참석했고, 노조 측에선 허준석 위원장이 자리했다. 집행부에선 박근수 환경보전국장과 강만관 예산담당관 등이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나온 발언들을 종합하면, 노동조합과 사측(개발공사)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단체교섭을 진행해왔다. 사측에서의 단체교섭권을 가진 이는 현재의 이경호 사장 직무대행이었던 기획총괄 이사였고, 체결권은 오경수 전 사장에게 있었다. 오경수 전 사장이 파업 사태의 책임으로 사직했기에 현재는 체결권까지 모두 이경호 사장 직무대행에게 있다.

최초 노조 측에선 198개의 개선 조항을 제시했고, 노조는 이경호 이사와 8차례 교섭을 통해 166개 조항으로 간격을 좁혔다. 그러면서 9월께 노사가 서로 최종안에 동의하고 합의문을 작성했다. 체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허나 오경수 전 사장은 이 최종 합의문에 사인하지 않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다가 뒤늦게 사측이 이 합의문에 문제점이 있다며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사태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

▲ 이경호 제주도개발공사 사장 직무대행(기획총괄 상임이사). ©Newsjeju
▲ 이경호 제주도개발공사 사장 직무대행(기획총괄 상임이사). ©Newsjeju

이 상황에 대해 강성의 의원(더불어민주당, 화북동)은 "이미 합의문이 9월에 작성됐었고, 10월부터 3개월 동안 방치하다가 기존 합의문을 파기하고 다시 합의하자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이경호 사장 직무대행은 "그 부분에 대해선 죄송하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이게 죄송할 문제로 해결될 일이냐"고 다그치면서 "오경수 전 사장이 문제가 있다고 했었으면 그 때 해결했어야지, 3개월 동안 손놓고 있다가 이제와서야 이러는 걸 보면 사측엔 전혀 아무런 권한이 없는 거 같다. 누군가가 뒤에서 된다, 안 된다하고 있는 거 같다"고 배후설을 제기했다.

이어 강 의원은 "뒤에서 누군가 이 합의문은 절대 안 된다고 하니, 사측에선 이걸 노조에게 어떻게 전할까 전전긍긍하다가 문제가 터지니까 사장은 임기도 안 채우고 집에 가버리고, 이제와서 직무대행에게 맡겼다지만 종전 합의문에 대해 이제와서야 자꾸 문제가 있다고만 하는 걸 보면 전혀 실권이 없는 거 같다"고 질타했다.

이경호 직무대행이 "그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항이 발견됐다"는 발언으로 대응하자, 이상봉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동 을)은 "미처라는 게 있을 수 있나. 이미 노무사와 법무사가 다 개입해서 합의문을 작성했을텐데, 법령에 위배된 게 있다면 노동위원회의 의견을 얻어 시정요구를 하면 되는거고, 위배된 게 없으면 갖고 있는 권한을 다하면 되는 거다. 그걸 안 하겠다는 건, 보이지 않는 손이, 도정이 간섭하고 있다는 게 아니냐"고 되받아쳤다.

박원철 위원장 역시 "미처 발견되지 못한 사항이 있어 합의를 못하겠다는 거냐. 그러면 합의문이 엉터리로 만들어졌다는 거고, 그 책임을 물어 합의문 작성한 핵심부서 인사들 다 파면시켜라"면서 "개발공사가 이렇게 허술했나. 노조 측에서 실질적으로 교섭권이 있는 새로운 교섭단을 보내달라고 해도 집행부에선 보내지도 않고, 이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 김성언 정무부지사. ©Newsjeju
▲ 김성언 정무부지사. ©Newsjeju

게다가 김성언 정무부지사의 발언도 화근이 됐다.

김성언 정무부지사가 지난해 말 농수축경제위원회에 출석해 "노조가 부당하게 임금 400% 인상을 주장하며, 도에서 제시한 임금 9% 인상안을 노조가 거부했다"고 발언한 것이 문제였다.

이에 노조 측에선 결단코 그런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이날 환도위 특별 업무보고에서 이 발언에 대해 김성언 부지사는 "책상 위에 놓여진 보고서만 보고,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 발언이라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고 말했다.

허나 이 발언이 오히려 파문을 일으켰다.

이상봉 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동 을)이 "그 보고서를 갖다 놓은 게 누구냐"고 묻자, 김성언 부지사는 "말할 수 없다"며 모르쇠로 대응했다. 환경보전국과 예산담당관에서도 그러한 보고서를 작성한 바 없다고 피해갔다.

이에 이상봉 의원은 "그러면 비선들이 작동한 거냐. 그 보고서가 어디서 나온거냐. 이건 누군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거 아니냐"며 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김성언 부지사가 거부하자, 이 의원은 "원희룡 지사가 말한대로 행정에서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만 지켜지면 될 일인 거 같다"고 꼬집었다.

강성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을)은 "제주도의 노동행정 컨트롤타워가 있긴 하나. 지난해 버스파업 문제만 봐도 이 역할을 수행할 데가 없는 거 같다"며 "파업 문제를 노사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공기업은 도민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 의원은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들의 인건비는 30%가량 올리면서 왜 노조 측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냐. 비상임이사들만 하더라도 한 달에 한 두 번 꼴로 회의에 참석하는 걸로 해외연수비와 참석수당 등을 합치면 거의 연봉 2000만 원 이상을 받아간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

실제 전국의 16개 도시공사 직원 평균 임금을 살펴보면, 지난 2018년 사장의 임금은 제주도개발공사가 16개 공사 중 가장 높았으며, 임원임금 순위 역시 4위에 랭크됐다. 반면, 직원들의 평균임금은 가장 낮은 16위였다. 물론, 직원 평균임금이 최하위인 이유는 최근 3년간 도개발공사에서 약 300명에 이르는 신규직원을 채용한 것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직원과 상위 직급간 임금격차가 가장 큰 곳이 제주도개발공사인 것만은 분명하다.

또한 강 의원은 "게다가 최근 3년간의 회의자료를 모두 살펴봤더니 지난해 사망사건에 대한 논의도 한 적이 없더라. 사장은 파업 문제 터지니까 나가버리고, 지사는 해외에 나가있고, 대체 뭘 하겠다는 거냐"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회의 말미에 박원철 위원장이 노조 측 대표 허준석 위원장에게 발언 기회를 주자, 허준석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합의했던 166개 조항에서 조정하자는 거라면 동의할 수 있다. 그런데 처음엔 문제로 제기했던 조항이 3개였다가 오늘 들어보니 또 42개로 늘어났다. 대체 무슨 조항에 문제가 이제야 발견됐다는건지도 모르겠다"며 사측의 어설픈 대응을 지적했다.

박원철 위원장은 이번 주 중에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사 양 측에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고, 이경호 직무대행은 "합의가 이뤄지는대로 상시회의 체계를 만들고 노조 측에서 요구하는 직급개편과 특수직(하위직)에 대한 보수 현실화에 대해서도 장기 로드맵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허나 마지막까지도 도개발공사 사측에선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았고, 구체적으로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 노사 양 측이 어떻게 합의하자는 말도 도출되지 않아 당분간 파업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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