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의 상징이었던 구럼비. 길이 1.2km의 통바위 구럼비는 180여종의 야생화가 사시사철 피고 10여개의 용천수를 통해 제주새뱅이, 붉은발 말똥게, 맹꽁이 등 기수지역 멸종위기 동식물이 분포한 생명의 상징이었다.

그러했던 구럼비가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묻혀버렸고 어느덧 8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등은 6일 구럼비 발파 8주기를 맞아 성명서를 내고 "구럼비 바위는 사리지거나 없어진 것이 아니"라며 "구럼비 바위를 되살릴 때까지 평화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대주민회는 "생명을 지키려는 거대한 몸짓과 그를 무너뜨려는 공권력의 싸움, 8년전 구럼비 발파를 막으려는 우리의 싸움은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해군기지가 완공된지 4년이 지난 오늘, 강정마을의 상황을 보면 이 싸움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건설당시에도 오탁방지막 훼손으로 인한 오탁수 방출로 강정바다는 심각한 오염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공사가 완료된 지 4년이 지난 오늘날의 강정바다는 회복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심각한 생태교란에 시달리고 있다. 서건도와 강정등대에 자생하던 연산호는 사멸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개체수가 줄었다"고 진단했다.

또한 "1급수를 자랑하는 강정천 끝자락 냇깍 침전물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들이 퇴적되어 있고, 강정의 연안어업은 매해 생산량이 감소하고 자리돔이나 한치 어업은 소멸된 상태다. 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가 진행되는 강정천 수원지인 넷길이소에 자생하던 천연기념물 원앙새도 수십마리 집단폐사했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은 조사개시 하루만에 전깃줄에 의한 사망이라고 발표했으나 현장에서 발견한 산탄총 탄피, 날개에 구멍이 뚫린 원앙새들에 대해서는 설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여전히 제주해군기지가 야기한 생태학살은 오늘날도 진행형"이라고 주장했다.

반대주민회는 "코로나19를 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공포 그 자체다. 이에 따른 경제위축과 사회적 비용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기후위기시대에 이러한 전염병과 재해에 의한 식량위기는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중대한 요인이 되어 끊임없이 인류를 공격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제 제주도부터 바뀌어야 한다. 아직까지도 개발이 재산적 가치를 증대해 줄 것이라는 달콤한 환상에서 벗이나야 한다. 제2공항 문제와 대명테마파크, 송악산 개발 문제 등 제주사회를 흔들고 있는 갈등 상황들은 이러한 환경재앙에 대한 위기의식들이 표출된 문제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제주해군기지에 이어 제2공항이 공군기지가 된다면 제주도가 군사적 전략기지화 되어 환경파괴와 함께 안보위기도 훨씬 심각해지게 될 것이고, 이러한 이유로 제주가 사드 추가배치 유력 후보가 된다면 한국과 중국의 외교적 마찰은 극에 달 할 것이 예측된다"고 내다봤다.

반대주민회는 "구럼비 발파 8주기를 맞아 우리는 다시 한 번 환경보전에 대한 인식변화의 중요성을 도민사회에 알리고자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했다. 수 많은 아이디어와 자금과 노력이 결집되어 어느 때보다 풍부한 내용의 행사가 준비되었지만 코로나 19의 심각단계에 발 맞춰 국민적 동참을 위해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대주민회는 "하지만 제주도민들께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린다. 제주도는 관광지로 만들어진 섬이 아니다. 선조들의 피와 땀이 서린 삶의 터전이다. 나아가 미래세대로부터 잠시 빌려 쓰는 발붙이 땅에 불과하다. 우리의 오만으로 미래를 망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대주민회는 "구럼비 바위는 사리지거나 없어진 것이 아니다. 단지 지금 잠시 해군기지 아래 묻혀있을 뿐이다. 우리는 오만과 폭력으로 지어진 제주해군기지를 인정하지 않는다. 제주가 진정한 평화의 섬으로 우뚝서고 무용지물인 제주해군기지가 철거되어 구럼비 바위를 되살릴 때까지 우리는 평화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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