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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남 / 서귀포시 도시과 도시디자인팀장

서귀포 일호광장. 현재 정식명칭은 서귀포시 중앙로터리이다.

나에게는 “중앙로터리”보다 “일호광장” 이라는 지명이 뇌리에 박혀있다. 80년대 초, 어머니께서는 참깨 한 되을 보따리에 싸시고 차멀미가 심한 10살 안팎인 나를 데리고 신작로 버스타고 일호광장에서 내렸다. 일호광장 서귀포오일장이다. 일호광장 서쪽 초입에서 선반내까지 이어지는 천막 장사진이 장관이었다. 그때 나는 난생 처음 보는 수많은 인파 속에 어머니를 잃어버릴까봐 어머니 치맛자락을 꼭 잡고 따라다녔다.

곡물전에 도착한 어머니는 참깨를 돈과 바꾸시고 나서 선반내 따라 위치한 오일장 함바집에 들어갔다. 천지연으로 흘러가는 물로 삶은 맹물국수 한 그릇 시켜 얼른 먹으라고 어린 자식을 재촉하셨다. 어머니는 어린 자식이 먹고 남은 몇 가락 안 되는 국수와 국물을 그릇 채 입에 갖다 대고 연거푸 들이켰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젊디 젊은 어머니의 굶주림와 가난함을 알기에는 나는 어린 철부지였다.

일호광장에는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었다. 대처로 형이 공부하러, 객지로 누님이 돈 벌러 서귀포를 떠나 갈 때 어머니와 일호광장은 거기서 배웅했다. 그때도 나는 어머니의 서러움과 눈물을 몰랐다.

현재 서귀포시청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남제주군청, 치안을 담당하던 서귀포경찰서, 서귀포오일장 등 모두가 옹기종기 형제처럼 일호광장에 모여 살았다. 자식들이 장성하면 어머니 품을 떠나듯이 서귀포오일장, 경찰서, 시외버스 터미널 등 하나 둘 일호광장 어머니 품을 떠나 갔다.

그런 어머니 같은 일호광장을 위해 서귀포시는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한 2019 공공디자인으로 행복한 공간만들기 공모사업에서“사람중심 일호광장 사업”선정되어 8억원을 투입해 녹지공간 재배치, 광장내 시설물 통폐합, 공공시설물 디자인 정비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리고 행정안전부 주최한 2020년도 간판개선사업에 응모해서 “사람중심 일호광장 간판개선사업”선정되어 5억원을 투입해 일호광장 주변 상가 건물 간판을 정비할 것이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철부지 10살 꼬마였던 못난 자식은 머리카락이 희끗 희끗한 50줄이 되었다. 어머니 같은 일호광장을 위해 작은 화장품와 빨간 카네이션 선물을 준비해서 조용히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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