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비 99억 들이붓고도 3년째 방치... 매각 수순 결정
살 사람 없어 더 문제... 결국 또 혈세 들여 제주도정이 매입?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속 도의원들이 지난 15일 제주관광공사의 항만면세점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보고를 받고 있다. 지난 2017년에 사업을 추진했으나 3년 동안 아무런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속 도의원들이 지난 15일 제주관광공사의 항만면세점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보고를 받고 있다. 지난 2017년에 사업을 추진했으나 3년 동안 아무런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제주관광공사가 면세점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실 애초에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비벼보기는커녕 본전도 못 뽑을 사업이었다.

결과론적인 비판이긴 하나, 지난 2016년 10월에 이 사업을 추진하기 이전부터 누구나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걱정과 우려를 제기했었다. 일단 해보자고 무작정 덤벼 들었던 공사와 제주도정은 도민혈세 수백억 원을 날려 먹어서야 해선 안 될 사업이었다고 후회를 했다.

허나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나 박홍배 제주관광공사 사장도 "책임을 통감한다"고는 했지만 말 뿐, 해결책도 없고 허공에 날린 돈을 회수할 방법도 제시하지 못했다.

시내면세점 사업 도전으로 267억 원의 손실을 냈다. 또 항만면세점을 한다며 2017년에 99억 원을 쏟아 붓고도 3년째 건물만 텅 비어놓고 있다. 결국, 신화역사공원에 있던 면세점은 사업 철수를, 항만면세점은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제주관광공사는 항만면세점 건물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살 사람이 없다.

이경용 위원장(미래통합당, 서홍·대륜동)은 18일 진행된 제382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제1차 회의에서 "돈이 없는 공사가 왜 이렇게 문어발식 경영을 하기로 결정한 거냐. 사실 시내면세점 사업 추진 때부터 예견된 결과 아니냐"고 추궁했다.

박홍배 사장이 "그렇다"고 시인하자, 이경용 위원장은 "주식회사라면 이건 주주총회에서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근데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항만면세점 건물을 매각키로 했으면 알아보기는 한 거냐. 수익이 되지 않는 걸 누가 사겠나. 대안이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제2안으로 나온 게 도정에서 일부 매수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거고, 나머지를 다시 대기업이 사주길 바라는 거 아니냐. 그러면 행정에선 이걸 매입할 의향이 있긴 한거냐"고 따져 물었다.

강영돈 관광국장은 "기획조정실하고 해양수산국과 실무협의 중에 있다"며 제주도정이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이 위원장은 "지금 지방재정이 3000억 원 적자에 세입도 곤두박질 친 상황에서 이걸 매입한다는 게 말이 되나. 어차피 공유재산심의 거치고 도의회를 통과해야 할 텐데... 이건 불가능"이라고 못박았다.

▲ 제주신화역사공원에 들어섰던 제주관광공사의 시내면세점. 267억 원의 손실을 입고 지난 4월 철수됐다. ©Newsjeju
▲ 제주신화역사공원에 들어섰던 제주관광공사의 시내면세점. 267억 원의 손실을 입고 지난 4월 철수됐다. ©Newsjeju

# 향후 사장은 전문 경영인이... 

양영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연동 갑)은 전문 경영인이 제주관광공사를 맡지 않으면 또 이런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면서 더 이상 퇴직 공무원이 (공사 사장)자리에 앉아선 안 된다고 일침을 날렸다.

양 의원은 "실패 원인을 살펴보면 시작부터 잘못됐다. 당시에도 대기업 자본 세력에 우위를 점할 수 없다고 봤었다. 부정적 의견이 많았는데도 경영진이 크루즈 입항 하나 믿고 강행했다"며 "전문 경영인들이 있었다면 과연 이런 결정을 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양 의원은 "267억 원의 도민혈세가 사라졌는데 지사도, 사장도 책임지겠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거냐. 말로는 누구다 다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질타했다.

또한 양 의원은 "조직의 성패를 가르는 건 수장이다. 이젠 이전과 다른 관광 패러다임으로 시장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은 상당히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늘 퇴직한 공무원들이 자리하고 있으니 이게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양 의원은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텐데, 이젠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관광청이나 관광부지사 직제 신설돼야

이어 이경용 위원장은 제주관광공사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제주자치도에 '관광부지사' 직급을 신설하거나 '관광청'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자립경영이 힘드니 인건비라도 해주자 해서 상임위에서 허가해주지 않았나. 그런데 이제와서 또 (도민혈세로)수권자본 늘려달라고 하면 과연 도민들이 수긍하겠느냐"며 "관광협회와는 갈등에, 도지사에게 바른 소리 하는 사람은 없고, 도의회가 하는 얘기도 안 듣고...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강영돈 국장에게 관광청 신설이나 관광부지사의 직제 편성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주문했다.

강영돈 국장은 "조직 컨트롤타원을 개선해야 한다는 말에 동감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제주의 관광산업 비중을 볼 때 필요하다고 본다"고 수긍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현행 관광국으로선 한계다. 전문가를 각 분야별로 조직화해서 전문성을 키워야만 한다. 이젠 이걸 논의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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