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비 99억 들이붓고도 3년째 방치... 매각 수순 결정
살 사람 없어 더 문제... 결국 또 혈세 들여 제주도정이 매입?
제주관광공사가 면세점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실 애초에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비벼보기는커녕 본전도 못 뽑을 사업이었다.
결과론적인 비판이긴 하나, 지난 2016년 10월에 이 사업을 추진하기 이전부터 누구나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걱정과 우려를 제기했었다. 일단 해보자고 무작정 덤벼 들었던 공사와 제주도정은 도민혈세 수백억 원을 날려 먹어서야 해선 안 될 사업이었다고 후회를 했다.
허나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나 박홍배 제주관광공사 사장도 "책임을 통감한다"고는 했지만 말 뿐, 해결책도 없고 허공에 날린 돈을 회수할 방법도 제시하지 못했다.
시내면세점 사업 도전으로 267억 원의 손실을 냈다. 또 항만면세점을 한다며 2017년에 99억 원을 쏟아 붓고도 3년째 건물만 텅 비어놓고 있다. 결국, 신화역사공원에 있던 면세점은 사업 철수를, 항만면세점은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제주관광공사는 항만면세점 건물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살 사람이 없다.
이경용 위원장(미래통합당, 서홍·대륜동)은 18일 진행된 제382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제1차 회의에서 "돈이 없는 공사가 왜 이렇게 문어발식 경영을 하기로 결정한 거냐. 사실 시내면세점 사업 추진 때부터 예견된 결과 아니냐"고 추궁했다.
박홍배 사장이 "그렇다"고 시인하자, 이경용 위원장은 "주식회사라면 이건 주주총회에서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근데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항만면세점 건물을 매각키로 했으면 알아보기는 한 거냐. 수익이 되지 않는 걸 누가 사겠나. 대안이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제2안으로 나온 게 도정에서 일부 매수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거고, 나머지를 다시 대기업이 사주길 바라는 거 아니냐. 그러면 행정에선 이걸 매입할 의향이 있긴 한거냐"고 따져 물었다.
강영돈 관광국장은 "기획조정실하고 해양수산국과 실무협의 중에 있다"며 제주도정이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이 위원장은 "지금 지방재정이 3000억 원 적자에 세입도 곤두박질 친 상황에서 이걸 매입한다는 게 말이 되나. 어차피 공유재산심의 거치고 도의회를 통과해야 할 텐데... 이건 불가능"이라고 못박았다.
# 향후 사장은 전문 경영인이...
양영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연동 갑)은 전문 경영인이 제주관광공사를 맡지 않으면 또 이런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면서 더 이상 퇴직 공무원이 (공사 사장)자리에 앉아선 안 된다고 일침을 날렸다.
양 의원은 "실패 원인을 살펴보면 시작부터 잘못됐다. 당시에도 대기업 자본 세력에 우위를 점할 수 없다고 봤었다. 부정적 의견이 많았는데도 경영진이 크루즈 입항 하나 믿고 강행했다"며 "전문 경영인들이 있었다면 과연 이런 결정을 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양 의원은 "267억 원의 도민혈세가 사라졌는데 지사도, 사장도 책임지겠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거냐. 말로는 누구다 다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질타했다.
또한 양 의원은 "조직의 성패를 가르는 건 수장이다. 이젠 이전과 다른 관광 패러다임으로 시장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은 상당히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늘 퇴직한 공무원들이 자리하고 있으니 이게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양 의원은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텐데, 이젠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관광청이나 관광부지사 직제 신설돼야
이어 이경용 위원장은 제주관광공사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제주자치도에 '관광부지사' 직급을 신설하거나 '관광청'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자립경영이 힘드니 인건비라도 해주자 해서 상임위에서 허가해주지 않았나. 그런데 이제와서 또 (도민혈세로)수권자본 늘려달라고 하면 과연 도민들이 수긍하겠느냐"며 "관광협회와는 갈등에, 도지사에게 바른 소리 하는 사람은 없고, 도의회가 하는 얘기도 안 듣고...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강영돈 국장에게 관광청 신설이나 관광부지사의 직제 편성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주문했다.
강영돈 국장은 "조직 컨트롤타원을 개선해야 한다는 말에 동감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제주의 관광산업 비중을 볼 때 필요하다고 본다"고 수긍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현행 관광국으로선 한계다. 전문가를 각 분야별로 조직화해서 전문성을 키워야만 한다. 이젠 이걸 논의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